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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와 의료 민영화
게시물ID : sisa_2157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심
추천 : 1
조회수 : 30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07/22 23:00:59


올해 3월에 한미 FTA가 발효된지 약 4개월이 흘렀습니다. 한미 FTA가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이후 언론에서는 일관되게 FTA의 긍정적 효과만을 지속적으로 보도해 왔습니다. "한국사람은 조금만 지나면 다 잊어버린다"라는 위대하신 어떤 분의 예견처럼 최근들어서는 FTA에 대한 국민적 저항감도 점점 가라앉고 있는 듯 합니다. 이 쯤에서 우리는 앞으로 닥쳐올 위기 상황을 다시 한 번 떠올리고, 이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미 FTA로 인해 서민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의료 민영화입니다. FTA문제로 국민 여론이 매우 안좋았던 연초에는 FTA가 발효되면 맹장수술 비용이 천만원이 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 그렇게 된다는 것은 다소 과격한 발상인 듯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미 FTA 때문이 아니라 FTA로 인해 미국의 민간 의료체계가 도입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3년에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어 국가에서 지정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구에는 영리법인의 설립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경제자유구역은 초기에는 인천 연수구, 중구, 서구, 부산 강서구, 경남 진해 등 크게 세 지역이였으나, 2008년에 와서 경기 평택, 화성, 충남 당진, 아산, 서산, 전북 군산, 부안, 대구, 경북 경산, 영천, 구미, 포항, 전남 여수, 순천, 광양, 경남 하동 등 굉장히 많은 지역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새로 지정되었습니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는 아직 영리병원이 설립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위의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이 설립된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요?

 

  우선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과는 달리 자본의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병원의 규모를 늘리기가 훨씬 쉽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영리병원이 처음부터 미국의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거대화한 영리병원은 주변 병원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낮은 의료수가와 양질의 서비스를 무기로 들고 나올 것입니다. 또한 비영리병원들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포괄수가제에 의해 의료서비스의 질이 점차 하락할 것입니다.그렇게 되면 비영리병원들(법인병원 + 개인병원)은 의료서비스 경쟁력에서 밀려서 적자 운영에 시달리다가 점차 사라지겠죠. 


 또한 영리병원이 들어서면 국가에서 강제하는 당연지정제를 과연 좋아할까요?

 여기서 당연지정제란 대한민국의 모든 의료기관(법인병원 + 개인병원)은 국가가 시행하는 국민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강제적인 제도입니다. 또한 대한민국 국민은 태어나면서부터 국민의료보험에 자동적으로 가입되지요. 그리고 보험료는 개인의 소득수준에 맞춰서 내게 됩니다. 부자들에게서 더 많이 걷어서 서민들에게 나누어 주는 서민지향적인 정책이지요. 그런데 영리병원에서는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치료는 곧 병원의 이윤이 됩니다. 따라서 비영리병원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더 높은 의료수가를 책정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과잉진료나 불필요한 처방 등의 부작용도 있겠죠. 이러한 영리병원이 많아지다보면 많은 돈이 영리병원으로 빠져나가서 국가의료보험재정이 악화될 것입니다. 그렇게되면 국민의료보험이 보장하는 항목이 줄거나 보험료가 지속적으로 인상되어 국민의료보험제도의 효과는 약화될 것입니다. 국민의료보험이 유명무실해지면 많은 국민이 민간 의료보험에 의지하게 될 것이고,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국가의료보험체계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습니다. 민간 의료보험도 처음에는 국민들에게 낮은 보험료와 높은 지급율을 표방하고 나설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의료보험체계가 무너진 후에는 입장이 달라집니다. 국민의 복지를 목적으로 하는 국가의료보험체계와는 달리 민간 의료보험도 영리병원과 마찬가지로 이윤 추구가 목적이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치료비를 덜 지급할 수록 이윤이 더 남게 됩니다. 따라서 국가의료보험이 없는 상태에서는 서민들은 민간 보험사에 비싼 보험료를 지불하고 병에 대한 보장도 훨씰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영화 식코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 민간의료체계의 폐해가 재현될 것입니다.)


 위의 두 가정(영리병원과 민간보험사)은 마치 기업형 슈퍼마켓이 양질의 제품과 낮은 단가로 골목 상권을 잠식하는 메커니즘과 흡사해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이 떠안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위의 상황과 같이 대한민국의 의료체계가 악화된다고 해도 한미FTA의 래칫조항때문에 이것을 다시 예전처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래칫조항(ratchet mechanism)이란 일명 자유화후퇴방지 메커니즘으로 현행 규제를 보다 자유화하는 방향으로의 개정은 할 수 있지만 개방을 덜 하는 방향으로는 금지된다는 조항입니다. 따라서 현재 지정되어 있는 경제자유구역 또한 더 늘어날 수는 있어도 줄일 수는 없는 형편입니다.


또한 ISD(투자자 국가 소송제도)와 같은 FTA법안이 국내법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이러한 영리병원들이 국내 의료체계를 망가뜨려도 딱히 제제를 가할 수도 없습니다. 


 이렇듯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불공정한 FTA는 반드시 폐기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눈앞의 사익을 위해 한미 FTA에 찬성한 많은 국회의원들과 기득권층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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