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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게시물ID : freeboard_2882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추참치
추천 : 1
조회수 : 15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8/02/22 11:49:53
어둠의 바다 어둠의 소리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무더운 밤이었다.
      하늘에는 별 하나 없었고 바다는 어쩐지  무서우리만큼  조용했다.
      나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후갑판 쪽으로 걸어 가고 있었다.  후갑판
    에는 이미 한 승객이 있었다.  갑판의 난간에 기대어 선 그 남자는  계
    속해서 어두운 바다를 쳐다 보고 있었다.
      "오늘밤은..."
      하고 나는 말을 걸었다.
      뒤돌아 보는 남자의 얼굴은 해골처럼 앙상한 모습이었다.  눈은 움푹
    패어 들어갔고, 안색은 몹시 창백했다.
      "오늘밤은..."
      남자는 가라앉은 쉰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나서, 엷은 입술을 씰룩
    거리면서 웃었다.
      나는 남자의 곁으로 다가서서 함께 어두운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는 언제나 나를 어쩐지 슬픈 기분에 빠져들게 한다.  마치  바다 
    속에 있는 어느 누군가가 부르고 있기나 하는 것처럼...
      "지독히 더운 밤이군요."
      내가 말했다.
      "그렇습니까...?"
      남자는 말라빠진 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저는 이런 밤이 좋은걸요.  어쩐지 무시무시한 게 재미있지  않습니
    까?"
      나는 별난 남자라고 생각했다.  내가 잠자코 있자, 그가  질문을  해
    왔다.
      "이 배에 유령이 나온다고 하는 소문이 있던데요.  알고 계십니까?"
      "유령이라니요?"
      내가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역시 우리들같은 승객중의 한 사람인데, 자살을  했답
    니다.  오늘처럼 무덥고 바람도 없는 밤이었다고 하더군요.  그 사내는
    잠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바다에 뛰어들었습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서있는 여기에서 말입니다."
      남자는 내 얼굴을 슬쩍 살펴보면서 히쭉 웃었다.
      "바다에서 건진 그 시체에는 오른쪽 팔이 없었답니다.  배의  스크류
    에 절단이 되었을 지도 모르지요."
      두 사람은 어두운 바다에서 희끄무레하게 물거품이 일고 있는 스크류
    의 뒤쪽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 유령이 나오는 거군요."
      내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자기가 잃어버린 오른팔을 찾아다니고 있다는 겁니다.
    오늘처럼 푹푹 찌는 무더운 날씨에 바다가 묘하게 조용한 밤이면 한 남
    자가 그 바다를 바라보고 있답니다.  그러다간 어느  순간엔가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는 것입니다."
      남자는 스스로 자기 모습을 사라지게 하는 듯한 시늉을 했다.
      "아니, 그 남자가 자살했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게, 아무런 이유도 없다는 겁니다.  돈에 쪼달린 것도 아니고, 실
    연했기 때문도 아니고..."
      눈살을 찌푸리면서 남자는 물끄러미 바다를 바라보았다.
      "아마..."
      남자는 우물거리면서 말을 꺼냈다.
      "아마 그 바다를 바라보는 중에 모든게 싫어져 버린 것이겠지요.  그
    래서 무엇인가에 끌려들어가는 것처럼 바다에 뛰어들었을 겁니다.   저
    도 그런 기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있으면 모든걸  잊고  이
    바다의 밑바닥에서 잠들고 싶어집니다.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
    니까?"
      나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는 어둠에 잠겨서 조용히 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았다.
      "바로 그렇습니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
      "그래서, 그날 밤 나는 바다에 뛰어들었던 겁니다."
      나의 오른팔이 없는 것을 사내가 알아차린 것은 바로 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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