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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과거] 운문 - 참치
게시물ID : readers_79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romet
추천 : 5
조회수 : 32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6/29 03:10:28
눅눅한 단칸 자취방, 라면만 끓이니 밥상이 심심해 통조림을 땄다.

그 안에는 허옇게 푹 고아진 살덩이들이 까득 차있다.

참치.
정식 명칭 참다랑어, 조기강 농어목 고등어과,
최대 3m, 560kg까지 성장,
대서양 태평양 전역에 서식.

태평양의 물살을 가르는 너를 상상해본다.
파란 바다를 더 파랗게 가르는 너의 등푸름.
어쩌면 시속 60km, 아니 확실히 시속 80km 이상.
네 지느러미를 막을 것 하나라도 있을소냐.

흰 살덩이들이 이빨에 부닥쳐 산산히 부서진다.
부닥치면 혀로 으깨어 씹혀지고 
씹혀지면 침으로 뭉개져 뱃속으로 삼켜진다.

참치캔 한통을 다 비워간다.
파란 등껍질은 진작에 푹 고아져 벗겨졌고
살덩이들을 목구녕 아래로 다 삼켜져 
허연 기름국물만 남았다.

그래도, 나는 네가 아직 살아있음을 믿는다.
놋쇠 통조림에 네 허연 살덩이들은 그득히 눌러담아도,
미처 담지 못하는 태평양 물살이 있다. 등푸름이 있다.

나는 네가 등푸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여전히 등푸른 생선이라고 믿는다.

라면에 참치캔에, 기름진 것만 먹으니 속이 느글거린다. 
어서 방을 나가고 싶다. 등이 가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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ㅊㅊ는 청춘, 그리고 참치. 그러니 추천 좀. 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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