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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 산문 (소설) 제목:볼 수 있을 것이다.<호러>
게시물ID : readers_45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앙대!!!
추천 : 9
조회수 : 37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2/12/01 21:27:19

오늘의 유머에서 자주 글을 쓰던 아..앙대!!! 입니다.

용팔이 일화시리즈/지난날을 고백합니다.txt/게임후의 개운함을 가져다 주는것은 승리만이 아니다.txt 등을 썼고요

문학 게시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런 좋은행사가 열려 가슴이 뜁니다.^^

모두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래요~  참고로 소설 장르는 미스테리 호러입니다 작품 해설은 댓글에 달겠습니다^^

 

 

  그녀가 눈을 맞으며 서있다. 신호등 건너편에서 그녀는 내 쪽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잔뜩 설렌 모습이 보인다. 양쪽을 대충 살핀 그녀가 내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한다. 건너오지 말라고 목이 터져라 외쳐보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녀를 거부하는 이유는 그녀를 싫어해서가 아니다. 어째선지 다음 장면을 이미 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둔탁한 충돌음이 들린다. 보지 않으려 눈을 감지만, 난 그녀의 모습을 똑똑히 알고 있다. 옆에서 돌아 나온 흰색 덤프트럭, 번호판의 번호와 부서진 왼쪽 백미러까지 난 그 차를 알고 있다. 그리고 관절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인 체 널브러져, 함몰된 머리에서 세어 나오는 피와 뇌수……. 그 모든 게 이미 내 기억 속 뿌리 깊이 박혀있다.

 

  비명과 함께 잠에서 깬다. 요즘 자주 꾸는 소름 끼치는 꿈……, 이 꿈 때문에 요즈음에는 잠드는 게 무서워질 지경이다. 밀려오는 불안감에 불을 켠다. 하지만 그녀는 멀쩡히 내 옆에서 자고 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정리가 안 돼 이리저리 어질러진 부엌으로 나가 정수기에서 냉수를 들이켠다. 진정이 되는 것이 느껴진다. 다시 침대 위 그녀의 옆자리로 들어와 잠을 청한다. 문뜩 다시 밀려오는 불안감에 불을 켜고 그녀의 모습을 다시 확인한다. 또렷한 그녀의 형체를 확인하고 다시 잠에 든다.

 

  아침6시 반, 눈을 뜬다. 밖으로 나와 회사를 갈 준비를 하고 아침을 먹는다. 요리 솜씨가 좋았던 그녀지만 매일 먹어서 인지 요즈음에는 그녀의 음식이 그다지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는 나와 함께 밥을 먹지 않는다. 평소 아침을 잘 먹지 않은 습관이다. 예전만 해도 억지로 조금씩 먹어보려 애쓴 것 같지만 포기한 듯하다. 내가 출근한 뒤에 늦은 아침을 먹는 것 같다. 현관까지 그녀의 배웅을 받는다. 눈웃음을 주고받은 뒤 출근을 한다.

 

  기다리던 퇴근시간, 집에서 기다릴 그녀를 생각하며 설렌 마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현관을 열자 그녀가 나와 있다. 현관에서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집으로 들어선다. 간단히 씻은 후, 그녀와 저녁을 먹는다. 어째서인지 그녀는 음식에 입을 대지 않는다. 컨디션이 안 좋은 듯하다.

식사를 마치고 식탁에 그녀와 마주앉아 대화를 한다. 내가 하루 중 가장 고대하는 시간,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은 회사에서 평소 자신을 못살게 굴던 상사가 요즈음 들어 잘해준다는 이야기, 여직원들이 자신의 뒷담화를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예전에는 그녀도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어째 점점 말수가 줄어들어 이제는 거의 내가 이야기해주는 식이다. 그녀는 그저 듣다가 가끔 표정과 몸짓, 감탄사로 반응해준다.

 

  긴 이야기를 마치면 그녀와 함께 침대로 향한다. 그녀는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이불을 덮어주고, 학생 때부터 취미인 글쓰기를 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상상력이 뛰어나다고 칭찬을 많이 받았다. 많은 대회에서 받은 상장들이 집 한쪽에 놓여 있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 질 때 즈음, 노트북을 닫고 나도 그녀 옆에서 잠을 든다. 그녀와 결혼한 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더없이 행복하다. 영원하기를 빈다. 그렇게 생각하며 잠에 빠진다.

 

  새벽 4, 또다시 난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깬다. 식은땀 범벅이 되어서 가쁜 숨을 몰아쉰다. 진정이 된 뒤, 옆을 돌아본다. 어째서인지 어둠속에서 그녀의 형체가 느껴지지 않았다. 불안감에 휩싸여 불을 켠다. 그녀는 자고 있다. 다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침대로 돌아간다. 어둠속 그녀의 실루엣을 주시하다 잠에 빠진다.

 

  요즈음 들어 그녀가 무기력해짐을 느낀다. 말수도 행동도 눈에 띄게 많이 줄어들었으며 표정도 변화가 적다. 컨디션이 많이 나쁜 것 같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그녀가 현관에 없다. 다급히 집안으로 들어와 그녀를 찾는다. 방에서 슬며시 그녀가 나온다. 몸이 좋지 않아 쉬고 있었던 것 같다. 몸에 좋은 것을 사다 먹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말 아침, 오랜만에 그 거지같은 꿈을 꾸지 않고 개운한 아침을 맞았다. 기지개를 펴며 옆을 돌아봤는데 그녀가 없다. 먼저 일어났나 생각하며 나가보았다. 부엌과 거실 어디에도 그녀가 없다. 당황하던 찰나 식탁 위 쪽지가 눈에 들어온다. 그녀가 요양 겸 잠시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한다. 결혼 후 많은 습관들을 우리는 서로 닮아 갔다. 어느새 인가 글씨체도 분위기가 많이 비슷해졌구나 생각하며 미소를 짓는다. 여행에서 그녀가 활력을 되찾아줬으면 한다.

 

  저녁 즈음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잘 있는 듯하다. 그녀가 여행을 떠난 지 2주째 그녀는 돌아올 생각을 않는다. 아직 회복이 덜 된 듯하다. 저녁마다 전화로 간단히 안부를 듣지만 그녀가 보고 싶다. 그녀를 만나러 가기로 결심했다.

 

  오늘은 그녀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니 잘 차려입었다. 양복도 새로 사고 머리도 새로 했다. 거울 속 모습이 썩 괜찮다.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넥타이를 졸라맨다.

  넥타이가 좀 많이 죄여 목이 답답하다. 옷깃을 마지막으로 다듬었다. 그녀를 만나러 갈 생각에 설레여 온다.

 

  그리고 난 발밑의 의자를 걷어찼다.

 

  넥타이가 더욱 세게 죄여든다.

 

  그녀를 이제는 볼 수 있다.

 

  볼 수 있을 것이다.

 

 

 

 

 

  탁자위에 핸드폰이 놓여져  있다.

 

  '핸드폰 통화 내역은 어째서인지 비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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