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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장비 고장 내고 선배한테 뒤집어 씌운 썰
게시물ID : military_134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로배웠어요
추천 : 26
조회수 : 2190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3/01/21 16:00:36

본인은 대한민국해군의 자랑스런 사격통제사로서

바로 아래 사진과 같은 곳에서 간지나게 근무한 사람임.



영화 같은데서 보면 레이더 들여다 보고 앉아 있다가

표적 나타나면 추적하고 긴장감 돋게 뭐라고 막 떠들고

그러다가 버튼 눌러서 사격하는 사람들 있잖음? 바로 그런 걸 내가 했음.

CIC(Combat Information Center. 그냥 줄여서 상황실)는 <군사통제구역>임.

즉, 군인이라고 할지라도 CIC 근무자나 비밀취급인가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나 함부로 들어오면 안되는 곳임.

그 안에 있는 장비 구성 자체가 비밀에 속하는데다 전투정보, 즉 작전정보를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그럼.

정말 간지 나지 않음?


표적을 추적할 때는 빨간 동그라미 안에 있는 휠(트랙볼)을 사용하는데,

마우스랑 원리가 똑같음.

옛날 볼 마우스 뒤집어 놓은 거라고 보면 됨.



위 사진 속 하사의 오른손이 놓인 노란색 당구공 같이 생긴게 바로 그거임.

저걸 분해하면 안에 4개의 센서가 있는데,

너무 무리해서 움직이면 고장이 날 수 있음.


우리 장비는 24시간 돌아가는게 아니라

사격 훈련, 전투배치 훈련, 그리고 전시 상태가 아니면 켜질 않음.

따라서 항해당직 때는 그냥 CIC(Combat Information Center. 그냥 줄여서 상황실)에 앉아서  대기하는 일이 태반임.


초임하사 때 전자 직별 선배가 할일 없어서 심심하다고

내 당직 시간에 가끔 CIC에 놀러와서 저 트랙볼을 굴리며 놀았음.

나 또한 심심하니까 자주 저걸 굴리며 놀았음.

책 보면서도 굴리고, 옆사람이랑 얘기하면서도 굴리고, 커피 마시면서도 굴리고...

하여간 엄청 굴려댔음.

그러던 어느날... 저게 고장이 난 거임.

난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했음.

그러나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우리 직별 선배들의 추궁 때문에 점점 한계가 오고 있었음.

그 때, 딱 떠오른 인물이 바로 전자 선배였음.


"○○○ 선배가 제 당직시간에 자주 올라와서 저걸 굴리고 놀았습니다."

"얌마. 그럼 못하게 해야지. 그걸 보고 있었냐?"

"고장난다고 했는데도 계속 굴렸습니다. 선배가 하는데 제가 무슨 힘으로 막겠습니까?"

"내가 이 개새끼를...!!!"


그리고 그 선배는 우리 직별 선임하사와 선배들한테 불려와 내가 보는 앞에서 뒤지게 혼났음.

자기는 아니라고 박박 우겼지만 그 선배가 트랙볼 갖고 노는 걸 목격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어서

억울하게, 진짜 억울하게 누명을 쓸 수밖에 없었지만 나는 모른척 했음.

그뿐 아니라 "제가 하지 말라는데도 선배가 괜찮다고 계속 굴렸잖아요"라는 팩트를 들이대며

더욱 가열차게 그 선배를 몰아붙였음.

결국 그 선배에게는 CIC 출입금지라는 극약처방이 내려졌고,

특히 우리 장비 근처에서 서성이다가 걸리는 날엔

아무 잘못도 없이 그저 우리 장비 근처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욕을 먹어야 했음.


서종우 선배...

그때 트랙볼 망가뜨린 진짜 범인은 나야.

지난번에 우리 만났을 때, 선배가 나한테 형이라고 불렀지만

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잖아.

그거 사실은 그때 그일이 마음에 걸려서... 미안해서 그런거야.

그러고보니 벌써 19년이 지났네.

19년 동안 억울하게 해서 미안해.

다음에 내가 술 한잔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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