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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골드 일 억
게시물ID : diablo3_693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9IN
추천 : 6
조회수 : 138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2/08/20 10:49:35

 

 

내가 오유에서 본 일이다. 천민 악사 하나가 디아게시판에 가서 떨리는 목소리로 일억 골드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골드가 버그가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오유인을 기다린다. 오유인은 거지악사의 프로필을 살펴보다가, 키보드를 두들겨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마음으로 달린 리플마다 감사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게시판을 자꾸 돌아보며 얼마있다가 경매게시판에 찾아 들어갔다. 게시물을 작성하고 완료버튼에서 한참 꾸물거리다가 1억골드를 올려 놓으며,

 "이것이 정말 1억 골드가 맞사옵니까?" 하고 묻는다.

 경매 오유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돈은 어디서 해킹했어!" 거지 악사는 떨리는 손으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나탈인장이라도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운이 좋습니까? 제 공방으로는 불지옥도 버겨워보이지 않으신가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천민 악사는 손을 내밀었다.  경매 오유인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인벤토리를 연다.

 1억골드가 사라지지 않았나 보는 것이다. 파란 반지를 낀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돈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가다가 노말 액트1 케인집으로  숨어 들어가더니 책상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돈에 마우스를 올려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파티에 참가했는지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인벤토리를 닫는다. 그리고는 이속도 없는 다리로 연막을 써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0빼기 사기치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사기 친 것이 아닙니다. 득템을 한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골드를 줍니까? 나눔 한번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십만골드 이상되는 템도 백번 앵벌해야 하나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저는 한개한개 얻은 파템을 갈아 정수를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정수로 경매장에서 골드에 팔았습니다.

  이러기를 천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1억 골드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돈을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돈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돈을 한번 갖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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