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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15분 전과 5분 전
게시물ID : military_135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로배웠어요
추천 : 16
조회수 : 940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1/23 00:07:49

해군은 함정생활을 하다보니 타군에 비해 독특한 관습과 제도들이 많습니다.

몇가지 간단하게 설명을 드릴게요.^^


1. 15분 전과 5분 전

해군! 하면 떠 오르는 대표적인 제도입니다.

무엇을 하든지 30분 전부터 예비구령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출항 30분 전"이면 30분 후부터 출항준비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30분 후에는 우리 배가 이미 출항을 해 있어야 하니 지금부터 준비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15분 전부터는 본구령입니다.

출항 15분 전이면 15분 후에 출항을 한다는 뜻이 아니라

15분 후에는 우리 배가 해상에서 자력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육상으로 연결된 현문사다리를 철거하고

홋줄(육상에 연결된 밧줄)을 풀어 버린 후 YTL(예인선)이 예인을 시작합니다.

실질적인 항해 상태가 되는 것이죠.

출항 5분 전이면 예인을 마치고 자력 항해로 부두를 빠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걸 기상시간에 적용을 하면...

총기상 30분 전이면 30분 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즉시 기상을 해서 이불을 개고 조별과업(아침 운동)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총기상 15분 전에는 이미 육상에 집합을 완료한 상태가 됩니다.

이 구령들은 해군의 모든 생활에 적용됩니다.

그럼 취침시간은 어떨까요?

순검(점호) 15분 전이 나오면 이미 순검을 돌고 있습니다.

"산천초목이 벌벌 떠는 해군(또는 해병) 순검"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해군과 해병대의 순검은 까다롭기가 말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함정 내에 있는 수많은 케이블, 파이프 위까지 샅샅이 훑어서 청소상태를 점검합니다.

이렇다보니 좀 까다로운 당직사관과 위병오장을 만나면

순검을 받다가 취침시간인 10시를 훌쩍 넘겨버리기도 합니다.


전역 후에 해군 전우회 모임에 갔더니

15분 전에 웬만한 선배들은 다 모여 있더군요^^

어찌보면 참 좋은 습관이고 어찌 보면 참 답답할 노릇입니다^^


2. Side

함정내에는 수많은 케이블과 파이프들이 천장이나 격벽(벽)으로 지나갑니다.

이렇게 잘 보이지 않는 곳이나 구석진 곳을 Side라고 합니다.

청소시간에는 이 Side 청소를 특히 신경 써야 합니다.

여기에 먼지가 쌓이면 승조원들의 건강을 해치게 되니까

그걸 방지하기 위해 순검 시간에 특히 중점적으로 확인하는 곳입니다.

Side에는 또 다른 파생의미가 있습니다.

구석진 곳을 의미하는 Side가 구석진 곳에 짱박혀서 농땡이 피우는 사람의 뜻도 포함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그동안 쓴 글들을 읽어보신 분들은 제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일했는지 짐작하실 겁니다.

하지만 제 별명은 King Side, Side King, King of the Side 뭐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고 하죠?

솔직히 저는 머리가 좋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일을 해도 남보다 빨리 끝났습니다.

같은 양의 일을 하면서 남들은 뺑이 까고 있을 때 저는 일찍 끝내고 쉬는 거죠.

덕분에 늘 싸이드를 깐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일이 끝나면 그냥 짱박히는 겁니다.

제가 한 번 짱박히면 웬만해서 찾을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는 눈앞에 두고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위장이나 은폐, 엄폐를 하기도 했죠^^

지난 글에서 함장님 이.취임식날 저를 찾다 못 찾아서 방송까지 했던 거 기억하시나요?

그정도로 저는 잘 숨었습니다^^


3. 길차렷

함정은 상당히 제한된 공간입니다.

대부분의 공간은 장비에게 다 내어주고 사람은 아주 좁디좁은 곳에서 생활합니다.

그러다보니 경례 방법도 독특합니다.

아니, 독특하다기보다 전군 공통의 경례 방식 중 타군에선 쓸 기회가 없는 것들을 해군에선 일상적으로 씁니다.

그중 하나가 길차렷입니다.

통로나 격실(사람이나 장비가 있는 공간)에서 상관을 만났을 때

한쪽벽으로 붙어 서서 차렷 자세를 취하는 겁니다.

좁은 통로에서 상관이 불편을 느끼지 않고 편히 지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최고의 예우로서 경례의 일종입니다.

굳이 경례를 하고 싶다면 90도 경례가 아닌 45도 또는 15도 경례를 합니다.

또 항해중인 함정에서는 차렷을 할 때 다리를 모아 서는 경우가 드뭅니다.

음... 쉬어 자세를 연상하시면 이해하기 좋겠네요^^

그 상태에서 경례를 해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으며 오히려 당연한 관습입니다.

파도가 많은 날이나 고속항해 중엔 다리를 벌리고 서서 라이프라인을 잡고 경례를 하기도 합니다.


경례 구호는 그때그때 다릅니다.

언뜻 이해가 안 가시죠?^^

해군의 경례 구호는 "필승"이지만 경례할 때 이 구호를 붙이지 않아도 됩니다.

아침에 출근하다 만나면 경례를 하면서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해도 됩니다^^

밥 먹으러 가다 만나면 "식사하십시오"., "식사하셨습니까?"

퇴근하다 만나면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다른 함정이나 부서에 방문했을 때도 거수 경례를 하면서 "수고하십니다" 이렇게 하기도 합니다.

병원에 있을 때 이것 때문에 육군 하사와 중사들이 시비를 많이 걸더군요.

니넨 그게 경례 구호냐면서...

근데 오히려 육군 CPO(원.상사)들은 친밀감이 느껴진다며 정말 좋아하더군요.^^


4. 다나까

해군은 다나까에 목숨 걸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말입니다"를 웬만해서 쓰지 않게 합니다.

"제가 말입니다 지난번에 여자친구를 만났는데 말입니다 여자친구가 저한테 시계를 선물로 줬지 말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혼날 확률이 아주아주 높습니다.

"제가 지난번에 여자친구를 만났는데 여자친구가 저한테 시계를 선물로 줬습니다"라고 하면 될 걸

쓸데없이 말입니다를 붙여서 말 복잡하게 만든다고 혼납니다.

육군 출신들 얘기 들어보니까 "식사하십시요"에 요가 들어간다고 "식사하시지 말입니다"라고 한다던데

정확한 말은 "식사하십시오"일 뿐만 아니라 이 말도 극존칭이므로 해군에서는 당연하게 씁니다.

함정은 각종 소음으로 상당히 시끄럽기 때문에

가능하면 큰 목소리로 간단명료하게 의미를 전달해야 합니다.

그게 일상생활에도 적용되다 보니 굳이 다나까에 목숨을 걸지 않는 겁니다.

간단명료... 이게 해군 언어생활의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함장님이랑 대화할 때...


"야. 글로. 밥 먹었냐?

"아니오"

"이시간까지 밥도 안 먹고 뭐했나?"

"그러게요^^"

"얼른 가서 밥 먹어라"

"네"


물론 이정도로 기합 빠진 대화는 저처럼 군생활을 좀 길게 한 사람들이나 가능합니다.

하지만 영내하사들이나 수병들의 언어습관도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5. 관등성명

해군에서는 일상생활에서 관등성명을 대지 않습니다.


"야. 글로"

"네"


이게 답니다.

관등성명을 대야 할 때가 있긴 있습니다.

T.I라고 전비태세 점검인가 그거 할 때 딱 한번 관등성명을 댑니다.

해군이 관등성명을 대지 않는 것은

정말 눈 깜짝할 새에 눈 앞에서 동료가 바다로 빠져버릴 수도 있고 다리가 잘릴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관등성명을 대느라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는 처음 우리 해군을 훈련시킨 사람들이 미해군이다 보니 그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유야 어찌됐건 해군은 관등성명을 대지 않아도 돼서 참 편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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