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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까지 시츄가 머리가 좋은 줄 알고 있었다.
게시물ID : animal_306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깍굼
추천 : 11
조회수 : 62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2/12/26 01:42:58

다만 시츄들이 머리가 나쁘다는 소릴 듣는 이유중에 하나가 고집이 지랄 똥고집이기 때문이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었다.

니가 다른 집 개들보다 배변 훈련이 늦어졌어도

밥먹을 때면 우다다 달려와서 식충이처럼 밥을 먹으려 할 때마다 내가 하는 '기다려' 명령 하나때문에 먹지도 못하고 끙끙대는 것을 보며

나는 이제까지도 내가 하는 생각에 한 치의 의심도 하지 못한 채

시츄가 머리가 나쁘다는 친구들의 놀림에도 꿋꿋이 이 이론을 내세우며 싸우고 있었다.

몰론 니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기다려'하나뿐이다.

오른손 왼손 구분하는 것까지는 기대 못해도 손 하나는 내 손바닥 위에 얹어주길 바란 적도 있었지만

어짜하랴 간식을 꿋꿋이 노려본 채 손을 주기는 커녕 내 손바닥을 물어 뜯어 버릴려 하는 너의 식탐을.

너의 넘치는 식탐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자석처럼 바닥에 착 감겨있는 너의 두 개발을 보며 나는 다시 한 번 확신했었다.

니가 머리가 나쁜 건 아닌데 고집이 드럽게 세다는 것을.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야 이 개새끼야

이 씨....개새끼야.

너는 그냥 멍청한 거였어.

내가 늦은 저녁 식탁에 앉아 코코아를 먹을 때 넌 미칠듯이 짖어댔지. 자기랑 놀아 달라고

그래서 난 기꺼이 너에게 내 왼손 다섯 손가락을 하사해 주었지

이거라도 물어 뜯고 놀고 있으라고.

넌 어찌하였느냐. 실컷 물어 뜯었지.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신나게 놀았지?

언니가 설겆이 끝나고 빨래 너는거 끝내고 놀아 준다 그랬지?

가만히 있으라 그랬지?

늦은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급격하게 움직임이 빨라진 너를 보며 나는 눈치 챘어야 했다.

더....더빨리 눈치 챘어야 했다.

어떻게 거길 올라갔던 거니

어떻게 거길 올라가 다른 물건 하나도 안건드리고 그것만 쏙 빼올 생각을 했니

그 털뭉치가 유난히 빨갛더냐. 유난히 푹신하더냐?

근데 그거 아냐? 그거.... 널 평소에 부개, 부개 거리면서 가라고 타박해도 뒤에서 츤츤거리며 너 먹을 간식거리 하나 더 챙겨주는

둘째언니 대입 선물이었어.

비록 오늘 시작하긴 한거지만 내가 장작 다섯 시간을 뜨개방에서 떠오고 집에서도 계속 뜨던

지구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도리가 될 털뭉치였어.

이 씨발 개새끼야 너 그거 존나 잘털더라?

내 앞에서 탈타라탈ㄴ탈탈라타라. 존나 잘털더라?

주인냔아 주인냔아, 잘봐, 내가 무슨 개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하면서 존나 내가 보는 앞에서 털기춤추듯 잘만 털더라?

아, 씨발 부개, 존나 고맙다.

안그래도 오늘 내 생일이었는데 니가 첫빠로 선물을 주었구나

그래이트한 빅엿을.

빅!!!!!엿!!!!빅!!!!!엿!!!!엿!!!!!엿!!!!!찌밤!!!!!!!!!!!!

하....고마워 개. 정말 고마워.

내가 아까 흥분해서 그랬지 넌 절대 머리가 나쁜개 아니야.

전나 좋은거야.

아니 어떻게 내 생일에, 내가 보는 눈 앞에서 전나 짧은 시간에 큰 선물을 줄 수 있니?

짜식^^ 고맙다^^우리개새끼.

언니가 열라 사랑하는거 알지?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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