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원 들어 주는 거지?" "그럼! 무엇이든지." "약속했다." "맹세할게." 소녀와 소년은 새끼 손가락을 걸었습니다. 손가락 건 약속은 한번도 어겨 본 적이 없는 사이였습니다. 그들은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소녀가 말했습니다. "저 달을 따줘." 소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별무더기가 쏟아지는 밤하늘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거기 달님이 허옇게 걸려 있었습니다. 소년은 손을 내밀고 발까치를 세웠습니다. 소녀가 익다 만 옥수수처럼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습니다. "달을 따줘. 약속했잖아." 소년은 그런 소녀의 따귀를 깨물고 싶었습니다.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소녀는 화사한 계집애가 되었습니다. 소녀는 소년에게 손가락을 내밀고 말했습니다. 소년은 입맞춤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 달을 따줘." 소년은 능청스럽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따줄 테니까 사다리를 만들어 줘."
그리고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어느날 귀부인처럼. "저 달을 따줘." 소년은 대꾸없이 소녀의 따귀를 갈겼습니다. 소녀가 악을 바락바락 썼습니다. "왜 때려! 네가 뭔데 때려!" 소년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 때렸는지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