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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기일...
게시물ID : gomin_4571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a..
추천 : 4
조회수 : 17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0/28 21:09:01

그녀의 기일입니다.

벌써 10년도 더 지난 얘기이지만 저에게는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네요...

고등학교 시절

3년간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중3때부터 고3때까지...

같은 동네에 살았고.... 어렸을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 부모님들끼리도 친분이 있었습니다.

그녀랑 사귀는 3년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같이 여행도 많이 갔었는데....

그녀는 저보다 한살이 많은 누나 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제가 나이가 더 많아져버렸네요...

사귄지 3년이 되던 고등학교 3학년때

누나는 대학생이였고... 제가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갈때

같이가자고 학교 근처에서 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야자를 마치고 누나를 만나러 가는길...

누나에게 전화를 해서 항상 만나던 곳에서 만나자고 얘기를 했었죠...

누나랑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가 신호등 바로 앞이라 누나가 제가 오는 모습을 보고는

밖으로 나와 저보고 건너오지 말라고 하는거예요...

자기가 건너갈테니 기다리라고...

그때 말렸어야했죠....

그런일이 생길줄은 몰랐거든요....

야자가 끝났을 무렵이라 거의 밤 11시를 넘어 12시를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건널목을 건너던 누나가 제가 보는 앞에서 차에 치여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도 별로 없었고...

누나를 친 그 차는 잠시 정차하더니 곧바로 도망가더군요...

뺑소니.... 저하곤 상관 없는 그런 얘기인줄로만 알았어요...

누나가 차에 치인 순간을 목격한 저는 너무 놀라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멍하니 있던 저는 정신을 차리고는 누나에게 달려갔죠...

이미 정신을 잃은 누나 주위에는 피가 흥건했습니다...

저는 어쩔줄 몰라하면서 누나를 붙잡고 울기만 했죠...

결국 나중에 지나가던 사람이 병원에 연락해 구급차에 실려갔지만

이미 누나는 숨을 거둔 뒤였어요...

만약에 제가 그때 사고난 당시에... 바로 병원에 데려갔다면 누나가 살수 있었으까요?

가장 후회가 됩니다.

마치 저때문에 죽은 것 같거든요...

제가 조금이라도 빨리 병원에 데려다줬으면...

그리고는 병원 장례식장에서 사진으로 본게 누나의 마지막 모습이였어요...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볼 것 같았던 일이 저에게도 일어나니...

무슨 심정인지 무슨 생각인지... 너무나 복잡한 기분이였어요...

누나 장례식장에서 저희 부모님이 다 계셨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아무말도 안나오더군요

그냥 눈물만 계속 나고...

그렇게 누나의 장례식이 끝난뒤 2-3년을 더 괴로워했어요...

누나가 외동딸이라 누나의 부모님이 저에게 한달에 한두번씩 전화를 하셔서는 우셨어요...

저도 그때 너무나 힘들었는데... 누나의 부모님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도 들고...

그런데 누나의 부모님계서 절 더 힘들게 하셨어요...

그래서 대학 4년간 여자도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고...

지금은 괜찮아졌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10년이 다되가니까...

그런데 누나의 기일이 다가오니 또 힘드네요...

일때문에 혼자 자취를 하며 살고 있는데...

위로 해줄 사람도 없고... 혼자 술이나 마시며 이러고 있네요...

처음에는 정말 자살까지 결심했었는데...

어떻게 살다보니 벌써 10여년이 지나있네요...

 

끝을 어떻게 맺어야할지...

누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해야겠어요

 

누나... 미안해

나 대학 졸업하고 결혼하자는 약속도 못지켜서 미안하고

공주님처럼 떠받들며 살겠다던 약속도 못지켜서 미안해

항상 웃게 해준다던 약속도 못지키고...

누나한테는 전부 미안한 일밖에 없는것 같네...

만약에 누나가 살아있었더라면

지금은 결혼했겠지? 아이는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꺼야...

내가 아직도 누나 생각땜에 이렇게 힘들어하는걸 보면

내가 누나를 많이 좋아하긴 했었나봐

솔직히 다른 여자를 만나는게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해

항상 여자를 만나게 되더라도 누나랑 비교가 되고

그래서 아직까지 혼자서 이렇게 살고 있는건가봐

나중에... 아주 멋 훗날에

내가 나이가 들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손주를 볼 나이가 되서 죽었을때...

죽고 나서 처음 보는 얼굴이 누나였으면 좋겠다...

미래의 부인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도 언젠가는 다른 여자 만나서 결혼하고

알콩달콩 살겠지만 그렇다고 누나를 잊은건 아니야

누나 덕분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누나 덕분에 내가 더 성숙해진것 같아...

그래서 평생 기억할려구...

누나 사랑해

 

 

 

P.S - 술을 마셔서 글이 뒤죽박죽 이여도 이해해주세요

          얘기 할만한 곳이 여기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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