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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부조리에 관한 이야기.
게시물ID : military_307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ea_live
추천 : 13
조회수 : 1034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3/09/21 03:54:58
본인은 해군나왔슴.
 
처음엔 참수리라는 어선만한 배를 탔는데 이때는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라 내부 부조리는 커녕 이병도 눕고 업드려서 잡지보고 병장이랑 농담따먹기 하면서 상사한테 개김이 가능하였슴. 그러던중 일병 5호봉 달고 육상으로 전출을 갔슴.
 
이 미친 육상은 이병은 잘때빼곤 누워선 절대 안되며 침대에 걸터앉아도 안되고 물먹을때나 화장실 갈때도 보고하고 가야했슴. 거기에 누가 어디있는지 칠판? 같은곳에 적어서 다 파악해둬야 하고 화장실청소는 매일매일 소핑, 선임 단화 주말마다 밖에 들고나가 말리기, 빨래 다 해서 가져다주기등 엄청난 미친 노동을 하고있었음.
일병은 그나마 풀렸지만 역시 위에서 선임꺼 해주는거 말곤 동일하고 상병도 마찬가지. 상말에야 이것저것 풀리고 병장달면 모든게 자유로워짐.
 
그뿐이랴. 병들끼리 모여서 따로 점호하는데 이 미친 점호는 그냥 일이병 욕하고 때리는 모임이었슴. 당직사관 눈을피해 다 한 내무실에 모여서 미친 시발 아직도 생각하면 좆같네.
 
일과시간? 선임 x빠는 시간이라고 해서 이때 제대로 자기 줄 못타면 병장 달기 직전까지 지옥같은 생활을 하게 되는거였슴. 지들끼리 A급 어쩌고 F급 어쩌고 나누는것도 있었는데 난 F급에 속해있었음. 보통 말하는 고문관.
 
배 탈때까지만 해도 육상으로 전출 찍히니까(본인은 앵카라고 병장 될때까지 배 탄다고 서약서 쓴 상태였슴) 소령까지 나서서 못가게 하려고 했던 나름 A급 신병이었는데 육상가서 배 타던대로 하니까 바로 F급으로 찍힌거임.
 
완전 지랄맞은 생활을 상말까지 견뎠슴. 때리던가 말던가 지랄 하던가 말던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림. 그나마 양심이 있어서 신고까진 안했슴.
 
이때 나 맞선임하고 엄청 친해짐. 맞선임도 나와같은 F급. 사회에선 4개국어를 하고 미국 시민권자라 군대 올 필요도 없는데 자진해서 온 선임이었건만 지랄맞은 내무생활은 오히려 그 선임에겐 독이었음. 맨날 같이 맞고 욕 먹어가며 그래도 끝나고 담배한대 피면서 같이 웃고 게다가 둘 다 진성 오타쿠라 할 이야기도 많았고 마영전이라는 같은 게임을 한다는걸 알아내서 외박 맞춰서 나가 밤샘 마영전하곤 하였슴(아직도 계속 연락하고 자주만남)
 
그 선임하고 나하고 또 내 직별후임 두명(둘 다 S급으로 솔직히 군생활 하면서 둘 덕을 많이봄. 둘이 잘 하니까 나도 뭍혀가서..) 맹세를 했슴. 병장 달고 부대를 바꾸겠다고.
 
맞선임과 나, 두 후임이 병장 달자마자 모든 부조리 날려버림. 윗 병장들이 지랄하면 오히려 협박했슴. 군생활 영창 안가고 곱게가고 싶으면 닥치고 그냥 지켜보라고. 병장달곤 진짜 완전 막장 달리기 시작함.
 
한달정도는 다들 적응을 못했지만 두달쯤 되었을땐 슬슬 이병도 낮잠도 자고 나랑 농담도 하고 책도 빌려가고 그런 생활이 되었슴. 내무실 청소도 병장들도 무조건 참여하고 식사당번, 아침점호, 당직 빠지던거 우리가 먼저 자진해서 들어가고 다른 병장들도 넣어버리니까 당번은 한달에 한두번만 나가도 되고 당직도 절대 퐁당퐁당은 안나오며 점호인원 많아지니 당직사관도 좋아하고 그랬슴.
 
이때 욕 겁나 처먹고 협박도 당함. 근데 이미 후임들은 우리편. 위로 두세기수쯤 개 지랄맞은 악마새끼들이 포진되어 있어서 우리가 더 빛나는 상황이었슴. 대세는 기울었고 이미 뒤집긴 무리였슴.
지금부터 건들면 바로 대령한테 보고들어간다고 협박했슴. 대령 당번병이 내 직별 후임이니까 가능했슴. (그 애랑은 지금 형동생 하면서 지내고 때때로 우리의 업적을 스스로 찬양하며 술 한잔 기울임.)
 
그러고 다른 선임들 하나 둘 전역하게되고. 결국 가장 좆같았던 선임이 나갈때 나한테 편지씀. 처음엔 ㄴ ㅓ 진짜 개새끼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변한걸 보면 다들 군생활도 훨씬 즐거워지고 선/후임 관계도 훨씬 돈독해져 보여서 너가 결국 맞는거같다고. 너랑 나랑 군대가 아니라 사회에서 만났으면 더 좋았을꺼라고 썻음..
 
배 탈때 별거 아니긴 해도 실전 두어번 격어봤음 (한번은 북한배랑 바로 근처에서 대치, 한번은 포항에서 불법 포경어선 잡은거.) 그때 일명 똥군기 하나 안들어 있어도 겁은 나지만 피하지 않는 모습을 봤고 차폐물이라곤 쉴드 하나 있는곳 뒤에서 총 겨누고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을 분명히 봤슴.
 
이 이야기를 아무리 해도 다들 어느정도 똥군기는 필요하다고 하겠죠...
 
똥군기는.. 싸움에 전혀 하등 쓸모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절대루요.
 
병장과 이병이 농담따먹기 하고 이병이 병장한테 무언가 부탁 할 수 있는 부대가 이병은 병장만 보면 덜덜 떠는 부대보다 잘 싸우는거 아닙니다..
 
상명하복..? 병끼리 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되는 그거?...
 
장담합니다. 똥군기는 전쟁날시 당신의 뒷통수를 노리는 적을 더 만들뿐 하등 쓸모없어요.
 
절대로.
 
난 그나마 맞선임이랑 너무 친했고 또 여기서 이정도 하더라도 선임들이 사회 나간다 해서 나에게 해 끼칠 수 없다는걸 확실이 알고 내가 더 유리하다는걸 알았으니까 가능했다는건 알고 있습니다.
 
허나.. 누구나 다 바꿀 수 있어요.
 
지금 군대가는분들 정말 부탁드려요. 정말로.
 
바꿔보세요. 힘들다면 완전 왕고 달고서라도 조금씩 바꿔보세요.
 
군대가 가기싫은곳이 아닌 한번쯤 가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는곳이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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