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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소소한 제 이야기나 좀 써보려고 합니다.
게시물ID : sisa_3281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appyBear™
추천 : 1
조회수 : 1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20 16:39:41

스스로 마음 달래기용으로다가..


고등학교 다닐때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을 보며 환호하고, 미선이 효순이 사건을 보며 분노했던 저는 대학교 입학 후 학생운동이라는 것과 마주하게 됩니다. 부조리한 대한민국의 현실에 눈을 뜨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지요. 수많은 강연을 들으며 느낀건 '역사는 진보를 향해 달려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믿음에 한 치의 의심도 없었지요.


2009년 학생운동을 정리하고 교직에 첫 발을 내딛으며 했었던 결심이 있었습니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나보다 더 좋은 세상, 정의로운 세상에 살게 하고 싶다고 결심했었습니다. 1년간 이명박 정부 아래 공무원이자 전교조 조합원으로 살며 시국선언도 하고, 여러 활동들을 하며 협박아닌 협박도 받았지만 결심은 한결같았습니다. 언젠가는 내가 하는 이 행동들이 세상을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라는 믿음은 변치 않았지요.


2010년, 늦은 군입대를 하고 군생활을 하던 도중, 학교 다닐때의 학생운동 이력과 전교조 시국선언때문에 기무사에 끌려가 국보법위반으로 조사받을때에도, 정권 교체와 함께 이런 시련은 끝이 날 것이다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 믿음이 어제 순간 흔들렸습니다.


내가 했던 일들, 내가 했던 결심들이 송두리채 부정당하는 느낌이었지요.


같이 사는 동생과 함께 집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몇 병째 빠르게 들이붓다 베란다에 잠시 나갔을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습니다.


이 후보, 내가 원래 지지하던 후보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지지하던 후보가 사퇴한 그 표심마저 모아 이 후보를 당선시키고 싶었습니다. 두시간 걸려 대구 집까지 내려가 부모님 손을 잡고 투표장까지 끌고 갔습니다.

투표율을 보며 이길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엄혹했던 지난 5년을 버텨왔으니 이제 그 엄혹한 시절을 다시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잠시나마 가졌습니다.

하지만, 투표율은 높았고 전투는 패배하였습니다. 우리가 할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것 같은데 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시대는 진보로 달려가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잡혀가고 끌려갈때도 들지 않았던 무력감이 저를 순간 무너지게 하더군요.


오늘 아침에 눈을 떴는데 햇살이 밝은게 참 미웠습니다. 그래도 하루는 밝게 비추더군요.


그러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아, 내가 과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였는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투표만 했고, 결과만 지켜봤습니다. 진보를 위해 달려가겠다는 사람이 그거 하나 해놓고 모든 것을 다 했다고 자신하고 있었습니다. 자만이었습니다.


과연 저 쪽 사람들이 간절하게 뛰었던 만큼 나도 뛰었나? 아니었습니다.


오늘부터 다시 뛸겁니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밝게 웃을 수 있는 세상으로 다시 만들어보렵니다.

힘들겠지만, 더 힘든 5년이 되겠지만, 열심히 살아보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마음이 다치신 모든 분들, 함께 열심히 살아봐요. 힘냅시다.


p.s 교사의 정치적 중립을 이야기 하실 분들이 있을거 같아 말씀드립니다. 교사라도 타 공간에 정치적 견해는 표현할 수 있구요. 수업할 때 절대 한쪽 논리만 주입하지 않는 것이 부끄럽지만 제 수업의 장점입니다. ㅎㅎ 토론수업을 사랑하는 교사랍니다~


아 속은 시원하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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