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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
게시물ID : gomin_7578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카엘의노래
추천 : 5
조회수 : 46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07/03 06:23:16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
 
외모며 성격이며 모든 조건이 맘에 드는 그런 여자였고 서로 결혼 약속까지 한 사이였다.
 
그녀는 전라도 광주 여자, 나는 경상도 울산 남자.
 
지역이 다르다고는 하나 정치적, 종교적, 경제적 문제도 없었다.
 
작년 여름 양가 집안 어르신들께 인사를 올리고 결혼 날짜를 언제로 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횟수로 4년을 사귀었다.
 
그런 그녀와 헤어졌다.
 
그녀를 탓하진 않는다. 문제는 내게 있었다.
 
그녀를 처음 사귀게 된 건 내가 그녀의 바람이었다.
 
그녀의 바람으로 시작된 우리의 만남.
 
이건 내게 지울 수 없이 깊이 각인이 되어 만나는 기간 내내 지워지지가 않았다.
 
지울려고 노력도 해봤다.
 
모든 점에서 그녀가 마음에 들었고 그녀와 꼭 결혼하고 싶기도 했다.
 
헌데 남자의 욕심이라고 해야하나, 남자의 자존심이라고 해야하나, 남자의 찌질함이라고 해야하나...
 
난 그걸 버리지 못했다. 그때 그 기억을.
 
그녀의 집 문을 열고 나오던 그 남자의 모습을.
 
난 쿨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내가 여자의 과거에 목매고 늘어지는 그런 찌질한 놈은 아니다. 
 
애초에 시작을 말았어야 했는데, 아니면 그날 저녁 그렇게 그녀와 그 남자를 등지고 그걸로 끝을 맺었어야 했는데,
 
난 그러지 못했다.
 
그 뒤로 사귄 3년.
 
나보다 두 살 연상인 그녀는 결혼할 나이가 꽉차서 내게 결혼하자고 매일 같이 말했다.
 
나도 그러자고 했었다.
 
정말 그럴려고도 했었다.
 
허나, 앞서 말했듯 난 쿨하지 못했다.
 
남자답지 못했다.
 
그녀와 헤어지고 며칠 뒤 그녀는 새언니의 소개로 다른 남자를 소개 받고 사귀게 되었다.
 
그리고 3개월 뒤 결혼한다고 했다.
 
그리고 한달 쯤 전 결혼했다고 한다.
 
축하해 주었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정말 좋아했던 그녀였는데 쿨하지 못한 나의 찌질함으로 난 그녀를 놓치고 말았다.
 
인생의 두가지 갈림길에서 난 다른 길을 택했던 것 같다.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난 술집을 차렸다.
 
10년 넘게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주위에 빚을 내서 술집을 차렸다.
 
만약 내가 찌질함을 버리고 그녀를 택했다면 지금쯤 안정된 직장에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그녀와 오손도손 잘 지내고 있었을 것이다.
 
헌데 그러지 못했다.
 
막상 술집 운영을 해보니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회사 다닐때가 좋았다.
 
각종 세금에 급여에 매출 걱정, 손님 걱정, 규칙적이지 못한 생활에 매일 같이 먹게 되는 독한 양주들...
 
술에 취하면 항상 하는 생각이 있다.
 
만약 내가 그때 이 길이 아닌 그녀를 택했더라면...
 
지금에 와서 후회아닌 후회를 하지만 그래도 내가 택한 길이니 만큼 이 길에서 빛을 찾아보려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퇴근 후 우울한 마음에 이렇게 썰을 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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