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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도보여행기
게시물ID : freeboard_6907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음악쟁이
추천 : 0
조회수 : 43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6/10 19:22:06

독일 Braunsbach 로 한국인 가족들과 여행을 갔다가 

혼자 도보여행으로 돌아오게된 여행의 후기입니다.

페이스북에도 올렸는데 관심받고 싶어서 오유에도 올려요 :)

짧은말로 작성했습니다.



일정이 끝나고 술을 마시고 고기를 구워먹고

노래방을 즐겼다.

시간이 늦어져 노래방 기계를 끄고

오손도손 앉아 술을 더 마시기 시작했다.

이야기가 길어지며 한명 두명 들어가 자기 시작했고

동이 터오는것을 볼수 있었다.

 

나와 친한형 둘만남았을때 뭔 깡인지

기타를 집어들고 노래를 했다.

그렇지. 한국사람은 술을 마시면 노래를 해야한다.

보슬비가, 서른즈음에 등등을 부르다가

2층에서 노랫소리가 시끄럽다면서 혼을 냈다.

 

잘한것도 없는주제에 혼자 삐쳐서

혼자 가버릴까보다....생각했는데..

웬지 괜찮을것 같았다.

Schwabisch Hall(슈베비쉬할)에는 기차가 다니니, 

목적지를 슈베비쉬할로 정했다.

 

부엌에서 남는 물이 있나 찾아서 가방에 넣고

종이가방에 챙겼던 이불포, 배갯닢, 침대포를 챙겨 가방에 구겨 넣었다.

새벽 5시, 쌀쌀했다.

혹시나 해서 챙겼던 깔깔이와 동생이 사준 바람막이.

비록 반바지지만 깔깔이덕에 추운줄을 모르고 길을 나섰다.

정말 깔깔이는 입대한 순간부터 늘 나와 함께 하는듯하다.

 

술김에, 홧김에 생각한 여정이지만

새로운 여행의 설레임에 안좋은 감정은 싹 사라졌다.

길을 잃으면 어쩌나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내친구 구글맵(사실 중간중간 신호가 안잡히고, 배터리도 바닥을 치고 있어 쓰지 못함)을 믿고 있었다.

 

지갑의 비상금, 여벌옷, 수건, 깔깔이, 넉넉한 담배, 물 그리고 기타.

모든게 완벽했다. 아니 완벽해 보였다.(핸드폰 배터리를 확인안한게 가장 아쉬움..ㅠ)

모두 자고 있어 짧게 먼저 떠난다는 문자를 일행 두분께 남기고 길을 떠났다.

 

여행의 시작에 보였던 다리

 

오는길에 갈림길이 많지 않아 길을 잃을것 같진 않았다.

또 독일에서 가장 높은 다리가 있어서 그걸 길잡이삼아 걷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국도는 위험했다.

인도가 없고, 도로 옆에 1미터 정도 풀들이 나있을 뿐이었다.

곧 국도 아래 자전거 도로가 있었지만 낮은곳에 있어 보이지 않았다.

 

길을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무언가를 발견했다.

차에 치인듯한 족제비가 죽은채 누워있었다.

안쓰러운맘에 길가 옆으로 옮겨주고 짧게나마 명복을 빌어주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곧 국도 아래 따로난 자전거 도로를 발견하고 밑으로 내려가 걷기 시작했다.

국도가 조금 높은곳에 있는지라, 내 눈에 보이는건 산, 고속도로 다리, 강, 풀밭 뿐

다른 어떤것도 보이지 않았다.

반바지를 입은탓에 뱀이 나올까 살짝 무섭긴했지만

그래도 기타가 있어 조금은 안심하며 걷기 시작했다.

 

높다란 다리 눈에는 잘 보이지만 걸어도 걸어도 가까워지질 않았다.

그래도 빼어난 주변 경관덕에 지루하진 않았다.

서로 다른 야생화가 여기저기 피어있었고

서로 다른 초록색의 나무들이 있었으며

아무도 없는 그 길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드디어 다리에 다다르고, 그 엄청난 크기와 높이에 감탄할 겨를이 없이 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하루종일 아이들과 놀아주고

성인중 막내인 탓에 나름 열심히 일했기에 몸이 피곤했다.

노래방에서 3시간, 격하게 재롱을 부렸기에 피곤하지 않을수 없었다.

만약 밤새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피곤함에, 도보여행은 상상도 못했을것 같다.

 

다리를 지나쳐 한참 걸은 뒤 나무가 멋있어 찍은듯

 

문득 이어폰에서 잊혀진것이 흘러나왔다.

김광석.

모르겠다. 왜그랬는지는..

그냥 울음이 터졌다.

그 길에 아무도 없었기에 창피한줄도 모르고

엉엉 울으면서 걸었다.

이 형 노래는 왜 그리도 서글프게 불러서 사람을 울리는지..ㅠ

 

울음을 그치고 왜 울었나 생각하고 있을때쯤 길에 벤치와 테이블이 보였다

많이 힘들진 않았지만 조금 쉬었다 가기로 하고 앉았다.

잠이 쏟아졌다. 아무도 없는걸 확인하고 잠깐 눈을 붙였다.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지만 길지 않은시간이었던것 같다. 

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세 네곡쯤 바뀌었던것 같다.

시원한 바람에, 귀에 익은 음악에 달콤한 휴식을 마치고 다시 발을 떼었다.

 

국도옆을 지나던 자전가 도로가 국도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무섭긴 했지만 길이 있음 어딘가 나오겠지 하는 생각에 별 고민없이 걸었다.

멀리 있던 강이 가까워지고, 강이 좁아져 시내처럼 보였다.

그러고 볼에 떨어진 물방울.

아, 비에 시내가 불어서, 물이 여기까지 튀는구나 생각하기는 개뿔

무거운 구름을 보고 비임을 직감했다.

 

잣대따.....

 

하지만 이미 한시간을 넘게 걸었고, 국도와도 멀고 우산도 없고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비가 세지기전에 마을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빨리 걷기 시작했다.

길이 숲으로 들어갈때쯤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이

비가되어 내리기 시작했다.

후드를 뒤집어 쓰고 비에 젖기전에 담배를 폈다.

 

그렇게 걷던길에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가 우산이되어 마른땅을 발견하게되고

이른시간 자전거를 타던 독일아저씨를 만났다.

보통 독일 사람들은 자전거를 탈때 평상복보다는 싸이클 복장을 하고 타는데

이 아저씨 청바지와 폴로 셔츠로 봐서는 잠깐 마실나왔는데 비를 만난듯했다.

아저씨 영어보다 내 독일어가 더 좋았기에, 독일어에 약간의 영어를 섞어가며 이야기를 텄다.

서로 나왔을때는 날씨가 좋았노라면서 갑자기 내리는 비를 탓하며 담배를 나눠피며 하늘을 욕했다.

그러다 내가 짊어진 기타를 보고는 기타를 칠줄아냐고 관심을 보였다.

한곡 불러줄까요? 했더니 너무 좋아하며 재촉했다.

 

독일노래는 아는노래가 없다고 양해를 구하고

주저없이 보슬비가를 불렀다.

한국에 이노래를 아는사람이 통틀어 스무명이나 될까?

비내리는 날 이노래보다 더 좋은노래는 없을것 같다.

내 노래보다 더 좋아하는 친구의 노래,

나를 작곡하게 만들어줬던 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술에 아직 취해있어 정말로 열창을 했다.

노래가 끝나고 아저씨는 분더바(wonderful)을 연신 외치셨지만

끝내 앵콜을 외치시진 않으셨다.

아직 부를수 있는 노래가 산더미처럼 있었지만 

기타를 집어넣고 담배를 다시 꺼내어 물고 길을 물었다.

 

아저씨말로는 Schwabisch Hall로 짧게 갈수있는 5키로쯤 되는 숲길이 있고

강을 따라 갈수있는 7키로쯤 되는 길이 있다고 했다.

또 중간에 나오는 마을에서 슈베비쉬할로 갈수있는 버스가 한시간에 한대쯤 있을거라고 말해주셨다.

하지만 여행으로는 강을 따라가는게 많은걸 볼수있다고 추천해주셨다

악수와 함께 작별을 고하고 다시 빗속으로 걷기 시작했다.

 

슈베비쉬할을 가리키는 첫번째 이정표를 발견했다.

9.3 Km.............

아저씨랑 헤어지고 꽤 많이 걸었는데 아직 9.3키로라니ㅠ

7키로보다 더 멀다는 좌절감이 나를 덮쳤다.

쉼없이 내려주는 비때문에 선택의 여지없이 걸어야만 했다.

 

멀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고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우산을 들고 산책을 나오는 사람들이 내 옆을 지났다.

우산도 없이 기타를 들고 걷는 내가 신기해보였는지 눈길을 줬다.

눈인사를 하고 다시 국도와 만났다.

버스정류장이 보였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평일에는 한시간에 한대쯤 슈베비쉬할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평일에는..토요일엔 하루에 다섯대, 일요일엔 한대....

썩을 비를 피할데 조차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국도 옆에 난 인도를 따라 걸었다.

 

다음 버스정류장이 나왔다. 

OMG 정류장이, 우리나라 시골 정류장같이, 조그마한 집처럼 되어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간표를 확인해봤지만 역시나였다.

그래도 덕분에 기타와 가방을 내려놓고 쉴수가 있었다.

 

숙소에 남겨진 사람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도대체 어디냐고ㅠ

문자를 보냈는데 아직 확인을 못하신것 같았다.

해장도 안하고 어딜간거냐고 물으셨다.

여차저차해서 나왔습니다.

비를 맞긴했지만 괜찮노라며,

무슨일이 생기면 연락드리겠다고 안심을 시켜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아홉시 반.

밥먹을 시간인데 배는 고프지 않았다.

배가 고팠더라도 그시간에 문연집은 없었을것 같다.

 

바람막이 덕에 다행히 상체는 젖지 않았다.

하지만 신발은 이미..

바지도 이미..

속옷도 조금씩..ㅠ

허나 만져보니 엉덩이는 뽀송뽀송 했다. ㅋㅋㅋㅋ

가방에 있는 시집과 노트가 생각나 열어보니 이불포덕에 젖지 않은듯했다.

노트북을 넣는 곳(가방에서 유일하게 방수가 되는)으로 책들을 옮기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다시 전활걸어 일행들한테 이쪽에서 태워달라고 할까, 

길가는 차를 세워 히치하이킹을 할까

주변을 돌다가 하루에 한대있는 버스(오후 다섯시 반)를 타고 갈까

그래도 역시나 폼나는건 히치하이킹이나 계속 걷는건데, 

비에 홀딱젖은 기타를 들고 있는 외국인을 태워줄것 같지는 않아

걷기로 마음을 먹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자전거 도로는 국도와 다시 멀어져갔다. 

배터리가 노란색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음악을 끄고, 와이파이, 데이터 통신을 껐다.

음악은 꺼졌지만 세상은 이미 음악으로 가득 차있었다.

국도와 멀어질수록 바람에 이는 풀숲의 소리와

새소리들은 더욱 크게 들렸다.

보리밭도 보이고, 이미 추수가 끝난듯한 밭들도 나왔다.

마을을 벗어나자 다시 길가엔 나 혼자만 남았다.

다시 고독과 평화가 공존하는 초록으로 가득찬 세상을 걷기 시작했다.

 

간간히 집처럼 생긴 건물들이 있긴했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뒤에서 인기척이 나서 돌아보니, 마라톤 복장을 한 세명이 뛰어오고 있었다.

다행이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었구나ㅠㅠㅠㅠ

은근히 불안하던 내게 확신을 심어준 고마운 사람들이다. 

금방 언넉 아래로 사라졌다. 

언덕을 내려가니 거기는 또다른 세상이었다. 

정말 그렇게 넓은 초원은 처음본것 같다.

풀로 가득한 초원.

빗줄기가 계속되어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허나 너무 강렬한탓에 아직도 기억이 난다.

아무것도 없는 초원 한가운데 커다란 나무 하나..

풀들이 길게 자란탓에 나무까지는 갈수 없었지만

언젠가 다시 한번 와서 가보리라 맘을 먹고 경관에 감탄을 하며 걸었다.

 

강이 가까워지고, 강을 건너는 다리가 나왔다.

다행히 지붕이 있는 다리라 나는 다시 앉아서 쉴수 있었다.

다리의 반대편끝에는 자전거를 세워든 우크렐레를 연주하는 사람이 있었다

여행하는 음악가와의 교류를 꿈꾸며 조금 소리가 나게 기타를 내려놓고

담배를 피며 접근했다.

어느쪽이 슈베비쉬할로 가는길이냐고 물어보니 친절하게 답해주곤

다시 연주에 집중했다.

아쉽게도 썩 익숙하지 않은 모양새였다.

지붕과 벽덕택에 반대편에 쉬면서 연주를 들을수 있었다.

연주를 잘하지는 않았지만 썩 괜찮은 곡이었다.

몇곡의 연주가 끝나고 휴식을 취할때쯤

가방에서 기타를 꺼내들어 독백을 불렀다.

최근 피아노로 만들었던 솔로를 기타로 연습을 했는데

계속 틀려서 ㅠㅠㅠㅠ 안습이었지만

혼자 길을 떠나는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했다.

빗줄기가 약해질때쯤 물을 마시고 다시 짐을 챙겨들었다. 

 

 

이쪽길은 포도농장이 있는듯 했다.

사람들이 살기에는 작은 건물들이 곳곳에 울타리안쪽에 있었다.

비가 그치고, 길가에 달팽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컸다.

내 손가락보다도 기다란 달팽이들이었다.

신기해서 키울까 생각도 들었지만,

달팽이를 키우면 나마져도 자웅동체가 되버릴까하는 두려움에 포기하고 그냥 지나쳤다.

 

중간에 무너진 건물이 나왔다. 

지붕은 통째로 없었고, 건물 한가운데에는 내키보다 훨씬큰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뭔가 설명이 써있는걸로 보아서는 의미가 있는 건물 같았지만

독일어는 까막눈이라 중간에 포기하고 지나쳤다.

안에서 고기굽지 말라고 써있는걸보고

안에서 구워먹으면 정말 맛있겠구나 생각을 하며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랬다.

단지 배가 고픈건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건 허기 뿐만이 아니라

매일아침 정기적으로 치르는 거사에 대한 신호였다.

비는 그쳤으나 휴지는 없었다.

기타가방에 A4용지 열몇장, 가방에든 노트와 양말 수건등

비상시에 희생해야만 하는 무언가를 머리속으로 골랐다.

지형적으로 한쪽은 평지고, 다른한쪽은 가파른 산이었기에 

은폐엄폐를 하고 거사를 치르기에는 불가능해 보였다.

더군다나 비가 그친이후로 사람들이 반대쪽에서 많이 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응고된 상태의 그것으로 느낌이 왔고

긴장을 유지하면 얼마간 버틸수 있을것 같았다.

 

걸을 수록 고향의 향이 짙어졌다.

말이 치룬거사가 길 한가운데 떨어져있었다.

말이 부럽다는 생각이 잠깐 들긴했지만,

평생 풀만 먹는것 보다는 가끔 불편한게 낫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리고 걸었다.

양인지 염소인지 뿔이 없는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울타리가 쳐져있는걸로 봐서 사람이 키우는게 확실했다.

굉장히 많았다.

내가 지날때마다 모든 동물들이 나를 응시했다.

질수없어 눈에 힘을 주어 응답했다.

그냥 관심없이 풀만 뜯고있는 뒤태를 봤는데

다리 사이로 보이는 그의 고환이 정말 우람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그가 돌아보았고

그게 고환이 아니라 젖이었음을, 양옆으로 난 돌기를 보고 깨달았다.

그녀에게 웬지모를 미안함을 느끼며 나무가 우거진 길로 들어섰다.

 

멀리 마을이 보였다.

슈베비쉬할은 아니었고, 큰 마을도 아니었다.

마을에 들러 거사와 조식을 해결할까도 생각했지만

식당이 없으면 더 난감해질것 같아 이정표에 난 곳으로 향했다.

2.6km

얼마 남지 않았다.

어린시절 1.5키로를 매일 걸어 학교를 다녔던 나였다.

거사에 대한 두려움에 속도를 낼수는 없었지만

안도감에 기분은 더욱 들떴다.

 

마침내 발견한 표지판

진심으로 환영해준다니ㅠㅠ

너는 아느냐, 내가 너를 더 환영한다는 것을..ㅠㅠㅠㅠ

혼자 환호성을 지르며 일자로 뻗은 길을 걸었다.

모든것이 아름다워보였지만 내가 아는 슈베비쉬할의 모습은 없었다.

불안이 엄습할때쯤 커다란 교회가 보였고

1키로쯤 남았다는 표지판을 찾을 수 있었다.

 

시내에 들어섰다.

비가 내렸던 일요일 오전, 슈베비쉬할은 조용했다.

전날 같은시간에 시내를 찾았을때는

따스한 햇볕아래 사람들로 붐볐었지만

몇몇 관광객들만이 있을뿐 고요했다.

 

바지가 점점 말라갔기에 다른 이물질로 적실수는 없었다.

아무 식당이나 들어갈까 했지만 혹시나 화장실이 없으면 낭패라는 생각에

밖에서 화장실이 보이는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커피 한잔과 피자크림빵을 하나 주문하고

콘센트가 있는 자리에 짐을 풀고 화장실로 향했다.

거사를 치르고 손을 씻으며 본 거울 안에는

환희로 가득찬 한사람이 있었다.

 

자리에 앉아 시계를 보니 열두시.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허기를 채우기엔 부족하지 않았던 피자빵

따뜻하게 몸을 덥혀준 커피

바람막이 + 깔깔이 탓에 셔츠는 젖지 않았다.

커피를 다 마셨지만 너무 피곤해 더 쉬고 싶었다.

멍하니 앉아있기 민망해 노트와 펜을 꺼내 무엇인가를 끄적이고

30분쯤 지나서 자리를 일어섰다.

 

느긋하게 시내를 돌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긴장이 풀린탓인지 피곤이 몰려와 바로 역으로 향했다.

몇번 와봤던탓에 어렵지 않게 길을 찾았고

표를 끊고 시간표를 확인했다.

30분정도 후에 기차가 있었다.

 

남겨둔 일행들한테 나는 이제 도착했다고 안심을 시키고 시간에 맞춰 기차에 올랐다.

Hessental에서 집으로 향하는 기차를 갈아타고 자리를 잡았다.

내가 탄 칸에는 사람이 한명도 없어 조심스레 신발을 벗었다.

한국을 떠나서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청국장 냄새가 올라왔다.

하지만 반갑지는 않았다.

양말을 벗고 본 발은 젖어 팅팅 불어있었다.

화장실에서 수건에 물을 적셔 대충 발을 닦고

양말을 갈아신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건으로 신발을 틀어막고

완전 편한자세로 고쳐앉고 음악을 들으며 걸어온 길을 되새겼다.

 

아직도 내가 왜 김광석 노래를 들으며 울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오는 내내 눈으로 담아두었던 모든 풍경들은 머릿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언젠가 함께 하고 싶은 누군가와 손을 잡고 다시 걷고 싶다.

6시간의 여정, 쉽지는 않겠지만 꼭 다시 와서 걷고 싶다.

초록의 세상.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던 여행.

6월 9일의 여정 이야기를 여기서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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