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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게시물ID : panic_28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승마청년
추천 : 5
조회수 : 433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08/08/27 01:07:04
 ‘UFO를 봤어!’ 내 친구 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또 헛소리냐’하고 말하며 그냥 끊어버렸다. 세상에 UFO가 있을 리가 없지. 그러나 그날 오후, 나 또한 보고 말았다. 그것은 서울, 대낮에 사람이 북적거리는 거리의 하늘에서 나타났다. 그것의 생김새는 친구가 말한 것과 매우 흡사했다. 이상한 빛을 내는 둥근 모양의 물체. 틀림없었다. 나도 모르게 흥분하여 친구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나 또한 그것을 보았다고. 그러나 친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몇 번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친구가 UFO를 보았다고 했던 10월 3일, 그 이후로 일주일이 지났다. 그 친구와는 아직까지도 연락이 되질 않는다. 엄습해 오는 불안감에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다. 그것이 UFO의 소행이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UFO를 보았던 나 또한 무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며칠 전만 해도 UFO의 존재를 믿지 않던 내가 이런 생각까지 하다니, 갑자기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밤중에 배가 고파 잠시 편의점에 다녀오는 길에 나의 뒤쪽으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쫓아오는 느낌. 나의 뒤를 따라오는 발소리.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 발소리는 점점 빠르게 나에게로 다가왔고, 나는 그 공포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비명을 지르며 냅다 달려 집으로 도망 와버렸다. 집으로 들어와서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도 한동안 심장이 쿵쾅거렸다. 갑자기 핸드폰을 울려서 소스라치게 놀랐다.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2106015’라는 생전 처음 보는 번호로 전화가 계속 오고 있었다. 무서워서 받지 않고 그만 배터리를 빼버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혼란스럽다.

 다음 날, 수업이 있어서 학교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어젯밤의 기억 때문에 꺼림칙해서 폰은 일부러 배터리를 분리한 채로 놔두고 나왔다. 길을 걷던 중, 문득 발걸음이 멈췄다. 연락이 되질 않아 실종되었다고 생각한 그 친구, 녀석이 내 앞에 멀쩡히 나타난 것이다. 너무나 반가워서 어쩔 줄 몰라 했지만 그 친구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갑자기 이 녀석이 왜 이러는 거지?’하는 투였다. 

 그 동안 왜 연락이 되질 않았냐고, 어디 있었던 거냐고 친구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 녀석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전화번호가 바뀌었다고 했다. 번호를 바꾼 후 연락을 한다는 것을 잊어버렸단다. 허탈했다. 그동안의 내 걱정은 단순한 기우였단 말인가. 그런데 친구의 말로는 전화번호를 바꾼 날은 지난 9월 30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내가 지난 10월 3일에 받았던 친구의 전화는 무엇이란 말인가. 친구에게 그 날 UFO를 봤다면서 전화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 녀석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하면서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이상하다. 내가 착각한 것일까? 아, 그렇지! 폰에 남겨져 있는 10월 3일자 수신 기록을 확인해보면 될 것이다. 나는 놔두고 온 폰을 챙기러 급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도대체 내가 10월 3일에 받은 친구의 전화는 무엇인가? 그게 분명히 친구의 목소리였나? 그 날 내가 보았던 UFO는? 어젯밤 나를 쫓아오던 사람은? 내 폰으로 오던 이상한 전화번호는?
 배터리를 끼우고 전원을 켜고 수신 기록을 확인하려던 찰나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방금 헤어진 그 친구의 이름이 떠있었다. ‘올만에얼굴봐서반가웟다ㅋ무슨안좋은꿈이라도꿧나보지?ㅋㅋ담에내가한턱쏘마ㅋ’ 이 녀석이 내게 밥을 산적은 한 번도 없는데. 소문난 짠돌이 녀석이 무슨 밥이야.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답문을 보내려고 하던 차에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나는 방금 친구를 만났지만 집으로 급하게 돌아오느라 바뀐 번호를 미처 물어보지 못했다. 물론 폰도 놔두고 갔기 때문에 저장도 하지 못했다. 내가 보고 있는 문자의 전화번호는 10월 3일, 나에게 UFO를 봤다고 전화가 왔던 바로 그때의 친구의 번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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