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은 대함, 대공 사격 외에도 NGFS(Naval GunFire Support. 함포지원사격)이란 것을 한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오지마 전투, 인천상륙작전 때처럼

해병대가 상륙하기 전에 일단 적 해안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 필요가 있기 때문에

항공폭격과 NGFS는 해군과 해병대에게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해군 레이더는 육상표적을 추적할 수 없기 때문에

적진의 좌표를 찍어주는 Observer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로 해병대 장교나 부사관들이 맡는다.

나는 해군출신이지만 예비군 소속과 임무는 해병 2사단 항공대 Observer이다. (빌어먹을...)

1995년쯤이었나보다.

늘 하던대로 해경에 통보해 훈련구역에

어선이나 여객선 등 민간선박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해군에서 NGFS 훈련장으로 사용하던 바위섬을 표적 삼아 화력을 있는대로 쏟아부었다.

나는 사수가 아니라 Weapon Director였기 때문에 할 일이 없어

TV CAMERA로 바위섬에 수백발의 포탄이 내리꽂히는 장관을 구경하고 있었다.

1차 사격이 끝나고 진형을 바꾸어 2차 사격을 준비하려던 그 때...

TV CAMERA 모니터에 이상한 물체가 포착됐다.

바위섬 뒤쪽에서 하얀 물체가 펄럭이는 것이다.

분명 사람도 새도 살지 않는 무인도인데...

잘못 본 것인가 싶어 몇 번을 다시 보고 줌인까지 해 봤지만

바람에 나부끼는 그건 분명 하얀색 런닝셔츠였다.

그리고 잠시 후...

바위섬 뒤쪽에서 상반신을 탈의하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남자 한명이

펄럭이는 런닝셔츠를 하늘 높이 든 채로 나타났다.

부랴부랴 전단과 사령부에 보고하고

훈련 중이던 우리 전대 전체에 사격중지 명령을 내렸다.

단정을 내려 그를 구조하고 해경이 오기 전까지 우리 배에서 보호하기로 했다.

그리고, 바지에다 오줌까지 지린채로 벌벌 떨며 사정 얘기를 쏟아내는 그를 보며

우리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난감함에 괴로워 했다.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남해나 서해 쪽에서는 낚싯배가 낚싯꾼들을

인근 바위섬이나 무인도로 태워다 준 후 돌아갔다가

약속한 시간에 다시 태우러 온다.

그 남자도 같은 방법으로 무인도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었는데,

난데 없이 자기 등 뒤로 수백발의 포탄이 쏟아진 것이다.

이렇게 죽는구나 싶어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하고

세상을 등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포격이 잠시 뜸 하더란다.

바위 너머로 살짝 보니 해군 함정들이 일제히 방향을 바꾸고 있길래

이때다 싶어 얼른 런닝셔츠를 벗어 들고

윗옷을 입을 겨를도 없이 죽을 힘을 다해 흔들었다고 한다.

바지에 오줌을 지린 그를 그대로 돌려 보낼 수 없었던 우리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게 하고 입고 있던 옷까지 세탁을 해줬다.

다행히 한여름이라 외부 갑판에 널어놓으니 금방 말랐다.

드디어 해경함정이 도착을 하고

그는 눈물을 흘리며 몇번이나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떠났다.

이건 그냥, 진짜로... 사족...

해군 레이더는 육상 표적을 추적할 수 없다.

그런데도 육상 표적에 대한 사격이 가능한 이유는 컴퓨터와 삼각함수 덕분이다.

아래 그림처럼 우리배는 표적을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Observer의 위치를 입력한다.

그리고 Observer가 불러주는 표적의 좌표를 그대로 입력한다.

그러면 컴퓨터는 알아서 우리배로부터 표적까지의 방위와 거리를 계산해서 굵은선처럼 조준한다.

단, 우리 장비의 NGFS 모드를 설정해줘야 한다.

원래는 사람이 직접 계산을 했으나

2차 세계대전 때 컴퓨터란 것이 발명되면서

사람이 직접 계산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Observer는 그림처럼 적진 코 앞까지 가서 좌표를 불러주고

탄착점까지 관측해서 불러줘야 하며

적진의 동향까지 관측해서 보고해야 임무가 끝나는 아주아주 위험한 임무이다.

따라서 고도로 훈련된 해병 장교나 부사관들이 맡도록 되어 있는데,

씨발 배만 타던 내가 옵저버라니!!! 예비군한테 옵저버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