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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동생 육군훈련소 데려다주고 온 썰 풉니다. 길고 진지먹습니다
게시물ID : military_157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무나모
추천 : 20
조회수 : 117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2/26 01:22:29


다른데다 썼다가 옮겨온 글인지라 

그냥 다다체에요. 

바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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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5일


막내 군입대를 보고 왔다. 안

갔으면 그 짠한 마음 살아생전 평생 느껴보지 못한 채

군대가는 사람들에게 쿨내 쩔게 이야기했겠지. 

죽으러 가는것도 아닌데 맘편하게 갔다와.

하지만, 적어도 4월 3일까지 뭘 하고 뭘 먹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 그리고 군대라는 곳의 특성상

훈련소를 직접 갔다와 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막내가 사회와의 완전한 단절을 경험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편하게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표현이 정말 사무치게 와닿는다.



우리집에 막내의 누나는 세명. 

누나1번인 내가 휴가기간인지라, 선뜻 함께 갔고

누나2번은 막내와 싸워서 안갔고,

누나3번은 신입사원 연수 들어가서 엄마, 아빠, 나, 막내 넷이 갔다.

탄천휴게소에 들러 우동과 돈까스를 먹고, 커피를 한잔 하고, 햄버거를 두개 사서 논산으로 향했다. 



차가 생각보다 많이 밀리지 않았고, 

주차공간도 꽤 넓었다. 그때까지는 열심히 떠들었다. 

누구는 편지한장 써놓고 군대갔다더라, 

안철수는 밤새 바이러스 잡고 군대갔는데 가족에게 이야기를 안하고 갔더라 하는 시덥잖은 이야기를 말이다. 



그리고 논산에 도착했다. 논산육군훈련소. 빡빡이들이 속속들이 친구, 가족들과 도착하기 시작하고 막내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쿨한척 친구들의 전화를 받지만, 어, 드디어 왔어, 로 전화가 시작되는데 쿨해질리가. 

날씨도 좋고 해서 잔디밭 어드메쯤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감자튀김을 먹으며 또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고, 탱크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람들이 몰려가는 곳을 따라가보니, 연병장이다. 

막내가 서있을 곳 부근에 자리를 잡고 까치발을 서고 연병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웅성웅성, 내가 연병장인지 연병장이 난지 모를정도로 사람도 많고 연병장도 넓다. 

방송이 나온다. 곧 입소식을 시작한단다. 



연병장으로 집합하기 전에 이제 마지막 인사를 한다. 

와, 사람울리는 멘트. 먼저 부모님이 이야기한다. 

아들아! 몸 건강하게 잘 다녀와라! 나는 너를 믿는다! 

여기까지는 우는 사람이 없다. 

자, 이제 아들이 대답한다. 

어머니! 아버지! 몸 건강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편안히 주무십시오! 사랑합니다! 하고 안아주는데, 

모든 사람들이 울었다. 아무렴. 울어야지. 

나도 울었다. ㅠ_ㅠ


어떤 사람은 이야기한다. 죽으러 가나. 

다시한번 말하지만, 

사회와 단절된 채 나라를 지키는 기본 훈련을 받으러 가는 길이다. 

내가 뜨신밥 먹고 영화한편 볼동안, 

총 쏘고 피티체조 하며 뛰고 걷고 소위 뺑이를 친다. 

그짓을 1년 10개월을 하러 들어가는건데 

당연히 눈물을 흘리는 과정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생 볼 수 없었던 아빠의 눈물을 봤고, 

이틀전에 눈물콧물 쏟으며 울던 엄마도 또 울었고, 나도 울었고, 안아주고, 

막내는 일번으로 달려가 연병장 맨 앞줄에 섰다. 



간단히 거수경례를 배우고, 제식훈련을 한 다음, 

연대장의 인사가 대부분이었던 꽤나 간단한 입소식이 끝나고, 

아들들은 연병장을 한바퀴 돌아 생활관으로 들어간다. 

부모들은 한컷이라도 더 아들의 모습을 남기기 위해 사진기를 연신 눌러댔고, 

나도 그랬다. 그리고 집에 오면서, 논산은 논이 많고 산이 많아서 논산이라는 이야기를 또 나누며 집으로 왔다. 

그때까지는 꽤 괜찮았는데, 저녁에 직원회식에 참석해 부페음식을 먹으면서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떨어져 산지 10년, 나야 뭐 남이나 다름없는 큰누나이지만 

나는 여기서 가십거리 이야기를 하는 동안 

이놈은 욕지거리 들으면서 물품을 정리했을테고, 밥을 먹고, 점호를 하고, 불침번을 서겠지 라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참, 짠했다. 



군대라는 곳은, 전쟁상황을 대비하여 실전훈련을 하는 곳이다. 

민방위훈련과는 엄연히 다르다. 당연히 군기가 필요하고, 상명하복이 필요하고,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요즘 군대 편해졌어, 요즘 군대, 요즘 군대, 하지만 훈련소 근처라도 가보지 않았다면 정말 쉽게 말할 부분이 아닌것 같다.

나도 간호사관학교를 가려다 수능을 생각보다 잘봐 다른대학을 가 다른 직장에 들어간 케이스이긴 하지만, 

한때 진지하게 생각했던 사람으로써, 군대는, 간단한 곳이 아니라고 늘 생각해왔다.



군대는 순식간에 죽을수도 있고, 견디기 어려울수도 있지만, 이 모든 행동을 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전시대비이다. 



평화와 인권을 존중하면서 군대를 해산할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전세계가 동시에 군대를 없앤다면 대찬성이지만, 

2000년도 훨씬전부터, 전쟁으로 시작된 문명과 역사이다. 

없어지지 않은 상태라면, 

적어도 국민을 지킬 수 있는 나라는 자력으로 준비를 해야만 한다.(지금은 국군통수권자가 미필이라는게 함정) 

군대는 편해서도 안되고, 편하지도 않다. 요즘 군대 좋아졌다고 하지만, 무기의 진화와 궤를 같이 하고 있을 뿐이다.



몸은 편할지 모르겠지만 무기는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버튼 하나로 도시를 날리는 전쟁이다. 

총을 잘 쏴서 핵무기에게 한발 날리겠는가? 

적어도,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체력과 전우애를 잊지않고 갖추는 곳이 21세기형 군대 아닌가 싶다. 

군대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지 말자. 

모두의 소중한 아들과 딸들이 그들의 젊음을 바치는 곳이다. 

그들의 젊음으로 우리의 오늘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모두모두 건강하고, 강해지길 바란다. 동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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