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제 여자친구는 사귄지 100일이 좀 넘어가는 동갑내기 커플입니다.
뭐라고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정말 착하고 귀여운 여자친구라서 제가 항상 미안할 따름입니다.
저는 일기예보 같은 걸 별로 보지 않아서 오늘 비가 오는 걸 모르고 있었습니다.
오후 수업 정도 되니까 애들이 비 온다고 말해서 알았거든요.
그래서 여자친구한테 지금 비 오는데 우산 안 가져와서 큰일이라고 약간 푸념 섞인 말투로 카톡을 날렸죠.
그러더니 걔도 자기도 안 가져와서 큰일이라며 집에 가기 막막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지하철로 가는 도중에 서로 카톡을 하던 중에 집 근처 역까지 도착했습니다.
어떻게 가나 막막하던 차에 출구를 나와보니 여자친구가 기다리고 있더군요.
왜 여기 있냐고 물어 보니까 네가 걱정되서 나왔다고 합니다.
우산 없었잖냐고 물어 보니까 대답이 기막히더군요.
"너하고 같이 쓸 우산 밖에 없다고."
아, 순간 울컥 했습니다.
이 애한테 정말 잘 해야겠다고 생각도 했고요.
그래서 지금 밥 같이 먹고 여자친구 집까지 바래다 주고 왔습니다. (결국 우산은 편의점에서 일회용으로 샀습니다.)
...는 개뿔.
여자친구 그딴 거 없고 집까지 비 맞고 걸어 왔습니다.
우산 같이 쓰고 가던 커플들이 절 보고 뭐라고 생각할 지, 으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