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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 운문 미싱, 운문 어디에도 새가 되는 나무는 없다
게시물ID : readers_44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잿더미처럼
추천 : 10
조회수 : 363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2/12/01 20:29:48

미싱

 

늦은 밤

온종일 제 몸을 돌리던 미싱기

배냇저고리를 기우며

한바탕 울음을 그치고 고이 잠든

미우나 고운 아일 내려다보며

배고픔을 잊었다

 

십만원을 조각낸 장난감보다

외삼촌의 손에 들려온

세발자전거보다 이젠

만화책을 집는 녀석

소리 지르며 제 방문을 닫을 때

 

장롱속 가장 깊숙이 고이 숨겨놓은

배냇저고리는

물어뜯은 흔적하며

잔뜩 배인 분유냄새에

하얗게 먼지 앉은 재봉틀

배고픔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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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새가 되는 나무는 없다

 

동틀 무렵 올려다 본 하늘

서쪽으로 날아가는 저 새들에게

깃털 가득 이파리 내음이 배어있다

 

무거운 발 벗고

그 숲, 찾아가고 싶었다

나무들이 사는 숲

저 깊고 깊은 산 속 어딘가

가지들이 단단한 뼈가 되고

이파리가 깃털되어

뿌리를 박차고

나무가 새가 되어 날아가는

 

아직은 새가 되지 않은 나무 찾아

등허리에 꼭 붙잡고 매달려서

나무가 새가 되어 날아가면

구름에 업히고 싶었다

 

땅에 묶인 발치에

사뿐히 내려앉아 발등을 쪼아대는 녀석

초록 빛 뽐내는 깃털을 뒤적여

멀리 아침을 알리는 성당의 종소리처럼 마주치는

영롱한

그 눈

나른하게 한숨을 내쉬고는,

이봐, 어디에도 새가 되는 나무는 없어

째려보는 소리 눈부시다

 


[email protected]


운문이라고는 썼지만 시같지도 않은 걸 시라고 써 올리니 창피하기만 하네요...

학교에서 대차게 까였었지만 기념삼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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