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스포는 금지...)
영화가 내내 우울한 것만은 아니었다. 확실히 순진무구한 젊은 광대 부부에게선 잉게르 바르만이 그렸던 희망의 전언이 담겨 있다. 하지만 순교자들이 마을을 통과하는 장면이나, 광대가 술집에서 조롱당하는 장면은 그 어떤 호러 무비를 본 것보다 충격적이었다.
인간성의 어두운 심연을 예술이 비출때마다, 그 빛은 결국 인간에게 구원은 가능한가, 라는 질문일 터. 그런데 왜 신은 대답이 없는가? 대답은 결국 자기 자신이 찾아야 하겠지만, 혹시 그 침묵은 현실에 대한 메타포이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 이 영화가 제작된 시대는 냉전의 최첨단이 진행되던 시기. 단지 버튼하나만 누르면 수백, 수천만의 인류가 사라지는 시대였다.
지금, 냉전은 끝났는가? 보드리야르가 지적한 대로 현실과 허상의 경계는 그 어느때보다 무의미하다. 걸프전, 이라크 전쟁, 아프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미사일 공습, 최신 비디오 게임과 전쟁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단지 우리는 유예된 시간속에 살고 있는게 아닐까? 선고는 이미 내려진 것이 아닐까?(물론 그렇게 믿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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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는다면 더 자세한 리뷰도 쓸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저 잠시 슬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