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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부사관에 대해
게시물ID : military_123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로배웠어요
추천 : 17
조회수 : 1770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2/12/31 07:00:23

저는 해군 부사관으로 5년 6개월 간 근무하고 전역한 지 14년이 되어 갑니다.

직별은 사통(사격통제)이었습니다.


직별이 뭐냐면요...

주특기와 보직이 합쳐진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육군에서는 포병 주특기를 가진 사람이 포병대에 가서 행정업무를 보직으로 받을 수도 있죠.

하지만 해군은 절대로 그럴 일이 없습니다.

부대의 행정업무는 오직 행정 직별을 받은 사람만이 합니다.

제 직별인 사통은 입대해서 전역할 때까지 오로지 사격만 합니다.

물론 장비 관리와 우리 업무에 필요한 아주 최소한의 행정 업무는 있습니다만...


사통은 사격통제용 고성능 레이더와 광학장비(TV Camera, Laser Range Finder, 적외선 카메라 등)을 이용해

표적을 추적하고 이 신호들을 함포에 연동시켜 최종적으로 사격버튼을 눌러 사격을 하는 임무입니다.


용어 설명은 이정도로 하고...


□ 기초군사훈련

훈련과정은 타군과 비슷합니다.

진해에 있는 기초군사학교에 입교를 하면 3일간 신체검사도 하고 이것저것 합니다.

그리고 6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이 시작되는데...

일단 부사관은 조교가 없습니다.

모든 훈련은 부사관 선배인 D.I(훈련교관)들이 모두 책임집니다.

D.I 들은 임기가 끝나면 일반 해군이 되어 여러 부대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따라서 아주아주 빡세게 굴립니다. 씨발

실제로 미친개라는 별명의 D.I 와 나중에 동해에서 만났는데, 숨이 턱턱 막히더군요.

그래도 막상 실무에서 만나니 선배라고 부르라며 술도 사주고 그러더군요^^

순검(요즘은 점호) 시간은 그야말로 지옥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산천초목이 벌벌 떠는 해군 순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해군에서 파생된 해병대가 자기들 것인양 얘기하는데, 해군에서 나온 얘깁니다.

순검은 짧게는 몇십분에서 길게는 몇시간도 합니다.

기초교에서는 보통 한시간은 기본입니다.

순검 시간이 이렇게 긴 것은 청소며 장비 점검 상태를 워낙 꼼꼼하게 살펴서이기도 하지만

사소한 거 하나라도 걸리는 날엔 기합과 병행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일단 잠을 안 재웁니다.

10시부터 시작된 순검이 11시가 넘어서 끝나고 이제 잠 좀 잘만 하면

12시쯤에 깨웁니다.

깨우는 시각은 대중 없습니다. 그날그날 다릅니다.

그리고 비상훈련이란 미명하에 각종 굴리기를 합니다.

어느날은 우리랑 같은 시간에 건너편에 있던 훈련병들이 같이 구르고 있으니까

병들이 보는 앞에서 부사관이 기합을 받는 건 쪽팔린 거라며 병사(막사) 뒤로 집합을 시키더군요.

병사 뒤로 집합했다 하면 웰컴 투더 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해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훈련 중 전투수영 훈련이 있습니다.

11m 높이에서 뛰어내리기 뭐 이런 것도 합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받는 전투수영에 비하면 이것도 아주 양반스러운 훈련입니다.

나머지는 타군과 비슷합니다.

유격도 하고, 사격도 하고, 수류탄도 던져보고, 총검술도 배우고, 집총 16개 동작도 하고, 제식훈련도 하고...

그리고... 집총체조도 배우고... 씨발

집총체조 잘 가르쳐놓고 나중에 기합줄 때 써먹습니다. 씨발


□ 후반기교육

6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이 끝나고 나면 후반기 교육을 받습니다.

전투병과학교, 기술병과학교, 행정학교 등이 진해에 있고

의무 같은 직별들은 대구인가 어딘가에서 타군들이랑 같이 받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때는 학생 신분입니다.

해군의 모든 교육기관은 "학교"입니다. 그래서 "학생"입니다.

고급 직별일 수록 후반기 교육 기간이 깁니다.

사통은 제가 있을 때만해도 40주 정도 받았는데,

저희 후배들부터 16주인가로 줄었습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눈 뜨고 나서 눈 감을 때까지 오로지 공부만 합니다.

심지어 야간보습이란 이름의 야간자율학습도 있습니다.

그리고 1주일에 한 번씩 시험을 보는데 여기서 과락하면

상륙(외박, 외출) 짤리는건 물론이고 나머지공부까지 해야합니다.


□ 실무

해군에는 자대 또는 자대배치라는 말이 없습니다.

실무 또는 실무 나간다고 합니다.

학교는 천국이었습니다.

학교에서는 기껏해야 나보다 한두 기수 선배지만

실무에서는 영외 나가기 직전의 2년 선배가 영내에서 왕입니다.

그리고 내 위로 한 150명 쯤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내 밑으로는??? 없습니다.

수병은 수병이지 내 부하가 될 수 없습니다.

초임하사는 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수병들은 적응 기간이라도 주죠.

부사관들은 그런 거 없습니다.

알아서 적응하고 알아서 기어야 합니다.

처음 부임하면 함장 이하 모든 사람들의 이름, 기수, 직별을 다 외워야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장비 교육도 새로 받아야 합니다.

학교에서 아무리 잘 배웠어도 똑같은 장비가, 설치된 함정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시험을 칩니다.

이름 외우는 것이 됐든 장비 시험이 됐든 한순간이라도 버벅 거리면 바로 머리부터 박고 시작합니다.

물론 수병들이 보는 앞에서는 절대로 그런 거 시키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합니다.

부사관들은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해도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습니다.

그리고 초임하사는 또 할 일이 있습니다.

침실, 사무실, 상황실, 레이더실 등 우리 부서, 우리 직별이 쓰는 공간 청소를 해야 합니다.

그런건 수병들이 하지 않냐구요? 영내하사들도 똑같이 합니다.


□ 내무생활

함정을 기준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일단 임관 후 2년 간은 영내거주를 합니다.

나랑 같이 들어온 수병이 전역하는 걸 보면서 영외거주 나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함정에서는 부서별로 침실을 쓰는데, 영내하사들과 수병들이 함께 섞여 있습니다.

순검 받기 전에 청소를 하는데, 영내하사들과 수병들이 함께 합니다.

그리고 순검도 함께 받습니다.

부식작업, 제설작업... 모든 작업은 영내하사 이하 총원이 합니다.

즉, 영내하사와 수병들이 다 같이 합니다.

식사는 사병식당에서 수병들과 같이 먹습니다.

간부식당? 그런 거 없습니다.

요즘은 중사부터 따로 식사를 한다고 하던데,

저희 때는 장교들과 원,상사들만 따로 식사를 하고

중사 밑으로는 전부 사병식당에서 먹었습니다.

다만 영외 거주자들은 줄을 설 필요없이 아무 때나 가서 먹고

영내하사부터는 줄을 서야 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내무반장 클래스가 되면 좀 편해집니다.

내 짬밥을 능가하는 수병도 없고, 내 밑으로 꽤 많은 아랫것들이 있으니

퇴근시간 이후에는 왕과 같은 권세를 누릴 수도 있습니다.


□ 영외거주

말이 영외거주지 출동(항해) 나가는 날이 많다보니 거의 배에서 생활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근무할 때 연간 출동일수가 230일인가 했으니 밖에다 집을 얻을 이유가 없었죠.

그냥 퇴근해서 밖에 나가서 밥 먹고 술 마시고 다시 배로 귀가해서 잔다고 보시면 됩니다.

게다가 정박 기간 중의 상당기간은 진해에 내려가 있기 때문에

소속 함대가 있는 동네에 방을 얻을 필요가 더더욱 없죠.

술 마시고 들어올 때는 우리 부서 영내에 있는 하사들과 수병들을 위해

씹을거리라도 좀 사 들고 들어와 주는 쎈쓰!!!

그래야 술이 많이 취해서 들어왔을 때 애들이 기쁜 마음으로 챙겨 줍니다^^


□ 부사관 능력평가

해군 부사관은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군대 공부가 뭐 있겠어?"라고 만만하게 보시면 절대로 안됩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은 전부 초급과정입니다.

중사가 되면 중급과정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 또 들어가야 합니다.

상사가 되면 고급과정을 배우기 위해 학교에 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럼 학교에서만 공부를 하느냐? 아닙니다.

평상시에도 어마어마하게 공부를 합니다.

대부분 장비가 외국에서 수입해 온 것이다보니 영어가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장비 공부만 열심히 해도 미해군과 장비에 대한 대화가 가능할 정도가 됩니다.

물론 일상회화는 불가능합니다.^^

해군 부사관들은 1년에 한 번씩 부사관능력평가라는 것을 봅니다.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이 있는데,

필기시험은 예상문제집이 있기 때문에 별로 어려울 건 없습니다.

대략 1,000문제 정도가 있는데, 이것만 외우면 됩니다.

좀 심하게 꼼꼼하게 외워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합니다.

문제 첫 문장만 듣고 정답이 몇번의 뭔지까지 나올 정도로만 외워주면 됩니다.

진짜 문제는 실기시험입니다.

교육을 전담하는 전대에서 시험 관찰관이 나옵니다.

그분들 또한 우리 직별 선배입니다.

그분이 각 직별별, 계급별로 시험 대상자들을 앉혀 놓고 장비에 대해 질문을 합니다.

그럼 막힘 없이 술술술술 대답이 나와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장비에 어떠어떠한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원인과 고장 부위, 그리고 처치 방법은?"

"지금 장비를 작동해서 몇초 안에 자함으로부터 방위 000도 거리 00마일에서 침로 000도 속력 00노트로 이동하는 가상의 표적을 만들어라"

뭐 이런 식입니다.

이걸 오후 내내 합니다.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포요원 능력평가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건 필기시험 없이 문답식과 실기로만 진행합니다.


□ 진급

해군은 정말 진급하기 어렵습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배도 만들어야 하고 장비도 사와야 하고 인건비도 줄려니

최대한 진급을 덜 시켜서 인건비라도 줄여 보려고 그러는 겁니다.

육군은 별다른 사고만 치지 않으면 하사 달고 2년 후에 자동으로 중사 진급을 하는 것 같던데

해군은 왠만해선 힘듭니다.

일단 개인 실력이 출중해야 합니다.

장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자리에서 혼자서 처치할 수 있는 능력 정도는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능력평가에서 아주 우수한 성적을 거둬야 합니다.

그리고 절대로 사고 치면 안됩니다.

장교들이랑 싸워서도 안됩니다.


□ 당직

해군 당직은 정박당직과 항해당직으로 나뉩니다.

정박당직은 말 그대로 부두에 정박하고 있을 때 서는 당직입니다.

현문당직, 안전당직, 위병오장 등이 있습니다.

보통 3일에 한번씩 8시간 동안 근무를 서는데 4시간 씩 끊어서 섭니다.

08:00 ~ 12:00  20:00 ~ 24:00

12:00 ~ 16:00  00:00 ~ 04:00

16:00 ~ 20:00  04:00 ~ 08:00

현문당직은 실내에서 앉아서 서는게 아니라 실외에서 선 채로 서는 겁니다.

사람부터 장비까지 함내외로 들고 나는 모든 것들을 다 관리해야 합니다.

안전당직은 기관부에만 해당되는 얘기고, 위병오장은 중사 이상 중에서도 일부만 해당하므로 패스

항해당직은 항해중에 서는 당직으로 매일 8시간씩 섭니다.

배가 계속 움직이고 있으므로 각 직별별로 그에 필요한 일을 해야 합니다.



이상으로 해군 부사관에 대해 설명을 드렸습니다.

가끔 육군출신들이랑 술을 마시다 군대 얘기가 나오면

저는 간부 출신이라 군생활 편하게 했을 거라며 간부 욕을 엄청 해대더군요.

자신들의 주적은 간부라며... ㅋㅋㅋㅋㅋㅋ

일단, 해군에서는 간부라는 용어가 아주 생경한 단어입니다.

부사관의 책무 외울 때나 들었던 단어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보셨다시피 해군 부사관들... 그리 편하게 군생활하지 않습니다.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함정 정비나 수리를 할 땐 영외거주자들도 수병들이랑 똑같이 작업 합니다.

특히 저희 직별처럼 부사관으로만 이루어진 직별들은 정말 고생 많이 합니다.

가끔 사통병 출신이라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허드렛일이라도 좀 줄여보려고 갑판장한테 부탁해서 인원 많은 갑판수병 중에서 한 명 데려오는 경우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일은 부사관들이 다 합니다.

사통병으로 오는 애들은 불행 끝, 행복 시작입니다.

별로 할 일도 많지 않은데다 죄다 부사관들이니 자기 돈 쓸 필요없이 아주 잘 얻어 먹고 다닙니다. ㅋㅋㅋㅋㅋㅋ

해군 부사관들이 이렇게 힘들긴 하지만 장점도 많습니다.

일단 돈을 많이 줍니다.

함정근무를 하면 함정근무수당이 기본적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항해일수에 따라 항해수당이 나옵니다.

요즘은 많이 올랐겠지만 9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함정근무수당이랑 항해수당 합해서 월 30만원 정도 됐습니다.

그리고 영외거주자의 경우는 부식비가 타군보다 많이 나옵니다.

주부식비 금액이 타군보다 높아서 그래요.

게다가 영외거주를 하더라도 함정에서 먹고 잘 수 있으니 생활비가 굳습니다.

마지막으로, 타군에 비해 좀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선후배 관계도 좀 많이 편한 편이구요,

전반적인 분위기가 타군에 비해 자유로운게 사실입니다.


이 글로 해군 부사관의 모든 것을 다 알려드리진 못하지만

그래도 해군 부사관에 대한 오해가 좀 풀렸으면 합니다.

그리고 해군 부사관으로 지원하시려는 분들께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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