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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지하철에서 단체 이지메같은 걸 느꼈어요.
게시물ID : gomin_5808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추천 : 7
조회수 : 41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02/06 22:19:58
학원끝나고 신도림가는 지하철.
술취한듯한 아저씨가 의자를 전세내고 누워있었다. 

의자를 1~7번까지 번호를 매기자면, 아저씨는 1~3번에 누웠고 그 남자는 4번 자리에, 또 다른 한 남자는 7번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래서 난 6번에 앉았다.

아저씨가 자면서 계속 발을 꼼지락거리는지, 누워있는 아저씨의 발 옆에 앉은 남자는 몸을 계속 피했다. 

그리고 한 세 정거장쯤 지났을까? 누워있는 아저씨의 한 쪽 발에서 신발이 떨어졌는데 남자 4번이 그 신발 한 짝을 주워가지고 내리는 게 아닌가.

그 순간 그 칸안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며 킬킬거렸다. 마주보는 의자에 앉은 커플들은 손가락질까지하며 웃었다.

남자 4번이 내리고나니, 나는 그 아저씨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 아저씨는 맨발에 삼선슬리퍼를 신고, 머리 아래에는 검정 비닐봉지를 깔아놓고 잠을 자고 있었다.

아저씨의 발은 흙탕물인지 말라붙은 피인지 모를 것들이 잔뜩 묻어있었고, 이 날씨에 맨발에 슬리퍼만 신은 것만 봐도 홈리스같은 느낌도 나고 냄새도 났다.

그 지하철 칸에서, 내가 타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난 신발 한쪽을 내다버린 남자 4번이 이해가 안 간다.

아저씨의 발이 자꾸 자신에게 닿았다면 본인이 옆 좌석으로 옮겼으면 되는 것 아닌가?

남자 4번은 슬리퍼를 가지고 내린 뒤, 열차 문이 닫힐 때까지 출입문 앞에 서서 그 아저씨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다른 승객들이 웃고 있는 것과 동일하게 웃고 있었다.

그냥 뭔가 소름이 돋았다.
그 사람들이, 그 아저씨를 바라보며 웃는 모습에 이질감을 느꼈다. 진짜 무슨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깔깔거리는데.. 혐오감이 느껴졌다.

이게 무슨 상황임?
혹시 오늘 저녁(2/6 수), 9:50분쯤 오류동역에서 신도림으로 가는 열차에 타고 계셨던 분 없나요?
마치 단체 이지메를 본 것 같은 느낌이나 기분이 이상하네요.
제가 요즘 기가 빠질만한 일들이 있어서 별 일도 아닌 걸 굳이 의미부여를 하려는 것 같기도한데..

사정도 모르지만 자고있던 아저씨가 딱해보였어요.
근데 제가 양말이라도 있었으면 제가 신던 거라도 벗어드렸을텐데 그러질 못 해서, 뭔가 이지메 방관자가 된 듯한 기분이라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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