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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면허 딴 후 처음 운전할 때 아버지가 주신 편지.
게시물ID : car_163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러피언양갱
추천 : 28
조회수 : 1437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2/10/03 10:15:42

방 정리를 하다보니 스무살때 처음 면허 따고 운전대 잡을 때 아버지가 주신 편지가 나오네요.


스캐너가 없어서 한번 적어봅니다. 그때 편지 처음 받았을 때는 왜이리 잔소리가 심하실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7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보니 구구절절 맞는 말 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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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어릴 때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해 매일 훌쩍거리던 게 얹그제 같은데 벌써 나와 같이 운전을 한다고 하니 세월이 참 빠르다.


누구나 처음 운전을 할 때면 무섭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며, 자신감도 생기고 세상을 다 가진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내가 20년 넘게 운전하면서 겪은 경험담과 니가 꼭 주의해야 할 것들을 몇가지 글로 적어보니 잔소리라 여기지 말고 꼭 읽어보길 바란다.



도로는, 사람과 교감하며, 서로 호흡을 맞추고 때론 화가나고, 때론 웃으며 하는 희노애락이 공존하는 사람 사는 곳이다.


서로 양보하며 감동을 느끼고, 때론 무작정 끼어드는 차를 보며 화가날 때도 있겠지만 다 인생사 중 짧은 순간일 뿐이란다.


차가 막혀 화가날 때도 있을 것이고, 무지한 사람들이 경망하게 운전하더라도 다 웃어 넘기도록 해라.


안전운전은 느긋한 여유에서 우러나오는 법이다.


너 자신과 너의 차에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이 타 있지 않거든


과속하거나 신호 위반을 하면서 다른 차들이 늦게 간다고, 혹은 길을 막는다고 타인을 탓하지 말거라.


정말 급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을 계산하지 않고 늦게 나선 너에게 모든 잘못이 있으며


늦음으로 인하여 그에 따라오는 피해와 부담감까지 타인이 떠안을 이유는 없다.


행여 타인이 그렇게 운전하더라도 똑같이 응하지 말아라.


그들은 정말로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해야 할 급한 일이 있거나, 혹은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그런 것이니


혀 끌끌 한번 차고 너그럽게 넘어가거라. 마음을 풍요롭게 가져라.


앞으로 니가 학교를 가고, 직장을 가더라도 늘 남들보다 먼저 준비하여 남들처럼 급하게 나서지 말고 항상 느긋하게 움직일 것이며


그것이 앞으로 쭉 즐거운 운전이 될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밤에 차가 없다고 신호위반 하지 말고 과속하지 말거라.


공부할 때는 다 배워놓고도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무식한 사람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너는 운전법규를 제대로 교육받고 그에 따른 시험까지 다 통과하여 면허증을 받지 않았느냐?


그럼에도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너는 남들과 똑같이 무식한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레이스를 하고 싶거든 외국의 레이싱 경기장에 가서 실컷 하고 오너라.


공공도로는 '길'이지, '경기장'이 아니다.


운전면허증을 왜 자격증이라 부르지 않고 면허증이라 부르는지 혹시 알고 있나?


자동차라는 것은 편리한 생활을 위한 도구이지만,

잘못 다루면 그 자체로 가족은 물론 타인의 삶까지 송두리 째 빼앗아 갈 수 있는 살인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격'이 아닌, '면허'를 주는 것이란다.



사랑하는 아들아.


훗날 내가 늙어서 아들이 운전하는 차에 운전자가 아닌 손님으로 탔을 때


항상 웃으며 양보하는 아들의 모습을 이 아버지는 보고싶단다.


너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타인을 배려하도록 해라.


그것이 안전운전의 기본이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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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읽어보니 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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