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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서포터 "수호신" 이 욕먹는 이유?
게시물ID : sports_79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유여자내꺼
추천 : 11
조회수 : 118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7/09/14 12:01:40
최근 안정환 선수 사건과 관련하여 FC서울 서포터들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련 글이나 댓글을 보고 있자면 정식 명칭을 쓰지 않고 "GS", "상암팀", 심지어 "북패" 라던가 "패륜팀" 이라고까지 부르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 팀의 서포터가 발표한 사과문을 보며, 참을 수 없는 혐오감에 몇 자 적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왜 축구 사이트가 이닌 곳에 와서 하느냐고 하시는 말씀에는, 그들의 태생과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관련성을 짚고 싶어서라고 대답해 드리고 싶습니다.

팀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축구 서포터스

대개 스포츠 팀을 응원하는 사람이 좀 그런 편이지만, 축구 서포터스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감성적인 면이 훨씬 강합니다. 자기가 응원하는 팀을 스스로와 동질시하고 자신의 여유 시간이나 자금을 모두 투자하며 응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꼭 K리그나 유럽 리그가 아니더라고 하더라도, 사실 대부분의 한국 국민들은 FC 코리아의 서포터인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마치 수원 시민들이 꼭 서포터가 아니더라고 하더라도 K리그 수원삼성블루윙스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2만에서 3만 이상씩 경기장을 찾아 관전하고, 또 수원 팀의 승리를 많이들 기뻐하는 것과 같은 셈입니다.

하지만 대개 서포터스라고 불리는 인종들은, 팀을 지지(Support)하는 것을 좀 지나칠 정도로 열심히 합니다. 뭐, 논리적인 영역을 좀 벗어난다고 봐야겠죠. 이런 비논리성이 적용되는 곳은 아마도 이 밖에는 "가족 관계" 정도나 "부부/애인 관계" 정도가 아닐까 할 정도입니다.

가족처럼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한 그 이름, 서포터

K리그의 서포터 중에도 가장 열심인 서포터가 있었으니 바로 안양LG치타스와 부천SK의 서포터들이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이기는 하지만 안양이나 부천의 서포터들은 "이 친구들 진짜 골때려" 소리가 나올 정도로(비하의 의미가 아니라, 일종의 감탄입니다) 열혈 서포터들이었습니다. 부천은 한 때 2만인가 3만이 넘는 관중이 꽉꽉 들어차던 인기 팀이었고, 안양도 2003년 까지는 리그에서 관중 동원 3위권 안에 들던 팀이었습니다. 서포터의 열기는 말할 것도 없었지요.

그런데 시즌을 마치고 서포터들이 팀의 프런트들과 함께 "서포터 데이"를 준비하고 있던 어느 날, 안양 LG 치타스는 갑자기 서울로의 연고 이전을 발표했습니다. 바로 전날까지 서포터와 전화로 의논을 하던 바로 그 스탭들이 말이죠.

다소 비논리적일 정도로 팀을 아끼고 사랑하던 - 원래 사랑은 논리가 아니므로 - 서포터들에겐 청천벽력, 어제까지 잘 살던 배우자가 어느날 갑자기 야반도주해서 이혼서류 내민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것도 바로 옆집 부자 아저씨하고 말이지요.

거기에 그 팀은 "버스 보내줄테니 안양 시민은 앞으로 서울을 응원해라" 라느니 "낡은 안양 운동장에서 뛰다가 서울에 오니 너무 기분이 좋다" 느니 하는 말을 공식 석상에서 합니다. 이혼당한 남편과 자식들은 도망간 아내/엄마에게 두 번 상처를 받은 것과 같은 셈입니다.

이렇게 가족으로부터 배신당한 것과 똑같았다고 해서 윤리를 저버렸다는 의미로 "패륜"이라는 비공식 명칭이 붙게 된 겁니다.

가족을 버린 팀의 새로운 서포터, 수호신

새로운 배우자한테 가버린 그 사람에게도 새아들, 새딸이 생겼으니 바로 그 이름이 수호신입니다. 탄생부터 "클린서포팅"을 외치며, 새롭게 탄생(했으면서도 안양시절의 역사는 그대로 자랑하는)한 FC 서울의 서포터를 자처합니다.

이 때, K리그의 다른 팀 팬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팬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으며 연고 이전을 한 팀을 응원해 준다는 것은, 또 다른 연고 이전 행위를 정당화 하는 것이므로 옳지 않다"

하지만 이에 대해 수호신 이라는 단체의 입장은 이랬습니다.

"연고 이전으로 인해 아쉬움을 갖게 된 안양 팬과 시민들에게는 유감스럽지만 우리는 이 팀을 지지하겠다"

여기에 일부 축구인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서울이라는 큰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으므로, 안양 팬들에게는 유감스러운 일이나 연고 이전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면 된다."

심지어 수호신 중 일부에서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짜피 이렇게 된거 우리가 열심히 응원하겠다.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뭔 놈의 "유감"이 그렇게나 많은지 몰라도, 결국 안양 시민들은 자기들끼리 작은 조기 축구에 가까운 팀을 만들어 언젠가 K리그에 입성하겠다는 꿈을 키우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안양 시민들이 기업의 자금을 유치하려고 해도 "안양은 프로팀이 버리고 간 곳인데 무슨 새 팀이냐" 는 논리 때문인지 기업의 자금 유치는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더군요.

잘못의 인정은 비슷한 잘못를 예방하지 못한다

그런데 "다시 이런 일이 없으면 된다" 라고 했던 말과는 달리 얼마 지나지도 않아 이번에는 부천SK라는 팀이 어느날 하루 아침에 제주로 야반도주를 하고 맙니다. 말하는 논리는 다른 것 같지만 별반 차이가 없는.... "서귀포 구장을 비워둘 수 없다"  (상암 구장을 비워둘 수 없다.. 라는 논리와 같은..)

K리그 최고의 열혈 서포터였던 부천 서포터들은 그야말로 가슴에 큰 상처를 안게 되었습니다. 제주팀 역시 연고지 이전 후 구단 홈페이지에 "유감 스럽다" 는 식의 표명으로 땡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유감"..

그런데 이 때 제주팀이 된 SK에서 내세운 논리는, 왜 우리만 연고 이전 못하나? 였습니다. 여기에 어느 누구도 반박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반박을 하고 싶어도 바로 1년 전에 "서울로의 연고 이전"을 정당화해준 사람들이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은 악화 일로를 걸어, 이후 N 리그(2부리그)에서 한 차례의 연고 이전도 발생했고, 올 해에는 아예 정몽준 회장 스스로 나서서 현대미포조선팀이 승격하게 되면 서울로 연고이전하겠다는 말까지 흘러나올 정도로 연고 이전이 당연스러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 버렸습니다. 문제는 현대미포조선 역시 서포터가 존재하며, 이들은 현대미포조선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이나 그 가족들이 주축이라는 점입니다. 즉, 누군가의 가슴에 또 피멍이 들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연고 이전에 면죄부를 부여하고도 유감조차 없는 단체, 수호신

K리그의 다른 팬들이 수호신이라는 단체를 매우 싫어하는 이유는, 그들이 FC서울에 연고 이전의 면죄부를 적극적으로 부여함으로써 그 이후 다른 팀의 연고 이전의 정당성을 제공했다는 것이 가장 큽니다. 그리고 그들은 처음에는 조금 "유감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는데 시간이 갈 수록 "연고 이전이 뭐가 문제냐" "팀을 빼앗긴 놈들이 바보지" 라는 식으로 떳떳해 합니다."유감스럽기는 하지만, 그건 너의 잘못도 있다. 오해를 풀자" 라고 말합니다. 이 낯익은 표현은 안정환 선수에게 한 것이 아니라 다른 K리그 팬들이나 안양 분들에게 그들이 하는 말입니다.

아울러, 그 단체를 싫어하는 또다른 이유는, 바로 그들이 "클린 서포팅"이라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현재의 서포터에 대한 일반인들의 오해를 풀 필요가 있습니다. 잘 모르는 분들은 축구팬들이 전부 무슨 훌리건인 것 처럼 생각할지 몰라도, 사실 대다수의 서포터는 동네 아저씨, 아줌마, 처녀, 총각, 학생들입니다. 수원의 그랑블루 서포터만 해도 학교 선생님이라던가 하는, 적어도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을만한 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논리보다는 비논리가 더 익숙한 열혈맨들도 많고, 법보다 주먹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한 대 맞으면 참지 않고 받아 치기도 하고, 또 사회적으로 쉽게 용납하기 힘든 짓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일반적인 분위기는 스스로 자제를 하자는 것입니다. 욕 한마디 할 시간 있으면 응원 한 마디 더 하라는 것이죠. 이렇게 서로서로 좋은 방향으로 끌어갑니다. 물론, 상대 선수가 우리 선수에게 위험한 태클을 하거나 너무나 명백한 오심이 나오게 되면 욱하는 마음에 욕이 튀어나오는 것은 꼭 축구팬이나 서포터라서 더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호프집이나 찜질방에서 국가대표 경기보다 욕하는 사람을 보는 것보다 그다지 심한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서포터들도 좀 열혈일뿐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뒤가 구리거나 범죄자 집단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수호신이라는 단체에서 들고 나온 것이 클린 서포팅 입니다. 그 말은 바꾸어 말하면 그 이전까지는 서포팅이 클린하지 못했다. 즉, 더러운 서포팅을 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쉽게 말해, 스스로는 다른 서포터들과는 전혀 다른, 윤리적 도덕적 의식을 가진 존재로서 기존의 더러운 서포팅을 거부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태생 부터가 윤리적, 도덕적이지 못하다는 겁니다. 즉,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오히려 더 윤리적이고 도덕적이라고 내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이중적이고 가식적인 그들의 사고 방식이 바로 이번 안정환 선수 사태의 해결 과정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태도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자신들의 치부는 빨리 덮어버리고, 클린 서포팅이라는 말을 앞에 세워 국면을 전환하려고 합니다. 잘못을 정중하게 사과하고 그것을 하나의 과정과 역사로 끌고가는 것이 아니라, 잘못에 유감을 표명하고 그것을 덮어 버립니다.

그러니깐 결론은

뭐, 다른 것은 없습니다. 게시판에 북패, 패륜이라는 말 쓴다고 그게 뭔지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또 공개된 게시판에서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도 있지만 - 당신도 X 로 순화시켜야 하는 세상이니까요 -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그리고 왜 그것이 잘못인지 이해해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 글을 보는 수호신 회원이 있다면, 이번 일에 대해 좀 스스로 부끄러워 해 주었으면 합니다. 다른 서포터들도 잘못을 저지르고, 실수를 하기도 하고 합니다만, 최근 대체적인 분위기는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인정하고 재발을 방지하고자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대세입니다. 수호신 게시판처럼 잘못을 정당화 하고, 오히려 비판론을 다구리하는 것은 다른 서포터들이 벌써 오래 전에 거쳐간 길입니다.

팀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반성하고, 또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 그것이 진짜 팀을 지지하는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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