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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과거] 산문- 모성애
게시물ID : readers_80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과거용
추천 : 4
조회수 : 30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6/30 12:33:58

그녀의 시선이 사진 한 장에 멈췄다. 사람을 찾는 광고지 위에는 꼬마아이 사진이 한 장 붙어 있었다. 열 살 남짓한 아이였다. 사진 속의 아이는 해맑게 웃으면서 브이를 그리고 있었다.

‘이 아이는 이렇게 웃는 아이구나.’

광고지를 나눠주는 사람은 아이 엄마쯤 되는 사람인지 사람들에게 아이 좀 찾아 달라고 연신 고개를 숙인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이 엄마의 강권에 못 이겨 광고지를 받았지만 쳐다보지도 않고 휴지통이나 땅바닥에 버리기 일쑤다. 바람에 날린 광고지가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온다. 엄마는 사진이나마 되돌아온 아이의 먼지를 털어서 품에 안아 본다.

그녀는 그 모습을 보고 아이 엄마에게 손을 내밀었다.

“제가 도와 드릴게요.”

생각지도 않은 도움에 아이 엄마는 멍하니 여자를 바라본다. 여자는 엄마와 비슷한 나이 또래로 보였다. 여자는 엄마의 품에서 광고지를 반쯤 빼앗아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아이 좀 찾아주세요, 그냥 버리지 마시고 얼굴 한번만 봐주세요.”

여자는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광고지를 나누어 주었다.

“고맙습니다.”

엄마도 힘이 나는 지 사람들에게 광고지를 나눠주는 손이 더 바빠졌다.

광고지를 전부 나눠주고 잠시 쉬는 사이에 아이 엄마는 편의점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사와 여자에게 건넸다. 엄마는 의자에 앉아 주머니 안에 사진을 꺼내 물끄러미 바라본다. 옆에서 여자도 사진을 보았다. 광고지에 있던 아이가 사진 속에 그대로 있다.

“아이가 참 예쁘네요.”

“그렇죠?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착한 아이였어요.”

엄마는 다른 주머니에서 편지 한 장을 꺼내 보여주었다. 편지를 몇 번이나 보았는지 닳고 닳아 있었다.

“저번 어버이날 아이가 카네이션이랑 같이 가져 온 거에요.”

편지에는 삐뚤빼뚤한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얼마나 눌러서 또박또박 썼는지 편지 아래로 글자 모양이 그대로 느껴진다.

엄마 아빠께

안녕하세요? 저 소연이에요. 그동안 저를 키우느라 힘드셨죠? 이제부턴 매일 엄마 아빠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밥 먹기 전에 주스도 조금만 먹을게요. 나중에 커서 효도할게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안녕히 계세요. 소연 올림

여자는 다 읽은 편지를 엄마에게 돌려주었다.

“소연이는요, 자라면서 속 한번 안 썩이던 아이였어요. 다들 어릴 때는 갖고 싶은 것도 많고 떼도 쓰고 그러잖아요? 한번은 마트에 갔는데 소연이가 공주 인형을 보고 있는 거예요. 엄청 가지고 싶었는지 계속 쳐다보고 있길래 ‘엄마가 하나 사줄까?’ 그랬더니 ‘아냐 엄마 난 친구꺼 가지고 놀면 돼. 아빠 용돈이나 줘’ 그러는 거예요. 너무 어른스럽죠? 사실 그 때 조금 형편이 안 좋을 때였는데 어떻게 어린 아이가 그런 걸 알았을까요?”

엄마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일그러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소연이한테 너무 미안해요. 인형이나 주스 그런게 뭐라고 그렇게 애를 닦달했을까요.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잘해주는 건데. 으흐흑.”

말라 버린 줄 알았던 눈물이 또 흘러내린다. 여자는 아무 말 없이 엄마의 등을 토닥여 줬다. 여자는 소용없는 말인 줄 알면서도 엄마를 위로해 주었다.

“아이는 꼭 찾을 수 있을 거에요. 걱정마세요.”

“흑흑, 고마워요. 고마워요.”

엄마는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했다.

여자는 저녁때까지 소연이 엄마를 도와 광고지를 나눠주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마트에 들려서 장을 보다보니 어느새 8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우리 애 배고프겠다.”

여자는 마트에서 사온 반찬거리, 과일, 주스 등을 냉장고에 정리해놓고 아이 방으로 갔다.

“엄마 왔다. 자니?”

불이 꺼진 방에는 작은 아이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짜잔,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 대신 선물 사왔는데 이걸로 용서해 줄래?”

여자의 손에는 조금 큰 선물 상자가 들려있었다. 여자는 아이의 머리맡에 선물상자를 내려놓았다. 아이는 깊이 잠든 듯 미동도 안했다. 여자는 잠든 아이를 깨우기 싫다는 듯 등을 토닥이며 작게 이야기했다.

“오늘 엄마가 소연이 엄마를 봤어. 소연이를 열심히 찾고 계시더라. 사람들에게 광고지를 나눠 주는데 우리 소연이가 정말 예쁘게 웃고 있는 거야. 그래서 엄마도 열심히 도와줬어. 소연이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우리 소연이가 뭘 좋아하는지도 알아왔지. 공주 인형이랑 주스를 좋아한다며? 그래서 주스랑 인형이랑 사왔지. 아차! 선물이 뭔지 말해버렸네. 모른 척 해줘.”

여자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엄마는 예전 엄마처럼 밥 먹기 전에 주스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뭐라고 안할게. 그리고 우리 소연이가 원하는 거는 뭐든지 사줄 수 있어. 공주인형도 사주고 원하는 건 뭐든 사줄게. 그러니까 소연이는 어디 가지 말고 항상 엄마 옆에서 밝게 웃으면 돼 알았지?”

소연이는 여자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토닥토닥 아이 재우는 소리만 방안에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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