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한 현대차의 2013년형 에쿠스가 국내에선 미국보다 2배나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11일 미국 현대자동차(HMA) 홈페이지를 통해 차량 가격 및 견적을 조회해보면 2013년형 에쿠스는 일반 오너드라이버용

5시트 버전인 '시그니처'가 5만9250달러(약 6380만원)에, 리무진 버전인 '얼티메이트'가 6만6250달러(약 7130만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각 주별로 인센티브 등의 차이는 있지만 이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두 차종 모두 풀옵션, 단일 트림으로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옵션으로 인한 가격 변동은 없다.

여기에 탁송비는 별도로 900달러(약 96만원)가량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문제는 국내에서 똑같은 차가 2배가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에쿠스 리무진 5.0 프레스티지는

1억4672만원에 팔리고 있다. 미국 차값의 2배가 넘는다.

일반 오너드라이버용 세단 5.0 프레스티지 가격은 1억1193만원이다.

역시 6380만원에 팔리는 미국 모델 가격의 2배에 가깝다.

기존에 제네시스나 그랜저 등도 국내 판매가격보다 미국 판매가격이 낮았지만 에쿠스만큼 가격 격차가 심한 경우는

없었다.

'아제라'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팔리고 있는 그랜저의 경우 3.3ℓ 배기량의 모델을 국내 판매 중인 HG330과 비교해본 결과

미국 판매가격은 3만7000~3만8000달러(약 4000만~4100만원)로 국내 판매가격인 4069만원과 거의 비슷했다.

쏘나타의 경우 2800만원대인 국내 터보GDI 모던과 같은 등급인 SE 2.0L TGDI모델과 비교해보면 미국 판매가격이

2만6000~2만7000달러(약 2800만~2900만원)로 조금 더 비싸다.

에쿠스의 경우 풀옵션 한 가지로만 팔린다는 점에서 다른 차들처럼 미세한 옵션차이조차 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소비자들은 차량을 구매할 때 옵션을 세분화해서 구매하는 경향이 있어 국내 판매 모델과 수평 비교하기는

어렵고, 보통 우리나라보다 옵션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에쿠스의 경우 한 개 트림으로만 운영하면서 완벽하게

풀옵션으로 판매 중이다. 국내에서 신형 에쿠스를 출시하며 자랑거리로 내세웠던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차량통합제어시스템(AVSM)이나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후측방 경보시스템 등은 미국 버전에도 들어가 있다.

빠진 옵션은 풀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텔레매틱스 시스템인 블루링크 등 몇 가지밖에 없다.

아무리 많이 잡아도 500만원 내외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현대차 측은 "미국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가 그랜저급까지는 어느 정도 위치를 확보하고 있고, 브랜드 파워도 확보했지만

에쿠스와 같은 최고급 세단의 경우 아직 유럽 브랜드와 같은 가격을 받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이 때문에 경쟁사보다

더 낮은 가격을 의도적으로 설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팔리는 에쿠스는 월 300대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아직은 초기 실험단계"라고 말했다.

현대차 측은 또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역시 자국에서보다 미국에서 싸게 팔고 있다"면서

 "우리만의 문제라기보다는 미국이라는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가격이 이렇게 설정된 것으로 봐 달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럽차들도 최고급 세단의 경우 미국에선 자국에서보다 싼 가격을 받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500 4MATIC는 독일에선 11만유로(약 1억5300만원)가 넘는 가격에 팔리지만,

 비슷한 S550 4MATIC는 미국에서 12만~13만달러(1억2900만~1억3900만원) 선으로 더 저렴하다.

BMW나 아우디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러나 현대차가 해외 브랜드들보다 자국과 미국의 차값 차이를 더 크게 두는 것이 문제다. 국내 소비자로선 이 같은

현대차의 가격 정책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거기다가 에쿠스는 이번에 한국에서 2013년형을 출시하면서

이미 가격을 최대 396만원까지 올렸다.

우리나라 공장에서 만드는 차인데도 해외시장에서 훨씬 싸게 판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얼마 전 미국에서 연비 하향 조정 사태가 터졌을 때 현대차가 보여준 신속한 대응에 국내 소비자들은

일종의 허탈감마저 느꼈던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 역차별 문제는 더 커질 전망이다.

국내에선 그랜저의 배기가스 실내유입 문제나 스포티지R와 투싼ix의 질소산화물 과대 배출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쉬쉬하며 넘어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 같은 가격 문제까지 불거지면 현대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 정서는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출처:보배드림

글쓴이:예원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