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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연작] 방황하는 틈, 갈라짐 3
게시물ID : pony_160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불가필
추천 : 3
조회수 : 31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11/28 00:36:29

2.

http://todayhumor.com/?pony_15910

 

 

 

 

 

 

 

 

 

 

 

 

 

 

3.
  별에는 눈이 쌓이지 않는다. 별에 닿은 눈이 별빛에 미끄러져 아래로 내리면, 녹색에서 노랑이나 빨강 옷을 입은 산이 이번에는 흰 옷을 입는다. 높이서 보면 그것은 하나의 수의였다. 어쩌면 여러 벌이었다. 루나는 하얀 가운데를 날았다.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아 어디까지 가던 넉넉했다. 반짝이는 그녀의 갈기가 바람을 물리쳐서, 그 위에 업힌 트와일라잇은 추운 것을 느끼지 못했다.
  산은 희고 오똑했다. 그중에서도 어느 산이 주변의 설산들과는 다르게 홀로 높았다. 또 홀로 희지 않고 풀빛 그대로였다. 비탈지고 날카로워 감히 눈도 별빛도 내리지를 못하는 큰 산에 공주는 사뿐히도 내렸다. “이러다가 세상의 끝까지 가겠구나. 그곳까지 가서, 가도.” 느지막에 나온 귀뚜라미들은 얼어 죽어 그녀의 말을 방해하지 않았다. 조용한 산간에서 말소리는 달까지 닿았다. 등에 업은 포니를 내리게 한 루나는 산 정상에 바르게 앉아 말을 죽였다. 일체의 말도 끊고 달만 올려다보는 그녀에게 건넬 적당한 말을 트와일라잇은 찾을 수 없었다. 우아한 단어들이야 펑펑 내리는 눈만큼이나 많지만은, 어쩌면 주변 잡풀들의 씨보다도 많이 배웠지만은 그녀는 그것들 중 어느 하나도 감히 쓸 수 없었다.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허연 산만큼이나 캄캄한 산 역시도 적막했다. 눈이 까닥이는 소리만 있었다. 트와일라잇은 루나를 보고 루나는 달을 보고 달은 둘을 봤다. 루나와 달은 그저 보기 위해 떠오른 것처럼 보기만 했다. 자칭, 이퀘스트리아를 지키기 위해 태어난 트와일라잇은 침묵을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가 옆에서 무얼 하여도 루나는 조용했다. 하는 말이 없어 그저 정갈한 돌무더기 같았다. 굳은 모습이 아는 누구와 같아서 그녀는 난데없이 오싹해졌다.
  “공주님, 루나 공주님!”
  트와일라잇이 얼마를 흔들고서야 루나가 응답을 했는지는 누구도 모르나 그 횟수가 대단하단 것만은 모두가 안다. 루나는 그제야 트와일라잇을 보았다. 본 것도 아니다, 살짝 훔쳐보곤 다시 달을 향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달무리 겉으로 떠올랐다가, 지나는 구름을 타고 산으로 내려왔다. “혼돈의 시대가 도래했구나.” “예! 정말로요. 어떡하면 좋죠, 공주님?” 루나는 고개를 저었다. 공주는 질리도록, 계속 달을 봤다. ‘어떡하면 좋아, 언니.’ 달은 돌이 아닌 달이었다.
  “이대로 맥없이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트와일라잇은 으르렁거렸다. 그녀의 적개심이 하늘까지 솟아 별길을 열었다. 만약 디스코드가 나타난다면, 그녀는 당장에라도 물어뜯고 들이받을 듯하다. “제 오빠도, 근위대들도 있잖아요! 용맹한 장군들도 부르면 올 것이고 마법사들도 머리를 맞대고 있을 거예요. 공주님, 캔틀롯으로 돌아가죠. 돌아가서 맞서 싸워야 해요!” 트와일라잇이 허공에 발굽을 휘둘렀다. 그녀의 발길질에 미풍만 일렁였다. 루나는 그 미풍이 부러웠다.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란다, 트와일라잇 스파클. 그 시도는 이미 천 년도 더 전에 꺾였지. 왜 포니들이 디스코드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했겠니? 용맹한 창검과 현명한 마법으로도 그를 물리치지 못했어.” 오직 조화의 마법만이 그를 막을 수 있었지. 루나는 또 달이 보고 싶어졌다. 트와일라잇이 그녀의 고개를 잡고 눈을 마주했다. “그럼에도 봉인시키는 데에 성공했잖아요. 조화의 원소로!” 트와일라잇은 목에 힘을 주었다. 칙칙하고 구부정하던 뿔이 다시 빳빳해지며 화려하게 빛이 났다.
  “자, 가요. 공주님. 친구들을 찾으러 가요! 조화의 원소가 다시 모이면 방법이 생길 게 틀림없어요.” 그녀는 굳은 루나의 다리를 잡고 끌었다. 조그마한 유니콘이 끌기에 돌 같은 알리콘은 너무 무거웠다. 트와일라잇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리 하나를 어깨에 둘러메고 언 풀이 뿌리를 보일 때까지 땅을 끌며 끌었다.
  루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달은 쳐다도 보지 않고, 지친 암말을 등 위에 얹고 다시 날았다. 굳어서 다시는 못 펼 줄로만 알았던 큰 날개가 다시금 펼쳐진다. 검고 반짝이는 밤하늘이 그녀의 날개를 닮았다. 높은 곳에서 밤하늘이 날아 낮은 곳으로, 또 낮은 곳에서 훌쩍 뛰어 높은 곳으로, 그렇게 달은 묘한 열기가 섞인 어둠을 뿜으며 날아서 갔다.
  언제까지고 어둠을 뿌리면서 날고만 있을 수야 없었다. 한참을 난 루나는 문득 더웠다. “좀, 뜨거운데요…….” 둘은 서로 느끼는 바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흠칫했다. 날개가 바쁜 루나의 몸이 데워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나, 어쩌면 가죽을 맞대고 있던 트와일라잇에게 열기가 옮는 것도 틀리지는 않을 수도 있으나. 갈라지는 바람을 피해 내내 고개를 숙이던 트와일라잇은 아찔함에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놀라 하마터면 공주님의 등에서 떨어질 뻔했다. 간신히 퍼지는 갈기 끝을 잡은 트와일라잇이 입을 열었다. “공주님, 태양이!” 그렇지만 루나는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보지는 않아도 짐작할 수는 있었다. 뜨거워지는 것만 아니라, 그녀는 꼬리가 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호,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나?”
  태양은 루나의 옆으로 떴다. 이글거리는 불꽃에 디스코드의 말이 새겨져 있었다. “디스코드!” 루나는 곁눈질을 하기에도 충분히 바빴고, 트와일라잇이 대신 태양과 맞섰다.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야. 봐, 봐?” 해가 뜨니 달이 졌다. 해가 떴는데도 달이 또 뜬다. 채 얼마가 지나지 않아 다시 지고 뜬다. 오갈 길을 잊은 별들이 빙빙 돌았다. “그만하면 됐어, 트와일리. 넌 충분히 수고했다고.” 그는 다른 하나는 본 척도 하지 않았다. “캔틀롯에서 기다리고 있어, 디스코드! 곧 그 짜증나는 입을 막아버릴 테니까!” 뿔이 번쩍인다.
  낮이건 밤이건 겨울바람은 한 결 같이 차다. 보랏빛 뿔이 다스리는 대로 바람이 따랐다. “이건 뭐지, 스파클?” 바람은 뭉치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하며 해와 달과 뿔의 주변을 돌았다. 바람은 모일수록 차가워졌다. “선물이야, 디스코드.” 일정한 선을 그리며 날던 바람들이 풀려난다. 풀려난 바람들은 어떤 것은 난폭하게 어떤 것은 잔잔하게, 또 어떤 것은 높은 봉우리들을 찢어발기며 날았다. 제각기 날아간 바람들의 도착지는 모두 같다. 바람은 시기가 맞지 않는 태양의 주변을 둘렀다. 디스코드는 그저 웃었다. 웃음소리에 불똥이 섞여 태양 밖으로 삐져나오면 바람이 금방 실어서 눈밭으로 내려 보냈다. “이제, 가!” 바람이 스며든다. 불덩어리는 더 이상 있질 못했다. 그것은 타오르기를 그만두었다.
  태양이 붕괴되며 혼돈이 퍼졌다. 그것은 너무 짙었다. 밤하늘에 덧칠된 혼돈이 별들을 내몰았다. 빛을 껌뻑거리며 별들은 갈 곳을 몰라 그저 빠르게 다녔다. “이제, 계획을, 세웠어요!” 트와일라잇은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갈기를 조금 스쳐서 별이 지나간다. 별빛은 길로 남아 달과 이어졌다.
  날아오는 별을 피하느라 알리콘은 날갯죽지가 아렸다. 날개가 한 번 펄럭이면, 바람을 타고 별들이 달려들었다. 달의 긴 뿔이 은은하게 빛을 발한다. 빛은 조금씩 퍼져 어느새 밤하늘을 덮은 혼돈을 덮었다. 크게, 한 번 번쩍.
  많은 혼돈이 버티지 못하고 하늘에서 떨어져 눈밭이나 풀밭에 처박혔다. 혼돈이 벗겨진 자리에 몇 별이 들어가 밤을 다시 채웠으나 몇 별은 그러지 못하고 계속해서 쏘다녔다.
  “트와일라잇, 이 상황에 알맞은 마법을 아느냐?”
  뿔과 날개가 지나간 길로 별빛이 담기어 흐른다. 유니콘은 한참을, 별 열다섯 개를 피하고 나서 답했다. “예, 공주님, 혹시 말예요.” “왜 그러니?” “공주님 앞, 앞!” 루나는 뒤를 돌아보다 별과 만났다. 별은 두 암말을 보드랍게 감아 지상으로 내동댕이쳤다.
  “헤헤.” 떨어지며, 트와일라잇은 멋쩍게 웃었다.
 

 

 

 

 

 

 

재미없네요. 묘사가 잘 되었기만을 빕니다.

3700여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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