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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또라이
게시물ID : military_151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eio
추천 : 144
조회수 : 10886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3/02/19 02:59:55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반입대라는 제도가 생겼고 나 역시 군대에 가야 할 나이가 되었기에 나는 친구와

함께 동반입대를 결정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때에는 동반입대한 군인들 끼리 같은 소대에 배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 당시 동반입대한 후임들을 본 선임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많은 않았다. 힘들때 서로 의지가 되는 점도 있지만 

역시 밖에서 부터 알던 사이라 서로 투닥투닥 대는 경우도 많았고 그런 케이스를 직접 본 선임들이 편견을 가지게 되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이렇게 페널티를 안고 시작한 군생활은 처음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서로 다른 분대에 배치가 되었는데 친구네 분대의 분대장은 정말 천사같은 사람이었다. 항상 막내인 친구에게 잘 대해주고 

쉬는 시간엔 px에 데려가 맛있는걸 사주곤 했고 난 늘 부러운 시선으로 친구를 바라봐야만 했다. 반면 나같은 경우는 정말 

꼬여도 더럽게 꼬인 경우였다. 사씨성을 가진 내 분대장은 부대 내에서도 악랄하기로 유명했다. 나도 사회에 있을때는 인상이

안좋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었고 고등학생때 교복을 입고 가는데도 나이트 웨이터에게 명함을 받은적이 있는 노안의 

소유자인데 그 고참에 비하면 내 얼굴은 신생아 수준이었다. 우리 분대장은 왠지 아버님의 함자가 루자 만자 이고 본적이 

모르도르일 것만 같은 외모의 소유자였다. 길에서 단 둘이 만나면 일단 치고 도망가야 할 것만 같은 외모를 지닌 그 고참은 

성격 역시도 지랄맞기 그지없었다. 덕분에 이등병때 부터 나는 폭언과 욕설로 도배된 군생활을 해야만 했다. 

친구네 분대가 언제나 웃음이 끊이지 않는 화목한 가정같은 분위기 였다면 내가 있던 분대는 알콜중독자 아버지와 집나간

어머니가 있는 그런 집안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친구의 그 행복도 오래 가진 못했다. 


친구네 분대장이 말년휴가를 나간 어느 날 쉬는 시간에 친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에 나타난 친구에게 다른 선임이

어디 갔다왔냐고 물어봤고 친구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배가고파 px에서 소세지를 돌려 먹고 왔다고 얘기했다. 이 소세지 하나의

후폭풍은 굉장한 것이었다. 이등병이 그것도 혼자서 px에서 소세지를 돌려먹고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역병처럼 

부대내로 퍼졌고 그간 누렸던 행복은 그렇게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얼마 후 친구네 분대장은 제대하고 홀로 남은 내 친구는

그간 벼르고 있던 다른 선임들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내 친구는 어려서 분대장을 잃고 타분대장과 고참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랬다..

샤바샤바 아이샤바.. 그때 일이 많이 상처가 됐는지 지금도 내 친구는 술에 취하면 편의점에 들어가 빅팸을 돌려먹으며 울분을 토하곤 한다.


반면 내 상황은 더 최악이었다. 우리 분대장의 모토는 비폭력이 아닌 Be폭력 이었다. 항상 말보다 주먹이 앞섰고 그렇게 당한 후임들의 

숫자는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지금이야 웃으며 얘기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심각하게 탈영을 고민할 정도였다. 하지만 다들 쉬쉬하기만 

할 뿐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중 뜻밖의 행운이 다가왔다. 시간이 흘러 어느 덧 백일휴가를 나가게 되었다. 입대 후 

첫 휴가에 들뜬 나와 내 친구는 미친듯이 술을 먹으며 그간 쌓였던 분노를 표출했다. 그렇게 만취해 가게를 나서니 어느새 눈이 내리고 

있었다. 괜히 들뜬 우리들은 술을 먹기 위해 술집을 찾았지만 새벽이라 동네에 문 연 술집을 찾을수가 없었다. 우리는 편의점에서

술을 사들고 우리들의 비밀의 장소로 향했다. 친구와 내가 고등학생때 몰래 술을 먹던 장소가 있었는데 그곳은 산 중턱에 있는 공원이었다.

가는길 까진 언덕에 아스팔트가 깔려 있어서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는 장소였다. 거기서 한참 정신줄을 놓고 술을 먹다 나도 모르게 살짝

잠이 들었다. 깨어나니 엄청난 한기가 느껴졌다. 친구를 보니 이미 친구의 어깨에는 눈이 소복히 쌓여있었다. 약간 정신이 든 나는 여기 

이대로 있다가는 꼼짝없이 네로와 파트라슈 꼴이 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친구를 깨워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만취한 

친구를 데리고 눈 쌓인 언덕을 내려가기란 쉽지 않았다. 이내 친구는 미끄러져 넘어졌고 데굴데굴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지기 시작했다.

왠지 그 장면을 보고 웃음이 터진 나는 블랑카다! 블랑카! 우오! 우오! 를 외치며 웃어제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혼자 미친놈 처럼 웃다 

자빠졌고 나또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패딩을 입었던 터라 내 몸은 그대로 일자로 미끄러지기 시작했고 취기가 남아있던 나는 썰매라도

타는 듯한 기분에 낄낄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옷이 말려 올라가고 있었다. 그대로 맨 살이 길바닥에 노출됐고 등이 타는듯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속도가 붙어 쉽사리 멈춰지지가 않았고 간신히 멈처선 후에야 데굴데굴 구르며 비명을 지를 수 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도착하고 다음날 거울을 보니 내 등은 도망치다 잡힌 스파르타쿠스를 보는 듯 했다. 돌부리에 걸렸는지 빨간 줄들이 등에 좍좍 

그어져 있었다. 


눈깜박할 새에 4박5일의 휴가가 지나가고 나는 부대로 복귀했다. 그날 밤 근무를 마치고 씻고 자기 위해 샤워장으로 들어갔고 같이 

근무를 섰던 선임이 내 등의 상처를 발견했다. 어떻게 된거냐고 묻는 선임의 말에 휴가나가 친구랑 술을 잔뜩 쳐먹고 만취해 산에 올라가

술을 먹다 얼어죽을것 같아 하산하던 도중 미끄러져 썰매를 타듯 내려오다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 채찍에 맞은듯한 상쳐가 생겼다고

논리정연 하게 얘기했으나 그 선임에겐 그다지 와닿지 않는거 같았다. 계속 꼬치꼬치 상처에 대해 물어댔고 이미 정답을 말해버린 나는 

더이상 할 말이 없었다. 지 혼자 분에 찬 선임은 알았다고 말했고 다음날 소대장을 통해 부대 내 일이등병이 모두 모였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나는 고참에게 인간이하의 학대를 당한 비운의 이등병이 되어 있었다. 자꾸 묻는 소대장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얘기했지만 소대장은

다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동안 알아주지 못해 미안했다며 내 손을 꽉 잡을 뿐이었다. 미친.. 결국 그게 시발점이 되어 다른 후임들 

모두 평소 그 고참에게 당한 구타나 욕설에 대해 털어놓았고 그 고참은 긴 여행을 떠나야 했다. 정작 나는 욕은 먹었어도 직접적인 구타를

당한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그렇게 내 군생활에는 한줄기 빛이 생겼다. 하지만 수많은 또라이들 중 하나가 사라졌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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