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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 십자가 살인사건 - 5
게시물ID : readers_78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카엘의노래
추천 : 0
조회수 : 38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6/26 22:05:36
5. 만찬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다시 살리리니
(요한복음 : 654)
 
   
 
주말.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예배를 드리고 학생들을 가르친 뒤 집으로 돌아온 태수는 시원한 물 한잔을 들이 키고 입가를 스윽 닦으며 야릇한 미소를 띠운다. 그리고 탁자 위에 놓인 새하얀 마스크를 집어 쓴 뒤 지하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입구부터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며 고약한 악취가 마스크를 파고들어 태수의 후각신경을 자극한다.
 
사방으로 쳐져있는 커튼을 걷자 믿기 힘든 잔혹한 광경들이 연출된다. 12개의 대형 나무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하나 같이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으며, 배에는 기호학자들이 좋아할만한 여러 가지 기호들이 화상자국으로 남겨져있다.
 
십자가, , 다윗의 별, 나치, 초승달, 피라미드, 각도자와 컴퍼스, 아나키스트문양, 원과 점, 숫자 1333, 그리고 알파벳 B <아마도 성경의 첫 구절 태초에(베레시트)를 뜻하리라> 가 그려져 있으며 가끔씩 들려오는 앓는 소리와 일정한 간격의 기계음만이 그들 중 몇몇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태수는 쯧쯧쯧혀 차는 소리를 내며 그들의 전면에 의자를 하나 놓은 뒤 성경책을 들고 그들을 마주보며 앉는다. 그리고 태수가 말한다.
 
- 여러분. 오늘은 아주 뜻 깊은 날입니다. 바로 우리의 주님. 아기 예수께서 이 땅에 내려오신 날입니다. 모두 다 가슴으로 그분을 영접합시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여러분들과 식사시간을 가질 계획인데, 주기도문을 외우는 신도들께는 특별히 제가 맛있는 음식을 먹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찬송가 한곡을 불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들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찬송가 496. 제목은 십자가로 가까이입니다.
 
십자가로 가까이 나를 이끄시고
거기 흘린 보혈로 정케 하옵소서.
십자가에 가까이 내가 떨고 섰네
거기 있는 새벽별 내게 비추시네.
십자가로 가까이 행케 하옵소서.
몸소 받은 고생도 알게 하옵소서.
십자가에 가까이 의지 하고 서서
게세 천국 가도록 항상 머물겠네.
십자가 십자가 무한 영광일세.
요단강을 건넌 후 무한 영광일세.
아멘.
 
- 어떤가요? 제가 노래실력은 형편없지만 찬송가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부른답니다. 당신들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주님에게까지 들렸으면 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태수는 그들 앞에 식탁을 차리기 시작한다.
 
- 오늘을 위해 특별히 만찬을 준비하였습니다.
 
식탁 위에는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빵들과 떡, 그리고 12개의 잔이 있었고 태수는 그 잔에 포도 빛깔의 액체를 따르고 음식세팅을 마친다. 그리고 태수가 말한다.
 
- , 가장 먼저 읊으시는 분께는 특별히 빵과 떡과 포도주, 3가지 모두를 먹여드릴 터이니 눈치 볼 것 없이 아무나 먼저 읊어보시길 바랍니다. 만약 그 누구도 읊지 아니하면 여러분 모두에게 유리채찍 맛을 보여드릴 것이니 잘 생각하시는 것이 이로울 것입니다. , 10분을 드리겠습니다. 다 외울 수 없으면 이 쪽지를 보고 읽으셔도 됩니다. 라고 말하며 태수는 주기도문이 적혀 있는 A3용지 하나를 크게 펼쳐 보인다.
 
7, 8, 9분이 지나간다. 그 누구의 입도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930, 40, 50······.
 
닉네임 <야후리>는 생각한다. 여기서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다. 복수를 하려면 일단 살아남아야할 것 아닌가. 뒈지고 나면 무슨 수로 복수를 한단 말인가. 나중을 위해서라도 구차하지만 일단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A3용지를 향한다.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 오며
나라에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 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대게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맞은편에 앉아서 듣고 있던 태수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하나님 아버지 제가 드디어 저들을 구원하였나이다. 이것을 기뻐해 주시고 저들을 더욱 더 보살펴 주시옵소서. 저들은 지금껏 아버지를 알지 못하였습니다. 저의 이 큰 희생이 없었더라면 저들을 구원할 수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부디 저의 희생 또한 만홀히 여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당신의 아들 예수님의 이름으로 이렇게 기도하나이다. 아멘.>
 
태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포도주와 빵을 들고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야후리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말한다.
 
- 그 짧은 문장을 말하는 게 그리도 힘들었소? 꼭 이렇게 망가져 보아야만 정신을 차리는 것이오? 내가 누차 말하지 않았소. 아버지는 당신들을 사랑하신다고 말이오. 당신들이 그렇게 된 것은 당신들에게 믿음이 없어서이지 나를 탓할 생각은 마시오. 나는 분명히 기회를 주었었소. 당신들이 내말을 무시 했었기에 이런 일을 당하게 된 것이라 생각하시오. 나를 원망 마시오.
 
그렇게 말하며 태수는 빵을 한 조각 뜯어 야후리의 입에 넣어준다. 갈라터진 입술이 벌어지고 고문을 당한지 한 달여 만에 제대로 된 음식물이 말라버린 목구멍을 타고 식도를 넘어간다. 숨이 멎은 자들을 제외한 3명의 시선이 그 장면을 집중한다. 그리고 곧 너도 나도 주기도문을 읊기 시작한다.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태수는 그들 모두에게 빵과 포도주를 먹인 뒤 곧 식탁을 치우고 거실로 발걸음을 돌린다. 그리고 거실에 있던 빔 프로젝트를 갖고 내려와 그들 앞에 설치를 한다. 전원을 연결하고 구동을 시킨다. 그리고 한마디를 남기고 지하실을 떠난다.
 
-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면 이 빔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성경을 모두 다 외워야 할 것이오. 만약 한자라도 틀릴 시에는 예수님의 고통을 나누어 드릴 것이오. 매일 밤 자정에 내려오겠소. 부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소. 그럼 하나님이 그대들의 앞날에 함께하시기를 기원하겠소.
 
태수가 떠난 그곳에는 살아남은 4명의 좌절만이 함께하고 있을 뿐, ()은 그 어디에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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