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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관찰기 II
게시물ID : freeboard_7158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enturion
추천 : 0
조회수 : 31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9/24 10:19:13
1편 : http://todayhumor.com/?freeboard_715835

내 왼 팔에 블라우스가 닿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나도 그녀도 일부러 닿게 하고있는건 아니다.
...당연한 얘기인것이다.
둘이 같이 버스의 왼쪽에 서서 가고있다.
'이 아이는 어디까지 가는걸까?'
이대로 두시간을 서서가도 피곤하지 않을것 같다.

버스가 정거장에 설 때 마다 내 뒤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날 밀친다.
인파에 밀려 내가 옆에서 그녀를 자연스럽게 볼 수 없는 위치로 움직이는게 싫었다.
인파에 밀려 내가 그녀의 시야에 드러나는걸 원치 않았다.
나는 메고있던 백팩을 벗어 앞에 들었다.
내가 백팩을 앞으로 든 이유는 뒤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서다.
내가 여학생보다 앞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다.
내가 보다 자연스럽게 그녀를 관찰하기 위해서다.
그런거다.

바로 옆 사람이 가방을 벗어서 앞으로 고쳐들었다는것을 그 아이도 알아챘다.
하지만 잠깐 고개를 돌려 나의 넥타이만 봤을 뿐, 그 뿐이다.
그 아이는 여느 또래들 처럼 맛폰을 만지작 거리지도 않고
귀에 이어폰을 끼우지도 않고 친구들과 떠들지도 않았다.
여대생이 다소 무거워보이는 전공책을 앞에 안고 도도함을 뿌리는듯한 자세로,
전공책 대신 실내화주머니인지 도시락 주머니인듯한 가방을 손에 든 채
창 밖으로 지나가는 경치만 바라보는듯 했다.
다만 그 아이는 아직 도도함의 오라를 내뿜기에는 어린것 같다.

문득'혹시 나한테서 홀아비 냄새 나는거 아냐? 향수라도 뿌리고 나올걸...'
하는 생각에 불안해진다.
하지만 자기 전엔 언제나 샤워를 하니까, 옷도 제대로 깨끗하게 관리하니
그정도는 아니겠지?
그 아이에게서도 아무 향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기초화장품 냄새는 커녕 흔하디 흔한 샴푸나 비누향 조차 없다.
내 코가 막혀있는것은 아니다.
내 앞에 앉아있는 할아버지의 냄새를 확실히 맡을 수 있으니까.

묘하게도 반팔을 입은 내 팔에 닿는 그녀의 블라우스 위로
그녀의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다.
따뜻한지도 차가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는것은 그 학생도 내 드러난 팔에 대해, 나의 존재에 대해
내가 우려하는만큼 신경 안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와 여학생은 팔을 맞댄 채 15분 가량을 갔고
내가 내리기 전 전 정거장에서야 나에게 아쉬움을 남긴 채 뒷문으로 향했다.


아...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녀는 여중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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