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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김일성 죽던 날
게시물ID : military_129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로배웠어요
추천 : 27
조회수 : 230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1/14 07:24:13


군생활하면서 잊을 수 없는 날이 몇개 있음.
1. 입대일
2. 첫 부임일
3. 김일성 사망일
4. 북한 잠수함 침투일
5. 북한 잠수정 침투일

오늘은 그중에서 김일성 죽던 날 썰을 풀어보겠음.
첫 부임을 간지 얼마 안돼서 우리배 체력검정이 있었음.
원래 운동신경이 남다른 편인데다 어릴 때 육상 선수도 했었고,
입대 전엔 대학교에서 볼링 선수를 했었기 때문에 그날은 내가 인기 스타가 돼 있었음.
초임하사라고 맨날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간만에 인정을 받으니 기분도 좋았던데다
무조건 수병들보다 나아야 한다는 선배들의 강압에 욕심을 너무 부렸음.
제자리 멀리뛰기를 하다가 너무 무리해서 뛰는 바람에 허리가 뚜두둑!!!
결국 의무실 신세를 지게 됐음.

1주일 쯤 있었나?
토요일 오후에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동기놈이 하얀 정복을 입고 지나가는게 보임.
반가운 마음에 불러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이새끼가 지 상륙(외박, 외출, 휴가) 나간다고 졸라 놀리는 거임.
욕을 한바가지 해 주고 꺼지라고 한 뒤 속상한 마음에 침대에 누워 있었음.
그러다 설풋 잠이 들었다 깼음.
다시 창밖을 바라 봄.
아까 상륙 나가던 내 동기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 들어 옴.

"얌마! 누가 정복 입고 뛰래?!!!" (해군은 정복 입고 뛰거나 운동을 하면 안됨)
"야! 씨발! 말 시키지마!!!"
"왜? 배에다 뭐 놓고 왔냐?"
"야!!! 김일성 죽었대 씨발!!!"
그렇게 외마디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면서 동기가 지나 감.

황급히 TV를 켰음.
진짜로 뉴스 자막에 졸라 큰 글씨로 <김일성 사망>이 딱 적혀 있음.
불안감이 엄습해 옴.
일단 병실에 있던 환자들을 깨웠음.
십여명이 한 목소리로 "씨발 좆됐다"를 합창함.
그리고 나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음.
의무대장이 몇몇 중환자들 빼고는 전부 퇴실해서 소속 함정으로 복귀하라고 함.
아픈 허리를 부여 잡고 겨우겨우 배로 돌아왔음.
내가 타자마자 우리배 바로 출항함.

그날부터 나의 Hell Life가 시작됨.
직별은 다르지만 우리 부서 두 기수 선배가 나를 졸라 갈굼.
허리가 아파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나를 기합 빠졌다며 차렷 자세를 시키질 않나,
움직여야 낫는다며 청소와 빨래를 시키는데, 자기 직별 사무실 청소와 자기 빨래를 시킴.
게다가 아침저녁으로 특별 운동이라며 PT를 시킴.
결국 허리가 악화돼서 다시 의무대를 찾아 감.
군의관이 불과 몇주 사이에 이렇게 악화되기는 힘들다며 꾀병이 아니냐고 의심함.
CT를 찍어서 제출하고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 하자 군의관이 입원을 권유함.
국군병원에 입원. 6개월 동안 병원 떠돌이 생활함.
당연히 첫 진급 심사 때도 불이익으로 돌아옴.

1994년 7월 8일.
그날은 나에게 평생을 안고 갈 추간판 팽륜증이라는 고질병을 안겨 준 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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