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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의 삶 "체 게바라 자서전"
게시물ID : readers_87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힐링텐트
추천 : 0
조회수 : 88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9/02 18:53:31
제 블로그에 올려져 있던 글입니다.
오유 책게 분들과 나누기 위해 가져와 봤습니다.
책 내용에 대한 요약 등이 담겨 있는 글이므로 
원치 않는 분들은 읽지 말아 주세요.

체 게바라 자서전

작가
체 게바라
출판
황매
발매
2007.09.07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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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평] 



한 인간의 삶이 완벽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러한 칭송을 듣는 위인들의 삶을 모두 고찰해 볼 수는 없으되, 체의 경우라면 자신의 신념과 행동을 꼿꼿이 지켜 나갔다는 점에서 그의 삶은 완벽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영광을 위해 투쟁할 것임을 스스로에게 명령한 후, 그의 삶은 단 한 발자국도 그 숭고한 사명으로부터 벗어난 적이 없었다. 체의 신념에 동의하지 않는 이라 할지라도 그가 그토록 온전한 삶을 살아왔다는데에는 동의하지 않을 방법이 없을 것이다.

 

본 자서전은 그러한 체의 굳건한 신념을 스스로 쓴 일기, 편지, 그리고 메모 등의 육필원고를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또한 체의 투쟁가로서의 면모 외에도 젊은 시절 모험심 가득한 의대생으로서의 생각과 누군가의 친구, 아들, 혹은 아버지로서 투쟁가와는 다른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서전이기도 하다.

 

 

"나의 목적이 단지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에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자신의 머리를 절망스럽게 감싸 쥐며 말했다.

이럴수가! 자네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이 고생을 하고 다니나?"

 

체는 대학생 시절 자전거 여행을 하며 알게된 떠돌이 노동자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 떠돌이는 자신의 고된 삶과는 대조적으로 생산적이지 못한 일에 열정을 다하는 체에게 위와 같은 말을 했던 것이다. 자신의 조국 아르헨티나를 돌아 보았던 첫 여행에서 체, 아니 아직은 에르네스토라 불리던 한 젊은이의 모습은 단지 모험을 즐기는 호기심 많은 대학생에 지나지 않았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여행 길에 잠자리를 얻으러 간 병원에서는 자신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지치고, 얼치기 모험가이며, 빈털터리에 가까운 의대생"

 

이렇게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치 못한 대학생이었던 에르네스토는 라틴아메리카를 처음으로 돌아본 여정 중에 자신의 전공 분야와 관련하여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기 시작한다.

 

"칠레의 의료 서비스는 부족한 점이 많다. 다른 나라들 보다는 휠씬 낫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이러한 문제의식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하면서, 에르네스토는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되돌아 보게 되었다. 당시 에르네스토가 가졌던 역사 인식이 정확히 어떤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민중들의 현실을 역사적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했던 것만은 틀림없는 듯 하다.

 

"미래는 민중의 것이지요. 조금씩 혹은 단번에, 그들이 권력을 잡을 겁니다. 여기에서 그리고 모든 나라에서요."

 

위의 문장은 에르네스토의 것이 아니라, 베네수엘라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한 인물이 에르네스토에게 던진 말이다. 그 인물은 유럽에서 독단주의의 칼날을 피해 도망친 사람이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위의 문장을 시작으로 그는 민중과 혁명 그리고 개인의 존재가치에 대해 짤막하게 나마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본 자서전이 에르네스토의 기억에 의존한 육필임을 감안할 때, 그 사람이 가진 의식이 에르네스토의 가슴에 얼마나 큰 파문을 일으켰는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이후 에르네스토는 라틴아메리카 첫 여정의 마지막 기록에서 다음과 같은 다짐과 더불어 대학생 에르네스토가 아닌 투쟁가 체로의 변신을 모색하고 있었다.

 

"나는 내 몸을 단련하고, 전투 준비를 하여, 내 몸속이 승리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야수와 같은 환호가 새로운 힘과 희망으로 울려 퍼질 수 있는 신성한 공간이 되도록 나 자신을 준비시키고 있다."

 

이렇게 점점 투쟁가로서 면모를 갖춰 나가던 에르네스토는 두 번째 라틴 아메리카 여행을 통해 역사와 현실 인식을 두루 갖춘 인물로 거듭나게 된다. 특히 마추픽추에 이르러서는 화려했던 라틴아메리카의 영광을 재현코자 하는 원대한 꿈을 가지게 되었고, 라틴아메리카 민중들의 투쟁 현장에 스스로 투신하게 되었다.

 

"인디오 아메리카의 시민들이여, 과거를 되찾자."

 

이후 에르네스토의 행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투쟁가로서의 삶이었다. 에르네스토는 이제 더 이상의 그 원래의 이름보다는 체라는 이름이 더욱 어울리는 삶을 살게 되었고, 헌신적인 투쟁과 탄압 그리고 감옥행을 당당하게 받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그의 삶은 고된 날들의 연속이었겠지만 체의 육필 그 어디에도 본인이 겪고 있는 괴로움에 대한 토로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드러나듯, 현실을 낙관적으로 받아 들이며 스스로 의지를 더욱 견고하게 굳혀가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낙관적인 운명론자다"

 

이 짧은 문장은 체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평가에 앞서 자신 스스로를 너무나 잘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후 평생의 혁명동지로 만나게 된 카스트로 역시 이러한 낙관적 운명론자가 아닐까 싶다. 감히 일반화하여 이야기해 본다면, 세상의 변화를 꾀했던 수 많은 혁명가들과 투쟁가들은 어느 정도 낙관적 운명론자의 본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혁명과업의 수행을 위한 고된 투쟁의 길 위에 서 있는 그 누구라도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 들이고 낙관적 태도로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 나가지 못한다면, 그런 어떤 이들은 배신자, 도망자 등의 오명을 뒤집어 썼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감옥에 갇혀 갑갑한 날들을 이어오던 중에도, 체는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글에서 자신의 신념이 얼마나 확고한 것인지 힘주어 강조하고 있다.또한 그렇게 겪은 일들이 자신을 얼마나 행복하게 했는지 이야기함으로써, 자식을 감옥에 보낸 어머니의 감정에 남아 있을 아주 작은 미련마저도 위로하려 하고 있다. 그러한 체의 태도가 가장 잘 드러난 아래의 문장은 본 자서전을 통털어 내가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우리를 위해 나를 거부하는 이 느낌은 정말 아름다웠으며,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본 자서전에서 체의 격렬한 투쟁의 과정을 찾아 보기는 어렵다이는 체의 글쓰기가 자신의 공적에 대한 일체의 떠벌림도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다만 체의 조국 아르헨티나로부터 투쟁의 최전방인 시에라 마에스트라까지 찾아온 한 기자의 시선을 통해 어느정도 체 그리고 그와 신념을 함께하고 있는 전사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기자가 던진 근원적 질문 "당신은 왜 여기에 있는가?"에 대한 체의 답변을 통해 체가 숙명적으로 가졌던 라틴아메리카인으로서의 숭고한 의무가 무엇인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살해당한 강아지가 다른 개의 눈을 통해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체와 그의 부대는 그들을 따라 숙영지까지 오게된 한 강아지를 부대의 안전을 이유로 목졸라 죽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적들을 살해하는 일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을 것이다. 이 일화를 끝으로 시에라 마에스트라에서 쓰는 그의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되는데, 체는 이 일화에 대한 어떤 감정적 서술도 회피하고 있지만, 투쟁의 과정 속에서 본의 아니게 희생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짐작해 본다. 혁명의 뜻은 높고 숭고하지만 그에 수반되는 어떠한 희생도 쉽게 잊혀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크고 무거운 마음의 빚을 안고 투쟁은 끊임없이 순결하게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물론 체는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또 그러한 삶을 살았다.

 

이제 쿠바 혁명은 끝났고, 제국주의자들은 물러 갔으며, 정권은 혁명의 선봉에 섰던 피델과 그의 동지들에게 돌아 갔고, 그에 따라 쿠바 민중들 또한 어느정도 혁명의 성취를 거머쥘 수 있었다. 그러나 체의 투쟁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쿠바인도 아닌 아르헨티나인도 아닌 라틴아메리카인으로서 체가 가진 투쟁의 과업은 아직도 산더미처럼 남아 있었다. 쿠바에서 혁명정부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안위를 돌보았더라도 우리는 그의 삶을 비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상상키 어려운 고난의 시간을 거쳐 쿠바 해방의 과업을 완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체는 볼리비아 민중의 승리를 위하여 또 다시 총을 들고 밀림으로 향한다. 이에 어떤 수식을 달아 그 순결한 투쟁정신을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언급한대로 체가 인간적 나약함을 뛰어 넘는 위대한 인물이라 하여, 감히 접근하기 조차 어려운 경외의 대상으로만 기억되는 것은 체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 순수함을 떠올려 볼 때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 체는 젊은 시절 자신의 조국과 라틴 아메리카를 돌아 보며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에 경탄할 줄 알았고, 네루다의 시와 여러 문학작품을 읽으며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기도 했다. 또한 체는 자신이 곁에서 돌보지 못한 아내와 자식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지닌 인물이었으며, 그에게 허락된 모든 가족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체라는 이름을 얻게된 이후 언제나 투쟁의 길에 있었지만, 그의 내면에 감춰진 다정다감함은 그의 아이들에게 보낸 몇몇 편지글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다. 특히 카밀리토에게 보낸 엽서에 쓰여진 글은 익살스런 말투로 자신의 아이를 독려하는 부정이 깊게 묻어나 있는 글이기에 여기 전문을 옮겨 실으며 "체 게바라 자서전"에 대한 감상평을 맺고자 한다.

 

오늘 아빠는 친구인 악어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단다.

아빠는 아저씨에게 우리 카밀리토는 학교 다니기를 싫어하며,

조금은 말썽꾸러기라고 일러 주었어. 그러자 악어 아저씨가

너희 학교를 찾아가서 너를 단단히 교육시키겠다고 하더라.

아저씨가 이 말을 하던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낸다.

포옹을 보내고, 네 볼기를 한 대 찰싹 때린다.

 

 

 

 

[서평]


본 자서전은 체의 육필만을 모아 정리한 책으로서 체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는 있을지언정 투쟁가로서의 체의 모습을 조망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물론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체의 생애를 정리한 연보와 각 장의 맨 앞에 빅토르 카사우스의 머리글이 실려 있기는 하지만 부족함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나 또한 이 책을 읽는 내내 인물과 지명 등이 머리에 잘 그려지지 않아 고민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다소 늦게 깨달은 바이지만 체의 삶과 투쟁의 역사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라틴아메리카 현대사로부터 시작하여 장 코르미에의 "체 게바라 평전",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그리고 쿠바혁명과 관련한 여러 저술들을 우선 접근하는 것이 수월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런 연후에 체의 육필이 담긴 본 자서전을 읽었더라면 좀 더 체의 내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책에 대한 평점은 본문 내에 턱없이 부족한 주석과 설명, 그리고 몇몇 오자와 매끄럽지 않은 번역을 고려해 내렸으되, 체의 손으로 쓰여진 기록에 대한 존경심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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