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삶의 체험과 민주주의의 발현 -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하여
게시물ID : sisa_4131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명논객
추천 : 7
조회수 : 49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7/10 16:37:02

Written by 무명논객


우리의 삶의 모습이 천차만별이듯민주주의에도 수 만가지 뜻이 있다학술적 다의성 이외에도 민주주의는 우리들의 삶 속에 투영되어 각기 다른 프리즘으로 비춰지고 다루어지고 있다이제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대세가 되었다그리고대세임과 동시에 민주주의는 우리 삶 곳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려고 한다처음에는 단순히 선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민주주의가이제 그 의미를 넘어 우리에게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노동 현장에서의 민주주의학교 현장에서의 민주주의가정에서의 민주주의기업에서의 민주주의… 우리에게 주어진 민주주의는 너무도 작은데 반해우리가 앞으로 고민하고 넓혀가야 할 민주주의의 영역은 너무도 넓다이 글의 고민은 바로 이곳에서부터 시작한다우리에게 주어진 민주주의를 보다 어떻게 더욱 급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민주주의에 대한 사고가 급진적으로 발전하면우리에게 민주주의는 더 많은 곳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한 때, ‘민주화라는 가치가 성역으로써 군림한 적이 있었다그러나 그들은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제한적으로’ 이루어내고민주화의 타이틀만 단 채 권력 싸움에 골몰하였다.그들에게 민주주의는 곧 권력의 문제였고때문에 권력을 가지게 된 그들은 우리네 삶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민주주의에는 관심을 주지 않았다소위,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칭송되며 시행된 지방자치제는 이제 그 한계를 너무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보여주기식 행정주민의 참여 저조 및 의식의 미성숙 등등… 국가 차원에서 외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도입된 민주주의는그 훌륭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지역 사회에 스며들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아니정확히는 우리에게 민주주의는 너무도 익숙치 않은 단어였다.우리에게 학습된’ 민주주의는 시험지 상에서나 존재하였다가령철수와 영희가 같이 밥을 먹으러 가는데 민주적으로 토론을 한다던가시험지 속에나 존재하는 민주주의는 우리의 체험들을 더욱 더 박제화시킬 뿐이었다.

 

실제로우리의 많은 기억들은 박제화된 채 존재한다우리에게 5.18의 기억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죽어갔던 광주사람들’ 정도로 기억할지 모른다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총을 들게 했는가그 울부짖음을 우린 느낄 수가 없다이제그 민주주의는 잊혀졌다.그들의 살아있는 체험들을 우린 기억하지 않는다다른 한 편에서박정희의 기억은 어떠한가누군가는 그를 국부로 부르자고도 하고누군가는 그를 악마의 독재자라고 부르자고 한다사람들이 민주주의를 학습하지 않아서’ 박정희를 받아들인 것일까그건 아닐 것이다오히려민주주의에 대한 체험이 사람들로 하여금 박정희를 받아들이게 한 큰 요소일 것이다.

 

각기 다른 체험 속에 민주주의는 다르게 발현되고 다르게 수용된다. ‘민주주의는 다원성을 인정한다.’라는 대명제는 민주주의 그 자신의 다원성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적 함정을 가지고 있다그러나더 올바른 민주주의를 위해서우리는 어떤 것을 살펴보아야 할까빼어난 사회주의자였던 로자 룩셈부르크는 체험 속의 급진화라는 명제를 제시한 바 있다실로 그러할까?

 

먼저 민주주의를 바라볼 때한국 사회는 크게 두 가지 변동을 겪어왔음을 알아야 한다.첫 째는 기나긴 장기 군사독재 정권을 거쳐민중에 의한 민주화의 쟁취(비록 그것이 민정 이양이라는 명목 하에 이루어진 또 다른 군벌의 집권이라는 형태로 나타났지만어쨌든 민간정부의 쟁취와 이후 민주화 운동 세대의 집권), 둘 째는 민주’ 정권에 의한 시스템 개악과 더불어 그로 인한 민주주의의 장기적 후퇴가 그것이다.

 

한국 사회에서의 민주주의는 이토록 두 가지의 모순된 인식을 안고 있다박정희전두환에 저항하여 이루어낸 우리의’ 민주주의라는 자긍과 함께소위 민주’ 정권에 의해 이루어졌던 시스템적 개악은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삶의 현장에서 기능하기 어렵게 만드는 후퇴를 낳았고그로 인해 박정희전두환 독재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현대인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두 가지 모순된 인식은 매우 징후적으로 버무려져 있다.

 

지금 우리 삶에서 민주주의는 어떻게 기능하고 있을까진정한 민주주의란 단순한 선거민주주의를 뛰어 넘어 우리 삶에서 구체적으로 발현되어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지인 분과 인터뷰를 해보았다.

 

Q.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삼성 애니카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Q. 상담원으로써 애로 사항은 없나?

 

정말 많다상담을 요청하는 고객들은 크게 두 부류가 있다한 부류는 정말 순하게 나의 지시를 잘 따라주어서 해결이 되는 경우고다른 한 부류는 상담원을 바보로 아는 사람들이다이 사람들 안에서도 또 몇 가지로 나뉜다보통은 구체적인 상황 설명과 함께 상담을 요청하는데자동차 보험 회사라는 점에서 다짜고짜 돈 달라는 사람들그리고 자기가 실수해서 사고를 내고 상담원에게 화풀이하는 경우이런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는 형국이다.”

 

Q.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결국 돈이다모든 게 돈으로 결정이 된다돈으로 사람도 사고 파는데 자동차 같은 기계야 오죽 하겠는가무조건 돈으로 달라고 한다요즘 사고 현장 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아도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상황이 발생해도 어떤 인간적 감정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한다그냥 돈사람이 죽으면 돈을 얼마나 물어줘야 하나’ 이 생각 밖에 안한다두 번째가 내 차 망가진 건 어떻게 보상이 되나.’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도 오로지 돈 뿐이다그다지 바람직한 세상은 아니다.”

 

Q. 자신에게, ‘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돈은 필요한 물건이다살아가는데사람 사이에 거래가 없을 순 없잖나이런 거래가 성립하려면 어쨌든 일정한 교환 가치를 지닌 것이 있어야 하고돈은 필수 조건이다그런데이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최고다사람도 필요 없다돈이 무조건 1순위가 된다.”

 

Q. ‘자본주의를 어떻게 생각하나?

 

두 가지를 구분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는 학술적으론 어떨지 모르지만 둘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자본주의에서는 돈이 무조건 최고지만시장 경제는 우리가 흔히 가는 동네 시장 생각해보면 될 거 같다차라리인간미가 좀 더 남아 있는 곳이라면 시장 경제다굳이 말하자면 자본 경제와 시장 경제의 차이라고 할까?대형마트와 시장을 비교해보면 내 말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Q. 결국 자본주의 사회는 그다지 바람직한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내가 원해서 된 세상은 아니니까결국 힘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적응해가며 살 수 밖에 없다.”

 

Q. 기업은 어떤 곳인가?

 

기업은 노동자를 필요로 한다나도 노동자고기업에 속해서 임금 받는 사람들은 결국 다 노동자다그러나기업은 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한다굉장히 모순된 거다우리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우리를 소모품 취급하는데 기분이 어떻겠나그래도 이들은 나한테 임금을 주고어쨌든 나는 임금을 받는 입장이니까 이런 구조 자체게 뭐라고 할 수가 없다.”

 

Q. 노동조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원래 현대제철에 들어가려고 했었다거기엔 금속노조가 있다내 권리는 확실하게 보장 받는다그런데 삼성엔 노동조합이 없다노동조합은 필요하다.”

 

Q. 노동조합이 생긴다면 가입할 의향은 있나?

 

노동조합이 생긴다면 가입할 생각이 있다그런데다른 기업이라면 내가 기꺼이 가입하겠지만 삼성이라서가입하기가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왜냐하면 삼성의 입김이 있으니까내 앞 길이 막히니까어쨌든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니냐돈 잘 벌고 잘 먹고 잘 살면 그게 최고다지금으로써는노동조합이 생긴다면 가입하진 않을 거다.”

 

Q. 민주주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표 한 장 가지게 된 게 그렇게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당장 내 먹고 살기 바쁜데,뉴스에는 정치인들 더러운 이야기만 나오고투표하고 싶어지겠나일단은 내 권리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그런데 기업에서조차 내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소모품 취급 받는 마당에 무슨 민주주의인가.”

 

Q. 민주주의가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나?

 

아니다어쨌든그렇게 민주주의가 생김으로써조금이라도 우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출구가 생기지 않았나그러나지금 이런 식이라면 무력감만 느낄 것 같다.”

 

Q. 마지막으로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점 몇 가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최고다민주주의에서는 사람이 주체다돈과 사람은 정말이지 모순된 거다어쨌든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다워지려면내가 먹고 살 문제 정도는 내가 해결할 수 있게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취업은 안되고실업률은 높고이런 상황에서 무슨 민주주의인가국민이 힘이 있다곤 하는데난 내가 힘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국민이 진짜 힘을 가졌다고 느끼려면 저 썩어빠진 정치인들부터 우리 말 좀 듣게 해야 할 거 아닌가고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지인을 통해 만나본 민주주의는 늘상 자본주의와 함께 다녔다.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인식할 때지인은 언제나 자본주의를 먼저 꺼냈지, ‘민주주의를 꺼내지 않았다한국 사회에서 어떤 가치가 더 중요하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지인분의 삶의 체험 속에 민주주의는 아주 작은 출구’ 정도로 인식되고 있었다누군가는 우리에게 투표권이 주어졌으니 우리에게 힘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실상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꽉 막힌 세상에서 불만을 토해낼 수 있는 작은 출구정도 밖에 안되는 셈이다.소위 민주화는 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삶의 질 후퇴로 말미암아 거의 폐기 수준에 이른 것처럼 보인다.

 

지인 분은 시종일관 삶의 주체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하며민주주의 역시 이러한 주체의 올바른 발현을 통해 진정으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러나 현 시대는 삶의 주체가 ’ 자신이 아니라무언가에 끌려가는 비주체적’ 삶이라고 하였다.

 

내가 너무 건조해진 것 같다정신 없이 돈만 보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아등바등 했더니 정작 지금 와서 나를 돌아보니까 내 정신이 너무 메말라 있더라이게 사는 건가 싶기도 하고.”

 

문제는 다시 시스템으로 환원된다지인 분이 강조하신 부분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고 주체가 누구냐 하는 것이었다그리고 그건 으로 귀결된다최소한의 바람직한 사회가 되려면 인간미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지인 분의 생각이었다내가 내 삶 정도는 스스로 꾸려나갈 수 있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그게 인간다운 세상이다.

 

위르겐 하버마스 등을 위시한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세계를 양분했다. ‘생활 세계와 체계로 나누고주체적 의지와는 상관 없이 주입되는 체계에 의한 생활 세계의 식민지화를 비판했다아이러니컬하게도지인 분의 생각과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지인 분은 돈에 의해 끌려다니는 생활에 불만족스러워 했지만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그 필요성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매여 있는 상황이었다올바른 사회에 대한 생각은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꺼려 했다.

 

지인 분께 세상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았다지인 분 역시 그에 동의했다구체적으로 그려지는 것도 없거니와지금으로썬 절망 밖에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일단 자신이 살기 급급했기 때문에결코 이것이 올바른 민주주의에 가깝지는 않을 것이다.

 

한 가지 결론점을 찾을 수 있었다민주주의가 삶의 양태로부터그리고 체험으로부터 발현된다는 것그리고 그 체험으로부터 우리의 민주주의는 갈수록 퇴보하고 있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바꿔 말하면이는 민주주의를 급진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어떻게?

 

이제 그것은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다더 올바른 민주주의를 위해우리가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할 때다민주주의가 우리 삶을 더욱 윤택하게그리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도록그리고 진정한 을 우리가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체험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