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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만 사는 나라.txt
게시물ID : readers_75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구우름
추천 : 11
조회수 : 101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6/01 01:55:14

 

 

늘 쓰고 싶었던 이야기인데 시험기간을 틈타 용기내서 올려봅니다

막상 올리려니 떨리네요ㄷㄷㄷ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Qu8t4

 

 

이 이야기는 우리 가족 대대로 이어져 오는 이야기인데,

그러니까 정확히 몇 년, 몇 월, 며칠 인지는 모르겠고, 대충 이천년 쯤 전으로 해 두는 것이 좋겠다.

나는 얼토당토않은 이 이야기를 당신이 그저 재미삼아 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판타지와 몽상가의 꿈 사이 그 어디쯤이라고 생각 해 주길.

내가 한 이 이야기를 잘 들어 주길 바란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여자란 원래 그런 말을 잘 쓰는 생물이다.

 

 

 

이천 년 전, 한 작고 기이한 나라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과 별 다를 것은 없고,

그 나라에는 오늘날의 기준으로 추하든 아름답든 xx의 염색체로 난 여성들만이 살고 있었다.

신비로운 점은 그들도 잉태를 했다는 것이다.

잉태를 도맡은 여성이 아기씨를 한 아름 가지고 오면,

자격을 갖추었으며 또한 아이를 가지고 싶은 여성들은 자신의 배에 그것을 들이부었다.

어쨌든 여성의 성별을 가진 자손들만 번성했다.

아무도 ()’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부터 이 나라를 플뢰르(Fleur)’라 부르고 싶다.

 

 

 

플뢰르의 여성들은 뚱뚱하기도, 깡마르기도 했다.

허나 그들의 몸은 모두 아름다운 곡선으로 그려 져 있었다.

뚱뚱한 여성은 큰 곡선을, 깡마른 여성은 자그마한 곡선을 가졌다.

크고 작은 곡선 중 어느 것이 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내 질문에 ‘yes’라고 답한 사람이 있다면,

칸딘스키의 추상화 구성(Composition)’에서 어떤 원이 가장 아름다운지 감상한 후 일주일 안으로 말 해 달라.

 

 

 

당신에게 던진 나의 질문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의 곡선을 시기하고 질투하기도 했다.

아름다움은 때에 따라 달랐지만 그 때 마다 그녀들의 질투는 항상 존재했다.

하지만 갈대 같은 그녀들의 기준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눈치 챈 당신이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

여성들의 곡선이 모두 아름답다는 나의 주장을 조금이나마 받아들여 주길 바란다.

 

 

그녀들은 말을 좋아하는 생물이다.

말을 하는 것, 말을 들어주는 것, 말을 전하는 것!

침묵은 그녀들이 가장 격노했을 때가 아니고서야 찾기 힘든 무 존재의 존재이다.

보통 적당히 화가 났을 때조차,

1분 만에 엄청난 단어를 쏟아내는 여자를 보고 있노라면 놀랄 수밖에 없다.

 

플뢰르에는 지금과 같이 착한 여자도, 나쁜 여자도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나쁜 여자는 가끔 착하기도 했다.

3주는 착한 여자였다가 1주는 나쁜 여자가 되는 여자도 있었는가 하면,

3주는 아주 조금 나쁜 여자였다가,

남은 1주를 동네에서 제일가는 나쁜 년이라고 불러주지 않으면 죽어 버릴 것 같은 여자도 있었다.

아마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주기적인 변화가 주된 원인이다.

 

 

슬슬 더워지려고 해.”

다른 곳이라고 다를 것 없을 거야.”

 

플뢰르의 계절은 봄, 여름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따뜻하거나, 무더웠다. 따뜻하면 꽃이 피고 무더우면 벌레가 극성이다.

벌레는 여자들의 천적이었다.

전염병, 희귀병, 난치병, 벌레 때문에 플뢰르의 여자들은 죽어나갔다.

그래서 여자들은 봄의 꽃을 더 좋아했다.

봄에는 목련, 벚꽃, 수선화, 히아신스, 튤립 등이 자랐다.

 

 

그래도 난 가보고 싶어. 여기랑 다른 곳 말야.”

 

케롤라인이 팬지꽃을 한 송이 꺾으며 말했다.

케롤라인은 동네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였다.

소녀의 어깨는 보통의 체구보다 넓고 뾰족했고, 눈은 쭉 찢어졌지만 웃을 때는 매력적이었다.

언제나 일탈을 꿈꾸는 소녀는 이제 막 50대에 들어선 늙은 어머니의 애물단지이다.

한시도 집에 가만히 있는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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