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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고백은 비오는 날에 해야 해...
게시물ID : humorstory_3124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만능리모컨
추천 : 7
조회수 : 32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9/17 20:18:46

직장을 양평동쪽으로 옮긴지 이제 한달...
옮긴 첫날이 아직도 기억나요...
많은 사무실들이 밀집된 건물이라 점심시간이면 지하 구내식당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죠...

출근 첫날이니 아직은 사무실 직원들과 융화되지 못하고 겉도는 게 당연했고...
밥도 코로 넘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모를 때...
그 곳에서 그녀를 처음 봤어요...

검정 뿔테를 쓰고 있던 그녀... 그 뿔테 안경 너머로 상당히 곱디 고운 눈과 얼굴이 있었고...
찰랑거리는 듯한 매끄러운 머리카락... 그리고 스키니진이 너무 잘어울리는 스타일에 사무실에서 신고 나온 듯한 삼선 슬리퍼를 신고...
어찌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차림이었지만 그렇기에 더 빛이 나는 스타일...

아~ 정말 수수하게 예쁘다... 그냥 그런 느낌만 갖고 있었드랬죠...

주5일에 3~4번... 거의 매일 눈에 띄었습니다.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도요.
이렇게 호감이 가고 관심이 가는 사람이 매일 눈에 띄다 시피하니 가슴이 점점점점 요동이 커지더군요...

말이라도 걸어볼까 했지만 늘 그녀의 곁에는 직장 동료로 보이는 분들과 함께 있었기에 타이밍도 놓치고 그냥 그렇게 있다가...

드디어 오늘! 결심을 하고 말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대충 입에 쑤셔놓고 1층으로 먼저 올라가 그녀가 나오길 기다렸지요. 식사를 끝내고 그녀가 나오는데... 동료들과 옆건물로 이동하더군요.
옆건물엔 구내식당이 없어서 점심만 우리 건물 구내식당으로 오는 듯 했습니다.

비를 맞고 후다닥 뒤따라가서 눈 질끈 감고 말을 걸었습니다. 같이 있던 동료분들이 놀란 듯 하시더군요. 그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그녀에게도 양해를 구한 뒤 1:1로 마주하게 됐습니다.

쿵덕쿵덕...
최대한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말을 했습니다.

나 : 이쪽에서 일하신지 오래되셨어요?

그녀 : 전 좀 됐어요...

나 : 아~ 그러시구나... 저는 여기온지 이제 한달 정도 됐는데...

.

.

.

 

다름이 아니라 그 쪽이 예쁘신데다 제 눈에 자주 눈에 띄었고.. 에... 또... 암튼 친해져보고 싶은데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

이런 제 모습이 웃겼는지, 처음이었는지, 뭔지... 암튼 시종일관 그 맑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저를 해맑게 웃으면서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더군요.
뒤에서 동료들도 계속 쳐다보고... ㅜㅜ

 

그녀가 대뜸 한마디 합니다.

그녀 : 죄송해요...

나 : 예? 죄송하다면 혹시...

그녀 : 저 남친있어요...

나: 진짜...세요? 혹시...

 

그녀 : 아니예요. 정말 있어요... ㅎㅎ 죄송해요...


나 : 아... 네... 죄송합니다.

곧바로 뒤돌아서 그녀와 등료들이 쳐다보는 듯한 뒷통수를 마구 느끼며 건물을 빠져나오는데... 이럴 때 하늘에 내리는 비가 고맙더군요.

이건 내가 우는 게 아니라 하늘이 우는 것일 뿐...

아냐 울어도 돼. 비에 가려 우는지 모를거야... ㅋㅋ ㅜㅜ

앞으로 점심기간에 자주 눈에 띌텐데... 피하지 않고 웃으면서 인사나 하려구요~ ㅜㅜ

 

여러분들~ 고백은 가급적 비오는 날에 하세요...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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