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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과 공포의 동원훈련.
게시물ID : military_60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eio
추천 : 117
조회수 : 11642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2/09/08 02:09:30

6개월 간의 해안근무를 마치고 내륙부대로 들어온 나는 좀더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기대했지만 내륙부대생활은 훈련의 연속이었음.

훈련덕후에 위장크림페티쉬가 있었던 대대장 덕분에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훈련까지 받아야 했고 그때마다 목까지 위장을 해야했음. 그리하여

모공 깊숙이 침투한 위장크림 덕에 세수할때마다 갓 잡힌 오징어마냥 온 얼굴로 먹물을 뿜어내야 했음. 중대전술훈련을 앞둔 어느날 우리 부대에서

동원훈련을 실시한다는 소식이 들렸고 왜 동원부대도 아닌 우리부대에서 동원훈련을 하는지는 의문이었지만 까라면 깔수밖에 없는 군인신분

이었기에 울며겨자먹기로 동원훈련준비까지 같이 하게 되었음. 문제는 중대전술훈련과 동원훈련 일정이 겹친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첫날은

교육훈련을 하고 둘째날부터 예비군들을 포함시켜 중대전술을 실시하기로 했음. 지금 생각해보면 평화의댐 건설 만큼이나 미친 생각이었음.

 

원래 동원부대가 아니기에 예비군들에게 지급할 물품이 부족했고 결국은 물품창고 구석에 쳐박혀 있는 옛날 물건들 까지 꺼내서 써야했음. 예비군들에게

지급할 군장을 미리 싸야하는데 신형이 아니라 예전 6.25때나 쓰던 구형 군장이었고 부대내에 구형군장을 쌀 줄 아는 사람은 보급관님 밖에 없었기에

보급관님의 긴급특강 후 군장을 싸야했음.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하기 시작함. 군장을 제대로 싸려면 군장 안이 꽉 차 있어야 하는데 안을 채울만한

물건이 없었음. 예비군들의 특성 상 짐이 무거우면 아무데나 버리고 갈 가능성이 농후 했기에 최대한 가볍고 부피가 나가는 물건을 찾아야 했음.

그렇게 고심하던 차에 군장 하나 당 베개를 두개씩 넣고 군장을 싸기로 결정함. 이정도면 예비군들도 만족할 수 있겠거니 생각했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음.

예비군들에 대해 소문으로만 들었지 직접 보거나 만난적이 없던 나는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들도 사람이니 별일 없을거라고 생각했음. 하지만 이 역시

나의 오산이었음을 이내 깨닫게 됨. 모든 준비를 마치고 마침내 동원 훈련이 시작됨. 연병장 안으로 하나 둘 예비군들이 들어오기 시작함. 촛점없는 눈동자와

끈풀린 전투화를 질질 끌고오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새벽의 저주를 보는듯한 착각이 들게함. 태어나서 그렇게 생기없는 사람들은 처음 봄.

 

그렇게 훈련은 시작되었고 화생방 집체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화생방 훈련조교를 맡은 나는 머지않아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게 됨. 방독면 쓰는

법을 보여준 뒤 화학전때 사용하는 주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주사기를 가지고 장난치던 예비군 중 한명이 실수로 바늘이 나오는 방향으로 눌러

손가락을 찔림. 깜짝 놀라서 케이스에 적힌 제조일자를 보니 1970년임.. 이건 최소 T바이러스급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위에 보고함. 결국 그렇게

시작과 동시에 한명의 예비군이 퇴소함. 다른 예비군들은 집으로 가는 그의 모습을 부러운 듯 쳐다봄. 그들에겐 30년된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것 따위보단

집이 더 소중했나봄. 우여곡절 끝에 첫날이 지나고 훈련 둘째날이 시작됨. 아침점호를 받는데 입이 심심했는지 하나 둘 담배를 꺼내 물더니 이내 수십명의

예비군들 머리위로 구름이 생기는 장관이 연출됨. 점호가 끝난 후 내무실로 들어온 예비군들에게 일정을 설명함. 우리와 함께 전술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니 갑자기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함. 그러더니 순식간에 두개의 세력으로 나눠져 서로 다투기 시작함. 왜 우리가 동원훈련 와서 현역들 훈련을 같이

받아야 하냐고 반발하는 세력과 그냥 온거 조용히 있다 가자고 말하는 세력으로 나뉘어져 서로 다투기 시작함. 시바 무슨 파리대왕을 보는줄 알았음.

 

겨우 진정이 된 뒤 군장을 나눠줬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김. 군장을 슬쩍 메보더니 곧 군장을 풀어 내용물을 확인한 한 예비군이 경악한 채로 '맙소사!

베개가 두개나 들어있어!' 라고 외침. 동시다발적으로 '미쳤구만!' '오.. 어머니.' 와 같은 탄식이 터져나옴. 군장에 베개 두개 넣은것이 그렇게 큰 죄인줄은

처음 알았음. 순식간에 신성한 예비군님의 군장에 베개를 두개나 넣은 대역죄인이 된 나는 그들의 분노의 표적이 됨. 언제 다퉜다는 듯 그들은 하나가 되어

날 죽일듯이 바라봄. 괴성을 듣고 달려온 소대장이 그들을 달래 보았지만 그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않지 않음. 그들의 모습을 보며 저정도 전투력이면

자주국방은 문제없겠구나 라는 안도감과 여기 계속 있다간 진짜로 죽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교차됨. 결국 군장은 내무반에 두고 몸만 가는걸로

합의를 본 뒤에야 진정이 됨.

 

하지만 훈련을 나가기 직전 대대장의 위장크림 페티쉬가 폭발해 예비군들도 위장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마지막 헬게이트가 열림. 결국은 폭동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기세에 예비군들은 부대 내에서 교육훈련만 받기로 하고 현역들만 훈련 나감. 훈련조교였던 나도 덩달아 남아서 중대전술은 안받고

꿀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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