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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마음 속엔 여러개의 방이 있다고들 합니다.
게시물ID : gomin_5615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남자는허리
추천 : 4
조회수 : 107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1/25 01:16:31

그래서 인지 한꺼번에 여러사람을 맘속에 담아둘수 있다고 하죠

물론 그 방의 크기는 다르겠지만..

 

대학교 2학년때 한 여자애를 만났습니다.

또래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자신을 이쁘게 꾸밀줄도 모르고 귀여운 애교나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간드러짐 도 없었던.. 하지만 그냥 그 자체 만으로도 너무 순수해보여 감히 쳐다볼수 없었을만큼..

남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던 아이 였습니다.

당시 숫기 없던 저는 그런 그애를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좋았었습니다.

하루는 자취방에 친구들끼리 모여 술한잔 하고 있었는데 마침 술이 떨어져 제가 술을 사러 나갈때 였습니다.

혼자 가기 뭐하니 자기도 같이 가겠다고 ..그것이 시작 이었습니다.

그날 둘이 많은 이야기들을 하며 자취방 앞 계단에서 날이 새도록 둘이 이야기를 했고

모든 연인들의 시작이 그러하듯 약간은 어색하면서도 기분좋은 불안감을 가지고 그 애와 사귀게 되었습니다.

한 친구 녀석이 그런 우리들을 보고 이런 말을 하더군요,,

 

"너희 둘은 유리잔 같아. 보기엔 아름 답고 예쁘기 그지 없지만 부딛히면 깨져 버리는 유리잔.."

그때는 한귀로 듣고 흘려 버리는 말이었는데 나중에야 그말뜻을 조금을 알겠더군요..

우리는 서로 가 서로를 너무 아껴줬다고 해야 할까..배려심이 깊었다고 해야 할까..

서로를 향해 한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친구 녀석 말대로 부딛히면 깨져 버릴것만 같아서

망설이기만 했었습니다. 그러던 사이 저는 군대를 가게 되었고 그 애에게 내가 해줄수 있는 말은

 

"나 기다리지 말고 다른 남자 만나..내가 제대 하면 그 남자 에게서 널 다시 찾아 올테니까."

 

유치한 이 한마디 뿐이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나 스스로 참 멋있다고 생각도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 하면 웃음만 나오죠..

훈련소에서 6주간 훈련을 받을때 힘들고 지칠때 그애 생각 이 많이 나더라구요.

마지막차주에 천리행군 할때 하늘에 떠있던 보름달에 그애 얼굴이 있고 꿈속에서

그애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애는 아무말 없이 웃고만 있었지만서도요..

 

자대배치를 받고 한달후 그애 에게서 편지를 받았습니다.

보내는 사람 이름이 없는 노란색 편지지를 보는 순간 봉투를 뜯기도 전에 눈물부터 나오더라구요.

한창 막내생활을 하고 있을때라 고달프고 힘들 나날 이었는데 정말 하늘이 노래지더군요

그날 혼자 야간근무 를 서면서 몰래 가지고간 편지를 뜯어 보지도 못하고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이해가 되기도 했었죠. 내가 한말이 있었으니까..

제대 하면 다시 찾아 오겠다고.. 니 옆에 어떤 남자가 있더라도 반드시 널 다시 찾아 오겠다고..

이런 허황된 생각을 가지고 제대후 복학을 했고 그애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보고싶었던 그애 였는데,,막상 다시 만나니 용기가 나지 않더라구요

몇번이고 ..몇번이고..그애에게 이야기를 하려고 마음 먹었었지만 목구멍까지 넘어오는 말들을

집어 삼키고 돌아서기 일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소식이 들리더군요,, 같은과 선배와 그아이가 사귄다고..

항상 형,형 거리며 같이 어울렸던 선배였는데.. 그선배와 그아이가 사귄다는 말을 듣고

괜히 그선배가 밉더군요. 그래서 피했습니다..

남자답게 당당하게 말한마디 못하고..흔해빠진 대사.. 그 선배에게 나대신 꼭 그애 행복하게 해주라고..

남자라면 술먹고 한번쯤 했을법 한 이 오글 거리는 말한마디 못하고 그냥 피해버렸습니다..

겁쟁이 .. 였었죠

 

그래도 시간은 흘러 갔고 나에게 지워지지 않을것 같았던 상처도 어느정도 아물어 갈때쯤

두번째 방의 주인공이 나타났습니다.

당시 아이러브 스쿨 이라는 학교 동창 만나는 인터넷 싸이트가 유행이었는데

그것을 계기로 초등학교 때 같은반 이었던 한 여자애를 만났습니다.

처음엔 서로가 같은반이었다는 사실 조차 몰랐었습니다.

당시 그애는 보건소에 다니는 간호사였고 저는 학생 이었죠

같은 실수를 반복 하기 싫어서 였을까요,, 저는 그애 에게 정말 최선을 다해 제 마음을 알리려고

노려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인생에 뜨거운 사랑을 해본적이 있느냐 묻는다면 저는

주저 않고 말할수 있습니다. 정말 내가 해줄수 있는 모든것을 해주었다고..

 

저는 그게 사랑이라 믿었습니다.

무조건 주기만을 하는 사랑..내모든것을 던져서라도 그아이의 웃는 얼굴 한번 볼수 있다면 그것이

나에게 더없는 만족이었고 짜릿한 쾌감이었습니다. 그것이 옳은줄 알았었죠.

그것이 당연한것이라 생각 했습니다. 하지만..그애가 원하는 사랑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전 그아이를 옭아매기 시작했고 조금씩 조금씩 그애를 지치게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나는 사랑이라 생각 하고 행했던 모든 일들이 점점 그애 에게는 사랑이 아닌 집착으로 변해 버렸던거죠.

일끝나는 날이면 무조건 만나야 했었고 만나지 않을때는 수시로 전화를 붙들고 살았습니다.

딱히 계획이 있어 만나는것이 아니라 그냥 의무적으로 얼굴을 보는 날이 많아졌고 , 한번 두번

그 횟수가 늘어 갈때마다 그애는 조금씩 조금씩 저에게 거리를 두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바보같이.. 그때 왜 그것을 알아 차리지 못했을까요.

그애가 저에게 거리를 두려 하면 할수록 저는 온힘을 다해 그애에게 다가가려 애썼습니다.

내가 너에게 가고 있다고..나를 봐달라고..나는 너만 보고있다고..

처음과 같은 실수는 하기 싫었으니까요..말하지 못해서 ,내가  좀더 그애 에게 다가가지 못해서 란 생각만 들었지

나때문에 그애가 힘들어 할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으니까요.

내가 지금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때 당시엔 의처증 환자 마냥, 꼭 무슨 스토커 마냥 따라 다녔다고

생각 하시면 이해 하시기 쉬울겁니다.

 

결국 그애가 떠나가고 한참후에야 왜 그애가 날 떠날수 밖에 없었을까 이해가 되더군요..

바로 세번째 제 마음속의 방 주인을 만난 뒤 말이죠..

 

두번째 사랑이 지나가고 다시는 나에게 사랑따윈 오지 않을꺼야..라고 생각 했던 어느날

인터넷  카페에서 알고 지내던 동갑내기 여자애가 나에게 그러더군요.

라디오 출연 해보지 않겠냐고.

당시 유희열의 올댓 뮤직 이라는 라디오 프로가 있었는데 거기 코너중에 한밤중에

큰소리로 노래부르는 대회가 있었습니다. 취지는 외로운 솔로들끼리 모여서 한밤중에

울분을 토해내자..뭐 이런취지 였는데 생방송으로 전국에 그것도 한밤중에 전화기 붙잡고

큰소리로 쪽팔림을 감수 하고 전국의 청취자 앞에서 쌩쇼를 하는 뭐 그런것이었죠.

나름 재미있겠다 해서 출연신청을 했더니만 덜컥 예선을 통과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참 재미있는 방송출연을 했었죠. 쪽팔려서 장농속에 숨어서 막 노래 부르다가

중간에 전화기가 꺼지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에게 큰웃음과 더불어 동정까지 한번에 받았습니다.

 

뭐 결국 이일이 인연이 되서 처음 그 라디오 프로를 알려주었던 여자애와 좀더 서로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된것만큼은 분명합니다.

남들앞에서 약한모습 보이기 싫어 했고 곧죽어도 존심 하나는 날카롭게 세우며 접근조차 불허 하겠다

란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여자 였습니다. 사실 이친구는 제가 두번째 사랑을 했을때 와 그 사랑이 끝났을때를

모두 옆에서 지켜봐온 친구였었죠. 그래서 풀죽어 있던 제게 그런 라디오 프로까지 소개를 해주었던거구요.

암튼 그런 이유로 만난 그 친구와의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졸업후에 청년 실업대라속에 직장에 취직을 하였고 아버지가 쓰시던 자동차도 물려 받았고 거기에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까지..정말 부러운것이 없던 시절 이었죠 .

 

그러던 어느날 여느 다른 연인들과 마찬가지로 사소한것에서 부터 점점 실증이 나기 시작했고 다툼이 있기

시작했으며 그 헤어짐의 위기를 현명하게 대처  했고 비온뒤 땅이 굳어 진다는 말처럼 그런일이 있고나면

더욱더 이사람이 내사람이구나 란 생각 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느순간 부터였을까요..저는 무언가로 부터 그친구를 저울질 하기 시작했습니다.

늦게까지 야근하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와서 씻고 자려고 하는 순간 그 친구 로 부터 전화가 옵니다.

꼭 받아야 하나?.. 지금은 너무 피곤하니까 내일 전화해서 자느라 못받았다고 말해야 겠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전화기를 구석으로 치워 버립니다.

모처럼 회사직원들과 회식이 있는날 전화가 옵니다. 그 자리..그분위기 에서 전화를 받았다간

여자한테 잡혀 사는 놈이라고 소문이 날꺼 같습니다. 호기에 그자리에서 전화를 받아 모두에게 들으라는듯

"나지금 회식중이니까 나중에 통화 하자" 이말 만 하고 전화를 끊습니다.

 

"이야~너 남자구나~꽉 잡고 사는구나~하하하" ......

 

동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합니다.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그 친구는 술자리에서 몸상하니까 술 적당히 먹으라고 걱정되서 전화 해준건데,,

그런 호의를 저의 호기로 묵살해버렸습니다..하지만 그땐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왠지 나보다 이친구가 더 날 좋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날 좋아 해준다는 사실이 감사 하고 고마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고마움과 감사는 당연한것이 되어갑니다.

분명히 처음에는 서로가 서로를 좋아 해서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 니가 날 더 좋아 하기때문에 만나는거야..아니...만나주는거야.."

 

상대방이 나를 좋아 한다는 감정을 앞세워 더러운 우월감에 젖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뭘해도 잘못한것이 없는것이도 그친구는 뭘해도 잘못한것이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죠..

단지 나를 좋아 했다는 이유하나로..좋아 하고 있다는 이유로..사랑 한다는 이유로...

 

그리고 전 그친구를 놔두고 한눈을 팔기 시작했고 알면서도 모르는척 그친구는 넘어가 주었습니다.

아니 그럴때 마다 더욱 저에게 매달렸습니다. 그러지 말라고..자기를 봐달라고..

하지만 저는 그친구를 보려 하지 않았습니다...왜냐면 내가 보려 하면 언제든지 볼수 있었으니까..

지금이라도 내가 손짓만 하면 나에게로 달려올것이 뻔했으니까..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에 그친구를 똑바로 보지 못했습니다..아니 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친구와 헤어진 그날 저는 말도 안되는 우월감에 취해 자유 를 외치며 정말 기분좋게 잠이 들었습니다.

혹시 가수 알리의 365일 이란 노래를 아시나요?

이일이 있은후 몇년이 지난후에 이노래를 들었는데 듣는순간 눈물이 나더군요..

정말 가사 하나하나가 어쩜 그렇게 내 상황과 같을수 있을까 하며..

 

우리 우리 헤어진뒤 겨우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어.

근데 이상 하게도 내맘은 편안해, 자유로운 기분

이틀 이틀째가 되던날 온몸이 떨리고 가슴이 아파와

삼일째 되던날 내심장 소리가 너무커서 잠도 못자.

나흘되던날 눈앞이 캄캄해지고.

오일 되던날 눈물만 주루룩

엿새 되던날 가슴이 너무 허전해 하루 온종일 걷기만 하네요..

 --------------------------<알리..365일 중>

 

결국 서툴렀던 첫번째 사랑, 집착했던 두번째 사랑,

그리고 지쳐버린 세번째 사랑..

 

그후로 아주 오랫동안 긴긴 시간을 그 친구에게 죄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 이구요..

 

세월이 많이 흘러 지금 제 곁엔 사랑스러운 두딸과 아내가 있습니다.

내가 이런 행복을 누려도 되나 싶을만큼 저에게 힘이 되어주는 제 가족이 있습니다.

남은 일생동안 제 맘속에 가장 큰 방을 사용하게 될것입니다.

 

쓰다 보니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았네요

중국에 혼자 장기 출장중이다 보니 저도 외롭긴 했나 봅니다.

근데 몇분이나 이글을 보실까..궁금하네요 ^^

 

다들 좋은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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