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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흡한 제 생각으론 20년 남았습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6447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잠이오네요
추천 : 0
조회수 : 12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21 01:55:28

전역한 친구와 이야기 하다가 깨달았습니다.


저는 군 안보교육이 너무 과장되어 허위 수준이니 명확한 사실만 전달해야 되고, 안보교육은 사실 전달로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반면 그 친구는 허위는 없다고 하며 그걸 믿지 않으면 자신의 지난 2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더군요.


그렇기 때문에 지난 2년을 잘못 보내지 않았다는 위안을 위해서 


안보 교육은 조금 과장된 내용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허위는 없다고 믿는겁니다.


베스트에 노년층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것에 대한 분석글이 있었는데 저도 그와 비슷한 입장입니다.


지금의 장년층이 끝까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세월에 대한 합리화를 위한 것입니다.


지금의 중장년층이 운동권이니 하며 불의에 맞설 무렵, 당시의 중장년층이던 그들은 생계라는 이유로 불의를 무시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이 민주화 운동을 하며 탄압 당할때, 자신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침묵했던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이제 일부 중장년층과 다수의 노년층이 되어 있습니다.


그들이 새누리당과 그 뒤로 박정희, 전두환을 지지하는 것을 멈추는 것은 


그동안 무시해왔던 불의와 친구의 불행에 침묵했던 것을 직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이 그걸 직시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자신들의 지나온 과거를 통채로 부정하는 것이고, 자신들이 잘못 살아왔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입니다.


노년층들이 살아온 세월에 비하면 군 2년은 겨우라고 해도 될정도로 짧은 기간입니다.


하지만 그 2년이 헛되지 않았다는 위안을 위해 사람은 안보 교육 이외에도


자신이 군대에 갈수 밖에 없었던 이유, 국내의 정세, 학업 등 여러 가지를 합리화 시킵니다.


하물며 수십년의 세월을 애써 묵인하고 침묵하며 지냈던 자신의 지난 세월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이제 새누리당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노년층과 중장년층들의 인생입니다.


그들이 불의에 투자했기 때문에 아니라, 그들이 불의에 침묵한 세월이 그들의 인생이 된것입니다.


사람이 사람 보고 네 인생을 통채로 부정하라고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필요하다면 해야되는 일이겠지만, 그것이 쉽게 된다면 세상이 이렇게 어지럽지도 않았겠죠.


결국 남은 것은 세대가 바뀌는 일입니다.


지금 하려는 발언은 지나치게 과격하고 어른에 대한 불경이 되는 말입니다만, 노년층들은 세월의 뒤편으로 가야합니다.


그리고 나서 유신시절 불의에 맞섰던 지금의 장년층들이 노년층이 되어 뒤를 받쳐야 합니다.


지금의 청년들이 중장년이 되어, 자식들에게 정의를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청년이 되어 정치를 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주변을 보면 사람이 바뀌는 것보다, 세월이 가는 것이 빨라 보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을 반대로 생각하면, 새 술을 담기 위해선 새 부대가 필요한 법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낡은 부대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낡은 부대에 낀 곰팡이를 씻어 내는 것이 가능할지 알 수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새 부대를 만들어야 되고, 거기엔 세월이 필요합니다.


물론 쥐죽은 듯이 그 세월을 보내자는 것이 아닙니다.


불의에 맞서 싸우며, 새 부대가 될 사람들에게 정의가 무엇인지 알려야 합니다.


세상에 한 세월에 이루어 지는 일은 없습니다.


20년-겨우 두 세대는 사람이, 그리고 사회가 바뀌기엔 아마도 너무 짧았던 것 같습니다.


흑인인권운동으로부터 시작하여, 흑인들이 불완전하지만 지금의 위치를 얻어 내는데에 얼마나 걸렸습니까.


사회 인식이 바뀌는데에 그정도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대선에서 깨달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최소 20년입니다.


다음 세대에 바꿀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겁니다.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정의를 외칠 수 있게끔 변화하는데 필요한 기간은 앞으로 20년 남았습니다.


불의를 잊지 말고, 투쟁해야 합니다.


그 긴 투쟁 끝에 우리는 떠나더라도, 우리 자식들에게 정의로운 사회를 쥐어주기 위해.


마지막으로 한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마무리 하고 싶습니다.



신은 죽었다 - Friedrich Wilhelm Nietzs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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