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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신문사...대통령의 수첩
게시물ID : sisa_3907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수크
추천 : 1
조회수 : 28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5/17 13:49:47

오늘 드디어 부장님으로부터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번 기사만 제대로 작성하면 우리 신문사의 정치부 위상이 다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를것이고 그동안 정치부를 무시했던 스포츠, 연예부 기자들이 정치부 앞에서 108배를 하면서 참회를 할 것이라고 했다.

곡 소리를 제대로 안내면 용서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고 어금니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는 못들은 척 했다

오늘의 임무는 무엇이냐..

니가 오늘 직접 대통령과 일대 일 면담을 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대통령의 심정과 앞으로의 대처 방안에 대해서 아주 소상하고 자상하게 기사를 작성해오라는 것이었다.

내가 어떻게 대통령을 만나냐고 물어보는 순간 부장은 이미 내 어깨를 두 번 두드리고 나서 정수기 앞에서 일회용 커피를 컵에 들어붓고 있는 중이었다.

일단 경복궁으로 갔다

옆에 지나가는 사람보고 오늘 날씨 참 좋다고 벌써 여름같다고 한마디 했더니 뭐라고 말을 하는데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중국 사람이었다

여차여차 해서 청와대까지 들어갔다.

어떻게 대통령을 만나야 되나 청와대 잔디밭을 무슨 근심있는 사람마냥 턱을 어루만지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청와대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목례를 하니까 나를 그 곳 직원으로 생각해서 통제를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길을 잃고 있다 괜한 오해를 받을지 몰라 돌아 나갈려고 하는 찰나 그분 대통령께서 저쪽 벤치에 앉아서 노트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계셨다

기자의 본능으로 지금 기회를 잡지 않으면 오늘은 황이다라는 생각에

다가가려는 순간 검은옷을 입은 남자가 마치 미국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눈앞에 검지 손가락을 올려서 좌우로 까딱까딱 흔들고 있었다

이 검은 옷들에 막혀버린 순간 나도 모르게 마치 록키가 시합 끝나고 여자친구를 부를때와 같이 절박하게

우유빛깔 박근혜

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요즘 수지에게 빠져있는 나에게 어떤 무의식이 나의 전두엽을 강하게 짓누르고 있음을 느꼈다

대통령도 여성이어서 조금 관심을 보였을까

두리번거리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무슨일이냐고 물어보시길래 기자고 뭐고 다 무시하고 그냥 인증샷이나 찍자는 마음으로

그냥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시면 안될까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요즘 괴로운 심정이신것 같은데

제가 위로의 차원에서 귀요미송도 불러드리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노래는 됐다면서 그냥 사진만 같이 찍자고 했다.

귀요미송 준비동작인 양손 검지를 볼에 붙일려다가 수줍게 내려놓으면서

같이 사진을 찍고 난후 휴식시간도 없이 항상 일하시는 모습에 국민으로써 감사드린다고 했더니

요즘에 미국일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으시다면서

자신이 예전에 쓰던 수첩만 너무 믿었던 잘못도 있다고 하면서 이제 그 수첩과 작별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하고 말씀하셨다

나는 너무도 놀라 그럼 평강공주와 엄지공주를 거쳐서 공주계의 화룡정점인 수첩공주의 명예를 내려놓으시려고 하는 거냐면서, 이건 그동안 정치인생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는 거랑 다를바가 없지 않냐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고 했더니

요즘은 하루하루 세상이 바뀌고 국민 여론의 향배도 매일 체크해야 되는 시기라면서

이제는 당신도 새로운 정치 지도자로서 모든 국민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로 다시 각인되고 싶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예전에 쓰시던 그 손때가 묻고 세월의 흔적과 고뇌가 묻어 있던 수첩을 어루만지시면서 이제는 이 수첩과 작별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옆에 아주 새것 반질반질한 2013년 5월판 새로운 수첩을 가만히 들어올리시면서

이제는 새 수첩을 쓸때가 됐다고..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된다면서.

오늘부터는 예전의 그 수첩공주와는 전혀 다른 수첩임을 분명히 한다면서 새롭게 국민앞에 다가설 것이라고 조용히 말씀하셨다.

나는 매우 감동을 받아서 대통령에게 진심어린 배꼽인사를 하고 검은 옷들을 스쳐서

청와대를 걸어 나왔다.

이건 우리 신문사가 여러 메이저 신문사를 제치고 따낸 전적으로 나의 힘으로 건진

특종임이 틀림없다.

빨리 부장한테 달려가서 이 소식을 전해서 다시 우리 정치부의 위상을 회복함과 동시에

스포츠와 연예부 기자들이 우리 정치부 앞을 지나갈 때 삼보일배 하지 않은 이상 용서는

없다고 강력하게 건의하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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