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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귀신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366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왼발
추천 : 103
조회수 : 25819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2/09/25 16:09:02

스물아홉 창창한 직장인임. 오랜만에 갑자기 옛날 일이 떠올라서 
이야기 하나 풀어볼까함.

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부산에서 다님. 부산 사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부산이 남해 연안에 접근해 있다고 다 바닷가가 아님 
오히려 장딴지에 +10강화정도는 해야 다닐만할 정도로 언덕이 많음

본인이 다니던 중학교도 그랬슴. 여하튼 중학교 2학년때 학교에서 
수련회를 갔슴. 수련회라고 해봤자. 학교 바로 뒤가 수목원이라 
바로 거기로 도시락만 싸들고 말이 체험학습이지 그냥 등산을 했음.

그래도 2학년 전체가 움직이는 거니 선생님들이 딴엔 신경을 많이 쓴 듯
애들을 다섯 여섯 정도 묶어서 조별로 움직이게 했슴. 
사실 난 반에서 좀 아웃사이더였슴. 그게 왕따 같은 것은 아니고 놀기도 잘 놀고
대화도 곧잘 나누는데 이런식으로 조별로 움직이게 되면 꼭 무리에 합류를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늙은 하이에나 꼴이 됨. 

이유는 나보다 내 친구 녀석 때문이었슴. 검마는 여자사람이었는데 
애가 피부도 하얗고 키도 작고 말라서 예쁘장했슴. 그런데 말이 별로 없슴
가끔 허공을 노려본다던지 방언이 터진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구석에 대고 
호통을 친다던지 좀 유니크한 특성을 가진 녀석이었슴. 

더군다나 할머니가 무당이라 학교에서도 새끼무당 취급 받으면서 
좀 애들하고 어울리지 못했슴. 아니, 어울리지 못한다기 보다는 가시나 혼자서
학교를 왕따시키는 그런 아우라가 있는 녀석이었슴.

여하튼 책을 좋아하는 그 녀석과 도서관 주번인 나는 어쩌다보니 친구가 되었는데
평소에는 혼자 있기 좋아하는 가시나는 혼자 놀고 나는 나 대로 놀면서 
등하교나 같이 하는 상황이었지만 

이렇게 조별로 움직이게 되면 꼭 반에서 우리 두명만 무리에서 떨어진
오리마냥 둥실둥실 떠다니는 거임 

따로 떨어진 우리를 그냥 놔둘 선생님도 아니어서 자릿수 적은 조에 우리가 
끼어들어가게 됐슴. 애들이야 물론 좋아하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사건 여럿 저지른 가시나(그냥 가명으로 나리라고 부르겠슴)  앞에서 대놓고
싫어하는 눈치를 줄 정도로 간 큰 녀석은 없었슴.

여하튼 그렇게 얼기설기 조가 짜여지고 우리는 단체로 현장학습을 빙자한 
단체 등산을 시작했슴. 

떡같은 산이었슴. 딱 이맘 때쯤인 초가을 낮은 뒷산이었는데 을씨년스럽기가 
제모안한 겨털만큼 음습하고 후덥지근한 곳이었슴. 여하튼 정상에 오르고 
도시락을 꺼내 먹기 시작했슴. 산에 오르면서 한 경험담도 서술하라면 할 수 있겠지만
그 순간 이 글은 공포글이 아니게됨. 등반일지가 됨

나무가 무성한 곳이었슴. 비가 온지 한참 된것 같은데 나무기둥이 다 시커멓게 
썩은 것처럼 보였슴. 작년에 떨어져 내린 낙엽이 아직 삭지도 않은 이상한 곳이었는데
발밑마다 지천에 벌레가 드글드글 했슴. 그런 곳에서 밥이 잘 넘어갈 수 있을까 싶지만
험난한 산행은 엄마가 단무지에 햄만 넣고 말아준 김밥도 두번씹고 삼키게 만들어줌 

내려오는 길은 선생님들도 지쳤는지 애들 통솔도 느슨한 분위기였슴. 대충 밥 먹고 
내려가면 오후는 집에 가든 오락식에 들르든 그건 애들 재량이었슴. 지금 처럼 학교가 
빡빡한 곳은 아니었다는 기억이 있슴. 

여하튼 산 중반을 내려올 즈음 뱃속에서 신호가 옴. 사실 신호는 아까 덜 잘린 김밥을
이로 끊을 때부터 오고 있었슴. 그땐 그렇게 심각한게 아니라고 생각 했었지. 그게 내 오
산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였슴. 

분명 정상에서만 하더라도 허허허 아버님 이제 제가 장성하여 그만 세상에 나가 큰 뜻을
펼쳐볼까 하옵니다. 하던 놈이 갑자기 반항을 시작했슴. 힘든 산행으로 지치고 늘어진
내 대장을 쥐어 짜는 굵고 기다란 놈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슴.

아랫배가 차가워지며 식은땀이 흘러 나오기 시작함. 급하게 주변을 두리번 거렸슴. 
때마침 약수터가 얼마 남지 않은 지점이었고, 어르신들 새벽운동하시게 마련된 운동기구장
근처에 화장실을 봤던 기억을 떠올림. 내 발걸음은 더할나위없이 경쾌해짐

그땐 이미 조별모임은 흔적없이 사라져 있었을 때였슴. 조별로 나뉘어 봤자 애들은
점심먹을 때 이미 끼리끼로 모여서 밥먹을 때였슴.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이제 완연하게 장성한 그 녀석은 이 문을 열어라!! 라고 호통치며 연약한 내 괄약근을
거칠게 후려쳤슴. 

갑자기 걸음이 빨라지니 내 뒤를 따라오던 나리 녀석이 전에 없이 나를 불렀슴. 사실
학교에 모여서 산을 오르고 점심을 먹고 내려가던 지금까지 말 한마디 없던 녀석이
나를 불렀으니, 괄약근의 마지막 힘이 풀리더라도 뒤돌아봐야 했슴

'어디가'

동갑내기 예쁜 여자애에게 똥마려서 화장실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리가 없었슴. 
그러나 그녀는 이미 내 안색이 시퍼렇게 변한 것을 보고 모든 것을 이해한 눈치였슴. 

'참고 내려가서 화장실 가면 안돼?'

그건 내가 어렵다. 일단 네가 불러서 걸음을 멈춘 것만 하더라도 난 이미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인내의 힘을 다한거다. 라고 나는 표정으로 말했슴. 구겨진 내 얼굴을 보고 나리는 안쓰러운 듯
이제 보이기 시작한 약수터 옆 화장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럼 들어가서'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내가 뒤돌아 달려갔다. 이제 다른 사람눈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다행히 내 가방에는 엄마가 밥먹고 쓰라고 준 사각 티슈도 있었겠다. 이 이상 지체 했다가는 
제손으로 괄약근을 비집고 굵고 긴 그놈이 머리를 내밀 찰라였다. 
달리는 와중에서 쉭쉭 흘러 나오는 가스는 왜이리 독한지. 

다행히 화장실에는 사람이 없었고 나는 근처 아무칸이나 들어가 지퍼를 풀고 지금껏 기다리느라
나만큼이나 지치고 힘겨웠을 그 놈을 놓아줬다. 

온세상이 천국같던 그 일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남은 자투리 해방감도 맛볼 수 있었음. 
물을 내리고 일어나는데 상당히 냄새가 심한 화장실이었슴. 청소는 언제 하고 버려둔건지
바닥은 진흙과 침 투성이에 담배 꽁초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침침한 회색 시멘트 벽은 
싸구려 타일로 뒤뎦어 저질스러운 낙서가 즐비했슴. 

낮이라 그런지 불도 켜지지 않은 화장실에 유일한 광원은 내 머리 조금 위에 난 작은 창문 뿐이었슴. 
누가 들여다보도 좋을 정도로 훤하게 뚫린 창문에는 나무와 잎사귀만 보였슴.

볼일도 다 봤겠다. 나가려고 하는데 재미있는 낙서들이 보였슴. 누구랑 누가 좋아한다던지 
욕설도 써있고 여자만 연락하라고 전화번호도 적혀 있었슴. 남자 화장실에 왜 여자만 연락하라고
전화번호가 적혀있는진 아직까지도 의문임. 

그런데 화장실 문 아래 쪽에 이런 낙서가 있는 거임.

여기서 볼일 보다가 너가너가 하는 목소리 들은 사람?

너가너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웃긴건 그 낙서 아래 무슨 답장처럼 나도 들었는데. 어 나도 
이런 식의 낙서가 이어지는 거임. 그 낙서를 따라 한참 내려가다가 나는 섬칫한 글을 읽음

난 지금 들려

휘갈긴 낙서에 소름이 쫙 돋음. 그게 왜 무섭게 느껴진 건진 뒤이어 깨달을 수 있었슴.

나도 들리니까.

화장실 쪽 창 너머에서 희미하게 말이 들려옴. 무슨 박자라도 맞추듯

너가

너가

너가

너가

일정한 박자에 맞춰 들리기 시작한 말에 나는 황급하게 쪽창에서 시선을 떼고 화장실 문 손잡이를 잡았슴. 
이제 문만 열면 되는데 그럴 수가 없었슴. 

문 바로 앞에서도 들리기 시작했거든.

앞 뒤에서 너가 너가 하는 여린 여자 목소린지 속삭이는 가성같은 건지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렸슴.
분명 비울건 다 비웠는데 다시 싸하게 아랫배가 아파오기 시작했슴. 일단 화장실에 있어봤자 
아무런 도움이 안될것은 확실했슴. 소리고 뭐고 나가야 겠다고 생각 했슴. 

그런데 뭔가가 움직이는 거야.

처음에는 뭔지 몰랐슴. 뭔가가 알짱거리길래 뭐지 하고 고개를 들었슴. 아까 말 했듯이 이 화장실에
빛이 들어오는 곳은 쪽창 하나 뿐이었슴. 비스듬하게 화장실 벽에 드리워진 창문 빛에 뭔가
둥그런 것이 불쑥 불쑥 위로 올라오는 것이었슴. 

너가 너가 너가 너가 하는 이상한 소리는 이미 충분히 가까워져 있었는데 나는 멍청하게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들어 쪽창을 바라봤음. 분명 처음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불쑥

'너-가!!!!!'

하는 소리와 함께 시커먼 대가리가 쪽창 위로 불쑥 튀어 올랐다가 다시 떨어졌슴.
헝클어져서 축축 늘어진 검은 거미줄같은 머리카락 사이로 시뻘겋게 충혈된 눈이 분명 똑바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슴. 

나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 앉았슴. 진흙이고 화장실 바닥이고 생각할 여력이 없었슴. 문제는
내가 봤다는 것을 깨달은 창밖의 그 '너가'가 몇번이고 뛰어 오르며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는 것임. 튀어 오를 때마다 더 가까이 다가온 놈은 급기야 쪽창의 가장자리를 검고 썩은
나뭇가지 같은 손가락으로 움켜쥐고 쥐어 뜯듯이 기어 오르려고 했슴. 

너가너가너가너가너가너가너가너가!!!!!!!!!!!!!

앞 뒤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에 나는 미칠 것 같았슴. 화장실 문 너머에도 저런 귀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차라리 기절을 하던지 심장마비에 걸리던지 하고 싶었슴. 웅크려서 아무것도 못하고 
미칠듯이 뛰는 내 심장소리가 거슬려 죽을 것같은데 나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목청이 찢어져라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았슴. 

화장실 문틈 사이로 희고 통통한 손가락들이 구물거리며 기어 들어오려고 하고 있었슴.

'으아아아아아악!!!!!!'

내 비명소리에 맞춰 그 미역머리 귀신은 정말이지 머리를 쑤시고 들어올 것처럼 쪽창에 얼굴을
들이밀었슴. 앙상한 해골에 머리카락만 뒤덮은 것처럼 무서운 모습이었슴. 화장실을 먼저 본게 
다행이었음 아니었다면 이미 나는 바지를 지렸을게 분명했슴. 

축축하고 비릿한 냄새에 내 정신은 혼미해졌슴. 이대로 기절하는가. 하던 와중에 문득
다시금 화장실 아래로 기어 들어오려하는 손가락을 봤음. 뭔가 이상했슴.,

내가 본 저 미역머리 귀신은 손가락이 나뭇가지처럼 앙상했슴. 그런데 화장실 문에 있는 놈은
통통하고 작고 가는게 꼭 아기 손가락 같았슴. 물론 지금 생각하면 말도 되지 않는 생각이지만
그 당시 나는 화장실 문 너머에 있는 놈은 작은 놈이다. 작은 놈이라면 내가 도망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한것 같음. 확실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그때 제 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해줄 수 있음. 살고자 하는 힘으로 나는 벌떡 일어나 이제 손만 뻗으면 내 얼굴을
잡아 뜯을 수 있을 것 같은 그 귀신에게서 떨어져 왈칵 화장실 문을 열여 젖혔슴.

그리고 발치에서 굴러다니는 희고 긴 물체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화장실 밖으로 
괴성을 지르며 뛰쳐 내려갔슴. 온몸이 진흙에 침에 오물투성이었지만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그 귀신놈이 나를 쫒아오지는 않을까 겁에 질려서 나는 그 산길을 굴러 떨어지듯 내려갔슴.

다행히 중턱 즘에 가지 않고 나를 기다리고 있던 나리를 만날 수 있었음. 나리를 보자마자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고 그냥 그자리에서 펑펑 울었슴. 눈물에 콧물에 나중에는 코랑 귀가 
막혀서 죽을 것 같은데 나리가 물끄러미 서서 나를 내려다봤슴.

'그러니까'

느릿느릿한 나리 말에 고개를 들자, 나리가 뒤이어 말했슴

'뒤돌아보지 말라니까'

내가 엉엉 울면서 귀신이 귀신이.,. 하고 말을 잇지 못하자 나리가 갑자기 내 등 뒤쪽을 노려보며 호통을 쳤다.

'니 년 새끼는 어디다 버려두고 에먼한 놈을 괴롭혀! 이 기름에 튀겨 죽일 년!!'

기묘하게 높은 애기 같은 목소리에 나는 울음이 쏙 들어갔슴. 한참 한 곳만 노려보는 나리가 
이상할 정도로 믿음직하달까 든든하달까. 이제 귀신은 다 갔구나. 안도한 나를 보며 나리가 말했슴

'우리집 가자'

'어? 왜?'

한번 나리집에 가서 된통 데였던 기억이 있는 나를 향해 나리가 말했다.

'너 또 귀신 씌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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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으로 글을 올릴까 했는데 언제 막힌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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