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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시간.
게시물ID : freeboard_2920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Aimar.16
추천 : 1
조회수 : 25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8/03/18 23:05:30
3학년 칼복학이라.

비슷한 시간표를 가진 학번동기는 같은 부대에 기적적으로 근무를 한 친구밖에 없다.

오늘은 주중에 제일 빡신 1234567교시가 있는 날이다.

점심을 못 먹어 걱정이었는데.

34교시 수업이 쉬는 시간 없이 연짱으로 30분에 끝나기에

간신히 점심 시간이 난다.

하필 친구는 유일하게 다른 시간이 34교시이고 공강이다.
녀석은 사이버 강의라 그 시간에 집에서 밥을 먹는다.

나는 집까지 갈 시간은 없다.

쓸쓸하게 학생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으러 간다.

시간이 나도 조금이라도 늦으면 사람들 줄 서있는 것을 보고

그냥 매점에 가서 빵을 먹어야 하지만.

나는 점심은 무조건 밥이다.

오늘도 학생 식당은 붐빈다.

그래도 한쪽 배식대가 덜 붐벼 평소보다 빨리 밥을 샀다.

그런데 이런. 탁자가 만원이다.

구석에 탁자 비어서 유유히 자리를 잡았다.

복학하고 예전같지 않게 스타일에 신경을 조금 들여

남들에게 모자라지 않는 패션을 꾸몃지만.

여전히 머리는 짧다. 안 그래도 험하게 생겼는데

머리는 직발이라 앞머리가 김무스 수준이다. 

인상의 40%를 차지하는 끝이 치켜올라간 장군눈썹을 가려주지 못한다.

매무새를 약간 다듬다가

어쨎건 지금은 빨리 먹고 이동하는게 중요하다.

그런데 순간 비어있던 정면 앞자리에 여학생이 앉았다.

그 구수한 국밥향을 뚫고 뭔가 식물의향(?)이 들이마셔졌다.

게다가 예쁘기까지 했다.

그러나 많이 무감각해지고, 관심이 사라진 터라 모르는 여자에게 별 감흥이 없다.

시계를 들여다 보니 15분이 남았다.

순간 여학생은 핸드폰을 떨군다.

내쪽으로 떨어져 그냥 주워주었다.

"아- 감사합니다-"

나는 남들이 항상 부럽다고 하는 나에게 유일하게 남들보다 뛰어난 목소리로

"아니요., 그럴거 없어요.'

라고 말을 했다.

여학생은 말한다

"와. 목소리 디게 좋으시네요.? 해. 성우 하셔도 되겠어요."

약간의 경상도 억양.?

"하. 칭찬은 고맙지만. 성우 하기에는 많이 모자르죠."

목소리가 좋다는 이유로 포대장을 사칭해서 각종 공익기업체.공사에 지원 전화를 해야했던

경험이 이런 순간에 대화의 언어를 고르는 긴장을 덜어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 대화를 나누다보니 시계가 벌써 5분전이다.

여학생도 수업이라 헐레벌떡 같이 일어나서

나는 여학생의 국그릇을 내것에 옮기고 여학생은 수저를 가져갔다.

강의동이 달라 헤어진다.

"'아저씨' 목소리 진짜 좋아요. 나중에 보면 인사 할게요 흐."

보기 드믈게 당차고 멋진 여학생이다. 

하지만.

나같은 놈에게는 그저 호의일 뿐이라는걸 안다. 경험상.

하지만.

오늘 하루 온종일 마음에 봄 바람이 불었다. 나에게도 아직 설레임이 남아있구나.

(소설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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