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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게시물ID : lovestory_403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크학
추천 : 1
조회수 : 140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02/16 01:21:52
누구에게나 첫사랑이 있듯이,

나에게도 첫사랑이 있다.


99년도 내가 초등학교 5학년때 일이다.

나에게는 두명의 패거리가 있었다. 집도 같은 방향, 노는것도 항상 같이하는 성일이와 지일이

지일이는 1학년때 만났는데, 사실 처음에는 무지하게 싸우다가 참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에 갑자기 친해졌다.

미운정이라고 해야할까. 아마 그림그리다가 화해했던걸로 기억하는데 내 인생중 가장 희한하게 엮인 놈이 아닐

까 싶다. 이 녀석과 친해진뒤 정말 동네방네를 다뛰어다니며 놀았다.

딱지, 팽이가 우리의 주종목이였는데, 그야말로 동네를 정말 휩쓸고 다니는 폭풍의 2인조였다.

성일이와 만난건 우리가 3학년때였는데, 이 놈이랑도 참 이상하게도 만났다. 흔히 말하는 어깨빵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 둘이 서로 어깨빵을 치고 한판 붙은 것이다. 지일이가 달려와서 2:1의 수적 우세로 강하게  몰아 부쳤으나, 그놈이 싸움꾼인지도 모르고 덤볐다가, 주먹 훅훅에 볏집 쓰러지듯이
 결국 성일이한테 둘다 K.O되어버렸고, 그 후 셋이 집 가는길이 같아 몇번 더 마주치면서(혹은 쫄면서) 결국 셋이 

말도트고 친구가 되었다.
 성일이는 우리 패거리의 싸움대장이 되었고, 이리하여 드디어! 염포동 패거리가 다 모였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5학년때 이야기다.

우리 셋은 처음으로 한반에 모이게 되었는데, 반안에서 서로 얼굴을 보고 씨익 웃기도 했다.

당시 한창 학교에서 단소를 배웠을 쯤이다. 소리내기도 힘든 단소를 얼굴 붉혀가며 불고 있을 그때,

한 아이가 전학을 왔다. 피부가 눈같이 하얀 아이, 단소를 불다가 힘들어서 그랬을까, 당시 나는

넋이 빠져있었다.

"안...녕.. 나는 서울에서 온 성..하림이야.." 그 아이가 처음으로 들려준 목소리를 나는 아직까지 잊을 수가 없다.

그때부터 였을까. 나는 속앓이를 시작했다.

밥맛도 없고, 놀기도 싫고, 공부도 싫고 지금 생각하기로는 그때 나는 아직까지 몰랐던것 같다.

13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그 아이를 기억하고 있을지 말이다.

사실 그 아이가 기억하는 어린 나는 (만약에.. 나를 기억한다면) 개구쟁이 머쓰마정도 일 것이다.

시도때도 없이 괴롭히고 놀렸으니까, 치킨이라고 엄청 놀렸다(하림치킨 ㅠㅠ)

그렇게 놀리고 괴롭히고 어느날은 집에가는길에 우리 패거리는 하림이에게 아이스께끼를 했다.

그리고 그렇게 펑펑 우는 여자아이를 처음봤고, 그렇게 많은 후회를 한것도 처음이었다.

달래주고 또 달래주고 사과하고 또 사과하고 빌고 또 빌고 하림이도 하늘도 우리의 마음을 알았을까 

하림이는 울음을 그치고, 마치 천사처럼 웃으면서 우리를 용서해주었고 하림이도 우리 패거리와 친구가 되었다.

아마 이때부터일것이다. 내가 하림이를 좋아하는다는것을 알아 챈 순간이. 

우리집은 시장을 지나 골목길로 쭉가면 있는 아파트 였는데, 그 골목길에 하림이네 집이있었다.(하림이는 부잣집 아씨)

항상 우리는 하림이를 데려다주고 집에 갔는데, 하림이의 인사 한방에 마음이 훌훌 녹아버렸다.

이렇게나 하림이 보고 실실 쪼개는데 우리 패거리가 모를쏘냐. 결국 그 녀석들은 알아채버렸고

나를 놀리다 지쳐 이어주기로 결심했다.

이때부터 어린 나는 감정에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운명의날,내가 고백하기 한달전쯤이였던가 운동회가 열렸다. 

내 생의 최고의 운동회!

아직도 앨범에는 셋과 하림이가 체육복에 흰색띠를 머리에 두르고 찍은 사진이 있다.

하림이와 패거리의 기마전, 하림이 뒤에서서 줄다리기, 하림이랑 같이 콩주머니 주으면서 박터뜨리기

어느하나 잊을수가 없다. 

재밌던 운동회가 끝나고 같이놀던 지일이와 성일이는 가족과 함께 가버렸다.

아버지가 없는 나는 괜히 씁쓸해져서는 바빠서 오시지도 못하는 어머니를 탓하며 알면서도 툴툴대며 그네에 앉아버렸다. 

그리고는 울어버렸다. 스스로가 너무 처량해 보이는 것 같아서 참다 참다 터뜨려버렸다.

너무 외로워서 그랬을까 그네에 앉아있는 어린 나에게는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하림이가 될줄은 몰랐다.

하림이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눈물을 그치며 그 아이의 손길에 의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같이 노을을 보고, 별을 보았다.

그 뒤로 나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연필 짧게 잡고 긴 밤 설치며 나는 편지를 채워나갔다.

내 첫사랑 너에게 줄 편지라고 이름을 짓고 싶다.

아마 하림이는 죽을때 까지 모를 거다.

전학가기 전날 내가 사물함에 편지를 넣어 놨다는걸 그리곤 하림이가 떠난뒤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도, 슬펐는지도, 앓았는지도, 그리워했는지도...



하지만 나도 몰랐다.

사람이 인연이 이리도 깊은지도, 고등학교때의 귀찮기만한 전학이 내겐 행운이였는지도,

그리고 네가 내 어깨에 기대어 자고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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