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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천안함 프로젝트' 감독과의 대화시간
게시물ID : sisa_4387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래스카수협
추천 : 0
조회수 : 32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9/14 14:53:22
어제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 '천안함 프로젝트'를 마눌님과 보고 왔습니다.
상영후 감독님이 앞에 나와 영화 뒷이야기를 해주시고,
관객들의 질문에 답변도 해주셨습니다.

많은 질문중에,
프랑스에서 기자 생활을 하고 계시다는, 백발의 할머니 관객께서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외국 같으면 난리가 났을 사건인데, 왜 이렇게 조용하게 넘어가게 되었느냐?
다른 나라 같았다면, 학계와 전문가 집단이 매일 심포지움을 열고,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논리로, 국방부 보고서의 허구성을 널리 알렸을 것이다.'
라고, 의아해 하셨습니다.

제 질문 차례가 되었을때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는 조선공학 석사이고, 십수년 우리나라 해군의 전투함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전문지식을 가진 엔지니어들 대부분은 폭침이 아니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좌초 또는 충돌에 의한 사고가 더 합리적인 설명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사건이 터지고, 합조단의 말도 안되는 주장에 전문적인 견해를 포털에 올렸더니, 여러 진보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었습니다.
하지만, 군함에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외부로 유출시킬 경우 보안법에 걸리기 때문에, 
제 의견을 공식적으로 외부에 드러낼수가 없습니다.'

감독님이 추가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다큐를 만드는 동안 수많은 전문가와 교수님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지만,
해군이라는 특수성때문에 앞으로 나서지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고.
교수님들의 경우 연구비 지원등의 이유로, 다 잃을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 나설수가 없다고.

그런 면에서, 이종인 대표님과 신상철 대표님이 얼마나 용감한 분들인지,
실제로 그분들이 얼마나 큰 압박과 협박을 받고 있는지.
한가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면 가진 모든 것들 다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
그정도의 각오가 되어 있어야 상식이 통하는 현실이 참 깝깝했습니다.

영화는 다큐인데도 무겁게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감독의 주관이나 의견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사건 발생부터 시간 순으로 진행된 사건과 사실들,
그 사이사이에 드러난 합리적인 의심과 객관적인 증명들, 
그리고 현재 진행중인 재판의 공식 기록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간간히 유머도 있구요.
감독님도 P2P에 이미 작품이 돌고 있다는걸 아시더군요.
어떤 경로라도, 한번씩은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극장에서 보셨으면 더 좋겠구요.
나와 같이 진실을 알고 싶고, 
꽃같은 장병들의 억울한 죽음에 분노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는걸 느낄수 있어서 
언젠가는 전모가 밝혀질수 있겠다라는,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사족.
개인적으로 이 사건은 '집단 상식'의 헛점을 파고든 사례입니다.
'쇠로 만든 군함이, 물좀 샌다고 저렇게 터져? 상식적으로 저건 어뢰에 맞아 가라앉은 배 꼴이지'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없는 일반 대중의 '집단 상식'을 믿고 질러버린 뻔뻔함이죠.

전문가의 판단은 다릅니다.
'어뢰 폭발이라는 어떠한 증거도 없잖아. 오히려 좌초 또는 충돌의 증거들이 많은걸'
'배라는건, 물이 차서 구조적 한계에 다다르면 되면 저렇게 부러질 수 있어.'
하지만 이런 견해를 갖는 전문가 그룹은 소수이고, 의견을 내놓을 수 없는 집단이지요.

집단 상식이 전문적 견해를 덮을 수 있다는, 뻔뻔한 배팅을 한것이고, 
성공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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