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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드래곤라자 후치와 운차이 대화 中 [휠압박주의]
게시물ID : lovestory_528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169km직구
추천 : 6
조회수 : 218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3/18 11:38:55

드래곤라자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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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는다. 너무 이르군."
"자둬요"
"걱정마라. 난 불침번도 세우지 않을 것 아니냐. 포로가 편한 점도 있지."
하긴 그렇다. 운차이를 불침번으로 세울 수야 없으니 나, 샌슨, 카알이 서로 번갈아가며 불침번을 설 것이다.
이루릴은 다쳤고, 게다가 아침에 일어나 메모라이즈하려면 푹 자둬야 된다.
네리아? 할 수 없지.
믿지 못 한다는 것을 보여주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냥 안세우는 것이 낫겠다.

"후치"

운차이가 말을 걸었다. 난 장작개비를 다시 던져넣으며 바라보았다.

"날 놔줘"
".....그건 곤란해요."
"사례하마. 기필코 하겠다. 날 놔줘"
"안돼요"
"기어코 바이서스 임펠에 데려가서 교수대에 걸겠다는 거냐?"
기분 나쁘지만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난 시무룩하게 댓구했다.

"당신은 간첩이 되었을 때 이미 각오가 되어 있었을 거 아니에요?"
"끝까지 살아남겠다는 각오도 있었지"
".....살아남겠다고요? 당신은 전쟁포로로 취급되긴 어렵겠죠. 간첩활동을 했으니까. 그리고 당신들이 칼라일 영지에 일으킨 해악을 생각해봐요.

그러고도 살아남겠다고요?"
"그건 그 여자의 짓이다. 우린 그 여자의 호위였을 뿐이지. 우리는 그저 그 땅에 아지트를 만들어두고 그 여자를 기다렸을 뿐이다."
"재판에서는 막지 않았다면 공범이나 다름없다고 할껄요. 그걸 방조죄라고 하던가?"


운차이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건 옳은 말이지만, 옳은 말이 아니기도 하다. 자신의 손에 닿지 않는것도 많다.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 책일질 수는 없다."


나는 비스듬한 시선으로 운차이를 바라보았다. 운차이는 내 눈을 똑바로 들여다 보았고, 난 모닥불을 뒤적거렸다.


"내 듣기에, 넌 전장과 멀리 떨어진 웨스트 그레이드의 주민으로 바이서스와 자이펀의 전쟁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이 살았구나.

하지만 만일 자이펀이 바이서스를 침공해서 너희 고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너에게 왜 우리 나라에 전쟁을 걸었느냐라고 물으며 널 죽이려 든다면,

넌 뭐라고 하겠나?"
"내가 전쟁을 걸진 않았잖아요?"
"바로 그것이다. 너의 국왕이 전쟁을 걸었을 뿐이야. 그런데도 너에게 전쟁의 댓가를 치르게 하려든다면, 넌 뭐라고 하겠냐?"
"장기판의 말 신세인 아랫사람만 죽어난다는 식의 이야기로군요."
"억울하지 않느냐?"
"전혀"
"......이유를 말해봐라."


모닥불을 다시 헤집었다. 잠시 불티가 밤하늘을 향해 비산해갔다. 나는 검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내가 윗사람이 아니라서 억울하다는 그런 식의 논리대로 따진다면, 난 내가 독수리처럼 날 수 없어서 억울할 수도 있어요.

내가 물고기처럼 물 속에서 숨쉴 수 없어서 억울할 수도 있지요."


운차이는 어처구니 없는 얼굴이 되었다.


"넌 독수리나 물고기가 아니라 인간이다. 그리고 너의 국왕, 귀족, 장군들도 너와 같은 인간이다.

같은 인간이면서 왜 아래에 있는 사람들만 이 댓가를 뒤접어써야 되느냐.

나도 인간이고, 날 바이서스로 파견한 내 상관도 같은 인간이었다. 하지만 난 명령 때문에 여기로 왔고 결국 죽게 되었지만,

내 상관은 또 다른 간첩을 육성시키며 지금도 배불리 잘 살고 있을 것이다. 나보다 그 놈이 더 나쁜 놈 아니냐?"
"같은 인간? 하, 웃기는군요"


내 대답에 운차이는 놀란 모양이다. 그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뭐?"
"바보나 그런 말을 해요. 같은 인간이면서 어쩌니 저쩌니. 헤, 같은 인간이 세상에 어디있어.

다른 사람들을 모조리 자신과 비슷한 범주에 넣고 이해하는 것은 다시 없는 바보죠."


운차이는 이해되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건 카알의 말씀이지. 난 내 눈 가득히 검은 밤하늘을 담으며 이야기했다.


"당신처럼 생각하면 귀족이나 왕족을 욕하기에는 쉽겠죠.

'제기랄, 같은 인간인데 왜 난 보리빵에 물 한 그릇으로 떼우는데 녀석들은 미녀들의 시중을 받아가며 산해진미를 먹느냐.'

그게 억울하면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어버려요. 그게 귀찮아서 하지 않겠다면 입 다물고 앉아있어요."
"귀찮아서...라고?"
"귀찮은 것 아니에요? 당신 말마따나 같은 인간이면, 당신도 자이펀의 왕(거기서도 왕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처럼 왕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하지 않는 것은 귀찮아서 하지 않는 것 아닙니까?"
"그게 귀찮아서 하지 않는거냐? 불가능하지..."
"얼씨구. 이젠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무시하시는군요. 당신 같은 화법은 추해요.

불평할 때는 같은 인간이고, 당신을 그런 사람들에게 비교해서 꾸짖을 때는 다른 인간인가요?

누구나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비판하면 기분 나쁜 법이죠. 동일성을 가져요.

그렇게 같은 인간이라면, 이 넓은 대지 어느 한편에 나라를 세워요. 이제 너는 왜 그러지 않겠느냐고 묻겠지요?"


운차이는 매서운 어조로 질문했다.


"묻고싶군"
"난 귀찮아요. 난 헬던트 영지의 초장이 후보로 남는게 훨씬 속편해요. 내가 야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겠지요.

간혹 나도 귀족들이 되고 싶기는 해요. 하지만, 난 그렇게 되지 않겠어요."


밤공기가 차갑다.


"하지만 누군가가 야심없고 능력없는 자의 자기 위안이라고 날 욕하게 하진 않겠어요. 

'쳇, 넌 야심이 있으면서도 능력이 안되니까 비굴하게 자기를 합리화시키는 것 아니냐?'

바보 아녜요? 그런 사람들은 야심이 사람의 본능인 것처럼 생각하죠.

자기가 그 야심 때문에 목숨까지 걸며 허겁지겁 돌아다니니까 다른 사람도 그런 줄 알아요.

그런 작자들은 남을 이해할 줄 몰라요. 뭐, 보통은 그런 자들이 왕이 되고, 영웅이 되고 하겠지만,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지요?

만일 그런 영웅이 무능력하고 비굴하다고 날 비판하겠다면,

난 그 작자에게 초를 만들어보라고 하겠어요.

그리고는 '초 한자루도 못만드는 주제에. 시장 한편에 집어던지면 굶어죽기 십상이겠군'이라고 말해주지요.

그러면 그 작자는 화내겠지요? 하지만 그런 영웅들은 자기 손으로 먹고 살 재주는 없을걸요?

다만 무한한 야심으로 다른 사람들을 부려서 왕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을 뿐이죠. 그리고 난 그런 야심이 없는 대신,

내 손재주로 내 호구지책을 마련할 수 있고."


운차이는 날카로운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러지? 정말 되지도 않는 말재주로 장황하게 말하자니 머리가 아프다.

결론을 어떻 게 내려야 되나? 에라. 좀 거칠더라도 그냥 끝내자. 머리가 아프다.

"그게 진정한 '같은 인간'이지요. 내가 남이 될 수 없고, 남이 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 성립될 수 있어요.

당신은 당신을 이곳으로 파견한 상관이 될 수 없어요. 당신의 가족, 당신의 추억, 당신의 사랑, 당신의 과거의 소중한 것을 모두 팽개치고

 그 상관의 자리에 대신 들어가라면, 그렇게 할 거예요? 그럴 수 있어요?

당신 상관의 아내를 부인이라 부르고, 당신 상관의 자식들을 내 아 들아, 혹은 딸아, 이렇게 부를 수 있어요?"
"…내 상관은 독신이다."


난 웃어버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운차이도 피식 웃어버렸다.


"걱정하지 말아요. 난 잘 모르겠지만, 펠레일의 말에 의하면 당신은 중요인물이래요."
"중요인물?"
"뭐라더라…. 당신은 우리 나라의 비둘기파, 그러니까 주화파(主和派)들을 주전파(主戰派)로 바꿀 수 있는 산 증거물이라더군요.

그러니 당신의 증언은 중요해요. 그러니까 수도에 도착하면, 당신이 한 짓을 뉘우친 다는 식으로 말해봐요.

그리고 당신 상관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한 일 이라고 말해보세요."
"그런다고 내가 살겠냐?"
"그럼 끝까지 조국에 대한 충성을 지켜 교수대의 이슬이 되든가."


운차이는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쉽게 말하는구나.”
“당신이 결정하기 쉬우라고 쉽게 말하는 거죠. 결정을 내려요. 살고 싶다면, 전향을 해서 당신 조국을 마구 꾸짖고 선전책동의 앞잡이가 되어요.

그럴 수 없다면, 표표히 죽어가요. 양자가 다 싫다면, 재주껏 달아 나요. 하지만 나에게 도와달라고 하지는 말아요. 알아서 도망쳐요."


운차이는 내 말에 빙긋 웃으며 다시 드러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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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라자를 읽으며 깊이 생각하게 만들고 나를 다시 되돌아보게 만든 내용입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며 좌절하거나 안심하거나 하실텐데요.

자신과 타인이 같지 않다라는걸 인식한다면 아마 인생이 더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까합니다.

뭐 전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만,

사람마다 다 다른 결론을 낼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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