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사 기억이 잘 나지도 않고 그렇게 재밌었던 일도 흥미진진한 일도 없었지만 함 써볼께요.

솔직히 1탄 쓰면 끝일수도 있어요.

 

저는 95학번이에요. 아저씨고 싱글입니다.

대마법사이기도 하지요.

대학을 다니면서 나름 학생운동이라고 깔짝대기도 했었죠.

친한 동기(저포함 남셋 여셋)이 있었는데 남셋이 가능하면 비슷한 시기에 군대를 갔다 복학을 하기로 약속했죠.

한놈은 96년 10월, 한놈은 96년 12월, 저는 97년 1월이었지요..

당시에는 2년 2개월이었구요.

 

10월에 입소한 친구는 의정부로 입소를 했는데.. 가기 전날 서울 신천에서 셋이 같이 여관방에서 잤어요.

시골 촌놈으로 서울의 나이트를 갔었는데..

돼지엄마의 무차별적인 부킹에 우리는 당황했었고 부킹온 아가씨들도 맥주한잔 먹고 자리를 떴어요.

당시 우리 셋은 워크래프트에 나왔던 유닛의 명령어(?) "옛 썰~" 뭐 이런식의 말을 주고 받았어요.

우리만의 유행어였죠. 군대가 갈때도 되었고..

어떤 아가씨가 왔는데 우리는 여전히 당황스런 상태에서 "옛 썰~" 이 ㅈㄹ을 했었죠.

그랬더니 그 여자가 친구에게 팔짱을 끼고 꽉 달라붙으며.. "어머! 유학갔다 오셨어요?" 이러는거 아니겠어요?

우리는 순진하게 아니라고 했고 그 아가씨도 자리를 떴죠.

그렇게 친구 한놈을 의정부로 보냈어요.

이친구는 꿈의 17사던가.. 그리로 배치를 받았지요. 나중에 알고보니 고맘 때 쯤 사단장이 바뀌는 바람에 환상의 17사에서 환장의 17사로 바뀌었다는 얘기가...

 

12월에 입소한 친구는 논산으로 갔고..

이 친구의 동네 친구들과 함께 배웅을 갔었는데.. 특별한 기억은 없네요.. 아마 서울의 57사(?) 언더우드로 배치가 되었었을 꺼에요.

 

저는 97년 1월에 논산으로 갔는데.. 역시 여러명의 친구가 따라갔죠.

네. 저는 뚱뚱했고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시다시피 군대 가기전에 용돈 많이 받잖아요? 그거 친구들과 흥청망청 쓰고..

입소하면서 한 3만원 정도만 남기고 옷과 읽느라고 가지고 갔던 책(태엽갑는새, 무라카미 하루키)을 친구에게 맡겼죠.

 

논산은 월요일, 목요일 입소하고 그 입소대에서 3일 있다가 교육대로 넘어가잖아요.

입소대에서는 온갖 신체검사를 하지요.. 군복도 주고 그랬던거 같은데..

암튼 저는 화요일에 들어갔어요.

월요일이 공휴일이었어요. 지금 달력을 보니까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화요일이 입소였어요.

입소대에서 이틀만에 검사를 끝내고 교육대로(몇연대인지 기억도 안나요) 넘어갔죠.

그날 밤 잔뜩 긴장해서 교육대에서 주기(번호표 바느질)를 하고 있는데.. 조교가 오더니..

'야~ 몇번 훈련병 누구야?'라고 하길래 '*** 훈련병, ***' 이렇게 대답했죠.

그랬더니 '너 피검사 결과 귀향조치다. 더블백 싸라~'라는 말이..

경상도 사투리가 난무했던 내무실 안은 '얼~~' 이런 부러움의 소리가 퍼졌고 저는 흐뭇하게 미소지으며 더블백을 쌌지요.

 

어떻게 입소대로 돌아왔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아무튼 입소대에서 집으로 돌아올때 그 추운 겨울 겉옷과 대부분의 돈을 친구들에게 준걸 후회하면서..

대전의 친구에게 전화를 했죠.

"어? 어떻게 나왔어? 니 옷이랑 책? 책은 버렸고.. 옷은 어디에 뒀더라.. 아.. 대전 은행동의 당구장 옷걸이에 걸어놓고 그냥 왔는데?"

힘겹게 대전으로 가서 옷을 찾고(남아있었습니다) 시골로 돌아왔었지요..

 

군을 가기 전부터 참으로 힘겨웠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군대 가기까지만 쓰면 나머지 군생활은 휘리릭 쓸 수 있을거 같네요..

 

혈액검사 결과는 간 수치가 높은건데.. 지방간 뭐 이런거겠죠? 수치가 높아서 7급이 나온걸로 알고 있습니다. 7급은 재검 대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