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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잠의 요정 1
게시물ID : pony_190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불가필
추천 : 5
조회수 : 24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2/12/11 16:39:40

1.
  넓은 하늘도 꽉 차도록, 잔뜩 낀 먹구름만 보면은 비가 추적추적 내려 작은 집들 사이로 깔린 돌바닥이 미끄러울 것만 같았으나, 사실 구름은 팔짱 끼고 지나기만 하고 비는 내리지 않아 돌 깔린 길은 미끄럽지 않고 뻣뻣했다. 하지만 낡은 나무바퀴는 그런 길에서도 똑바로 가지 못하고 자꾸만 몸을 틀었다. “멍청한 바퀴 같으니라고.” 마차 옆으로 조그맣게 난 창으로 머리를 빼꼼 내민 트릭시는 코를 틀어막았다. 비가 오기도 전에 어디 하수도가 벌써 넘쳤는지 불쾌한 냄새가 거리에 가득하고 집집마다 배여 있었다. 떠도는 포니는 다시 머리를 넣고 창문을 닫는다.
  후미진 도시의 좁은 길을 겨우겨우 가는 마차가 신기한 듯, 어느 틈에 어린 포니들이 몰려들어 마차의 뒤를 졸래졸래 따랐다. 트릭시는 컴컴한 마차 안에서 뒤를 보지 못했지만 가볍게 들리는 걸음소리로 몇 망아지들이 그녀를 따라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발굽을 들어 이마를 가볍게 문질렀다. 그녀는 아이들이 아주 싫었다. 그들은 자꾸만 물어보고 요구해 그녀를 귀찮게 만든다. 근 며칠간 한숨도 자지 못한 그녀에겐 평소에도 귀찮긴 하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귀찮다.
  마차가 갑자기 빨라진다. 불지 않아 넋 놓고 있던 바람이 재빨리 지나가는 마차에 치여 담벼락에 부딪힌다. 작은 걸음소리들은 바람을 겨우겨우 피하며 마차가 간 길을 쫓았다. 그렇게 한참을 쫓고 쫓기다가 마차가 멈추었다. 그러자 걸음도 멈추고 뒤로 난 창이 조금 열렸다.
  “왜 트릭시를 따라오느냐?” 어린 포니들은 키가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하고 털빛도 눈빛도 다 달랐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목소리에 겁먹었다. 궁금해 쫓다가도 막상 마주하니 할 말이 궁하다. “아니, 저기요. 마차가 아무도 안 끄는데 혼자 가잖아요. 그냥 신기해서…….” 하나가 용기를 낸답시고 쭈뼛거리며 말했지만 트릭시의 귀에 그런 말은 닿지 않았다. “저리 가라.” 어느 집 대문 옆에 세워진 빗자루를 찾은 그녀는 그것을 끌어와 마차 주변을 쓸었다. 먼지도 쓸고 악취도 쓸고 망아지들도 쓸어버린다. 마법 받은 빗자루가 사납게 밀쳐대는데 어리고 여린 이들이 버틸 리가 만무하다. 쉽게 귀찮은 것들을 치워버리고서야 마차는 다시 움직였다. 삐그덕 소리를 내면서 끄는 이 없이 잘도 굴러간다.
  해가 질락 말락 하는데 도시는 벌써 조용하고 앞쪽의 창문만 연 마차가 빛이 들지 않아 어둑하다. 쓸쓸하니 저절로 귀가 밝다. 그래서 망아지들이 먼젓번보다 더욱 조심해서 걷는 소리까지도 어렵지 않게 들린다.
  귀찮아. 트릭시가 입술만 뻐끔거린다. 바퀴를 계속 굴리면서, 그녀는 조심스레 이불 위에 누웠다. 이불을 깔아도 밑바닥을 뚫고 한기가 들어오는 마차는 이것저것으로 비좁아 공간이 얼마 없다. 그녀는 서랍장에 머리를 부딪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몸을 꼼지락거려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잘 가던 마차가 덜컹인다. 멍청한 바퀴 탓에 향방이 틀어진 마차는 뉘엿뉘엿 저무는 햇빛을 받아 환해졌다. 트릭시는 귀찮은 것들이 따라붙어도 곧 꺼질 빛이 들어도 아무래도 괜찮았다. 그녀는 단지 졸음이 반가웠다, 그냥, 푹 자고 싶었다.

 

 

 

 

 

 

 

 

 

일주일 쯤 전부터 준비한 소설인데, 한 편으로 쓰기는 길어서 나눠서 씁니다. 프롤로그는 짧아 약 천오백 자. 좀 많이 짧기는 한데 여기서 딱 끊어야 해서 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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