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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스큐어모피즘을 버렸는가.
게시물ID : iphone_224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잠이오네요
추천 : 8
조회수 : 174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9/29 01:13:06
0. 서론
 iOS7이 공개된 이후, iOS7에서 파격적으로 바뀐 디자인으로 많은 논란이 오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필자는 스큐어모피즘은 건재하며, 그 표현 방식이 바뀌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매체들이 스큐어모피즘이 사라졌다는 것을 전제로 여러 평가들을 내놓고 있고, 필자의 생각과 유사한 의견을 찾아보지 못했기에 이렇게 필자의 생각을 써 볼 생각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 글의 결론은 전적으로 필자의 개인적인 주관이며, 단지 iOS7에 대한 많은 의견들 중에 하나의 의견을 더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불필요한 논쟁을 막기 위해 안드로이드를 비롯한 타 플랫폼은 고려하지 않고자 한다. 따라서 다음에 올 글들은 모두 iOS만을 염두에 두고 쓰여졌다는 것을 고려해 주길 바란다.



1. 스캇 포스톨과 스큐어모피즘
 최초의 iOS는 스캇 포스톨에 의해 만들어졌다. 스캇 포스톨은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쫒겨난 이후 세운 NeXT에서부터 잡스와 함께한 개발자로, 현재 맥용 운영체제인 OSX의 개발자 중 한 명이며 첫 아이폰을 개발할 당시 아이폰에 올라갈 운영체제를 설계하고 개발을 지휘한 엔지니어다. 이와 같이 스캇 포스톨은 본질적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며 iOS6까지 이어진 스큐어모피즘에 그의 소프트웨어 설계 철학이 담겨있다.
 그럼 스캇 포스톨의 설계 철학은 무엇일까. 다시 말하지만 그는 소트프웨어 엔지니어이다. 스캇 포스톨이 애플에서 일하는 동안, 애플은 PowerPC, x86, 아이폰에 이르러서는 ARM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하드웨어 플랫폼을 사용해 왔지만 그 본질은 항상 OSX이었다. 이런 경험들이 스캇 포스톨이 아이폰의 설계 중점을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적인 점에 두기 쉽게 만들었다고 본다. 그 결과, 사람들의 생활 속에 자신들의 제품을 깊숙히 침투 시키고 싶어하는 애플의 지향에 따라, 그는 소프트웨어를 현실 세계의 연장선으로 두기로 했다. 사용자들이 아이폰에서 특정 기능을 사용할 때 현실에서 유사한 작업을 할 때와 비슷하게 느끼기를 바라며 iOS를 설계했다. 즉, 스캇 포스톨에게 iOS란 현실 세계의 연장선에 있어야 하며, 소프트웨어라는 가상 환경에서 일어나는 일을 사용자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로 느끼고,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생활에 소프트웨어가 깊숙이 녹아들기를 바랬다.
 스큐어모피즘은 이런 스캇 포스톨의 이상과 맞아 떨어졌다. 소프트웨어의 기능상으로는 필요하지 않지만, 사용자가 소프트웨어를 좀 더 현실처럼 느끼게 해주는 익숙한 요소들을 추가한 것이다. 입체적으로 보이는 아이콘이나 현실의 물건과 닮은 앱의 디자인, 화면 전환시 책장을 넘기는 것 같은 애니메이션, 현실의 행동을 모사한 조작법(핀치투줌, 스와이프) 등이 iOS6까지의 전반적인 소프트웨어적, 외형적 디자인에 적용되었다. 그리고 이는 아이폰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그 새로운 물건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조차 아이폰에 빨리 익숙해 지고, 생활속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iOS라는 소프트웨어 전반에 걸친 이런 스큐어모피즘이 아이폰의 출시와 함께 유저경험(UX)이라는, 당시에는 생소하던 개념을 현재에는 누구나 생각하는 요소가 되게 만들었다.



2. 스큐어모피즘에 대한 비판과 결과
 iOS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스큐어모피즘은 시대에 맞지 않는 디자인 철학이라고 비난했다. 디지털 시대가 시작된지 오래이고 디지털 기기들은 이미 충분히 사람들의 삶에 침투해 있는데, 디지털 기기로만 표현 할 수 있는 것들을 버리고 아날로그의 잔재를 따라가고 있다는 비판들이었다. 
 하지만 iOS6까지 보여진 애플의 태도는 스큐어모피즘에 대한 확신이었다. 애플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는 단지 10대와 20대, 30대 중 일부에 국한되어 있었고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이 디지털 장비에 충분히 익숙하지 않다고 보았다. 애플이 목표로하는 고객은 디지털 세상에 익숙한 일부 계층이 아니라, 모든 세대와 모든 계층의 사람이었다. 그리고  2013년 중순에 집계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연령별 점유율을 비교해 보면 비교적 젊은 세대에 집중 된 안드로이드에 비해, 아이폰은 넓은 폭의 유저 계층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이것은 애플의 전략이 유효했음을 보여준다.

미국내_연령별_아이폰_사용량.jpg
(출처: Smartphone Ownership 2013, Pew Internet & American Life Project)



3. 플랫폼 생태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비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 중 앱스토어가 있다. 나는 이것을 사용자와 생산자의 소통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앱 생태계가 유저경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로 본다. 사용자는 단순한 스마트 기기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컨텐츠가 있고 그것을 소비할 수 있는 생태계 또한 원하는 것이다.
 iOS는 그간의 성장으로 훌륭한 컨텐츠 생태계를 구축하였다. 수많은 컨텐츠들이 iOS 위에서 소비되고 있고 이미 iOS는 애플의 기기를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의 삶에 녹아있다. 아이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아이패드로 편집을 해서, 페이스북으로 공유한다. 수많은 사진들이 실시간으로 iCloud에 저장되고 있고 운동을 할때는 헬스 앱을 사용한다. 또한 이제는 연락을 할 때 전화나 문자보다는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사용하는 사람이 더 많다. iOS는 스캇 포스톨의 의도대로 현실을 확장하고, 현실의 일부로써 사용자들의 삶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아이폰5S에서 추가된 M7칩으로 인해 더 깊숙한 곳까지 자리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스캇 포스톨이 iOS를 현실 세계의 확장으로 만들고자 했었다면, 그는 훌륭히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TimeSpent_App_vBrowserCats-resized-600.png
(출처: Flurry Five-Year Report: It’s an App World. The Web Just Lives in It, blog.flurry.com)



4. iOS7과 미니멀리즘
 iOS7부터 iOS의 디자인을 주도하게 된 조나단 아이브는 스캇 포스톨과 생각이 조금 달랐다. iOS의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iOS의 생태계 이야기가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브는 이미 온전한 생태계가 구성된 iOS가 현실의 확장으로 남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고유의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또 다른 세계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조나단 아이브와 iOS7의 디자인 철학이라고 본다.
 그래서 아이브는 iOS와 그 생태계를 현실과 분리된 또 다른 세계로 만들었다. 소프트웨어라는 추상화를 기반으로 한, 현실과 분리된 세상을 그리는 도구로는 마찬가지로 형태나 기능의 추상화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이 적당해 보였다. 그 결과가 iOS7이다. 고도로 추상화된 아이콘들과 현실에는 자연적으로 생기기 힘든 화사한 색상, 현실에서 보기 힘든 질감의 디자인들이 iOS를 현실의 연장이 아닌, 현실과 다른 어딘가로 보이게 한다.

(출처: www.gadgetlove.com)
(위 이미지와는 별개로, iOS7의 디자인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블로그를 소개한다. http://mistyfriday.tistory.com/1662)




5. iOS7과 조나단 아이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조나단 아이브는 iOS와 그 생태계를 또 다른 세상으로 만들고자 했다. 조나단 아이브는 산업 디자이너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인 스캇 포스톨과는 아이폰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다. 포스톨에게 iOS가 유저경험을 창조하고 아이폰을 완성하는 소프트웨어였다면, 아이브에게 iOS는 아이폰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아이브에게 아이폰을 완성한다는 것은 iOS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이 손에 쥐고 있는 하드웨어와, 사용자가 하드웨어를 통해 iOS 세상에 다가가고 사용하는 과정 모두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iOS의 디자인을 완전히 바꿀 필요가 있었을까. 그것은 조나단 아이브의 디자인 철학, 혹은 개인적 취향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과거 디자인들을 통해 조금은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아이맥, 아이팟, 맥북으로 이어지는 그의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간결함과 명확함을 추구했고, 스큐어모피즘을 거추장스러운 장식 정도로 봐왔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결정적으로, 지난 9월 19일, 그는 인터뷰에서 그의 의견을 말했다.
"When we sat down last November (to work on iOS 7), we understood that people had already become comfortable with touching glass, they didn't need physical buttons, they understood the benefits," says Ive. "So there was an incredible liberty in not having to reference the physical world so literally. We were trying to create an environment that was less specific. It got design out of the way."
아이브는 "지난 11월 (iOS7 작업을 위해) 모였을 때, 우리는 사람들이 이미 터치에 익숙하고, 물리적 버튼을 필요치 않으며, 그로 인한 이득을 알고 있다고 인식했습니다." 라고 했다. "그러므로 글자 그대로 물리적인 세상을 기준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엄청난 자유가 있었죠. 우리는 특정되지 않은 환경을 만들려 했습니다. 그런 방향에서 나온 디자인입니다."
 애플이 최초에 아이폰을 내놓던 시기와 달리,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이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것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아이폰은 더 이상 현실의 모사나, 확장으로 남을 필요가 없다. 그것의 조나단 아이브의 생각이었다.



6. 조나단 아이브와 스큐어모피즘
 그럼 iOS7에는 정말로 미니멀리즘 밖에 남지 않은 것일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여기서 다시 한 번 그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고자 한다.
Federighi says iOS 7's new look is inextricably linked with technological advances.
"This is the first post-Retina (Display) UI (user interface), with amazing graphics processing thanks to tremendous GPU (graphics processing unit) power growth, so we had a different set of tools to bring to bear on the problem as compared to seven years ago (when the iPhone first launched)," he says. "Before, the shadowing effect we used was a great way to distract from the limitations of the display. But with a display that's this precise, there's nowhere to hide. So we wanted a clear typography.
Ive jumps in. "Yes, we wanted to defer to the content, and just get out of the way."
He picks up his iPhone and slides the Notifications Center into place; it appears like information attached to a frosted shower door, where the world behind it is still visible.
"Look at that," says Ive. "The lovely thing about translucency is you're not sitting there going, 'Where have I just been taken?' because your world is still there."
Federighi nods. "You didn't just get walled off," he says. "It's about a different philosophy."
페더리기(애플 수석 부사장)는 iOS7의 새 모습이 기술 발달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중략... 
"이전에, 그림자 효과는 디스플레이(해상도)의 한계로부터 시선을 돌리기 위해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밀한 (레티나)디스플레이에서는 아무것도 숨길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명확한 타이포그래피를 원했습니다."
아이브가 끼어들었다. "그래요, 우리는 본질을 따라가길 원했고, 그 방향으로 나아 갔습니다."
그는 아이폰을 집어 들고 알림 센터를 화면으로 슬라이드 했다; 정보가 성에 낀 유리문에 달라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고, 여전히 그 건너편 세상이 보였다.
"보세요." 아이브가 말했다. "반투명의 매력은 (화면이 바뀔 때) 당신이 '내가 어디로 가는 것이지?'하고 느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세상이 여전히 그 뒤에 있기 때문이죠."
페더리기가 끄덕였다. "벽으로 막힌 것이 아니라, 철학이 다른 겁니다."
(출처: http://www.usatoday.com/story/tech/2013/09/19/apple-jony-ive-craig-federighi/2834575/)

notification-center-ios-7-02.png
(출처: WWDC2013 키노트)
 디지털 스큐어모피즘이란 디지털 매체, 주로 소프트웨어의 디자인이 아날로그 장비의 형상을 따라가는 것을 말한다. 분명 iOS7은 디지털 스큐어모피즘의 영역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반적인 스큐어모피즘은 기능상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음에도 심미적, 감성적 요소를 위해 과거의 형태를 본 따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필자는 iOS7가 여전히 스큐어모피즘의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 반투명한 배경이 심미적 요소나 심리적 안정감 이상의 어떤 기능을 하는가. 화면이 뒤에 존재 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 정도일까. 그리고 이런 반투명적 요소는 비밀번호 입력 창, 전화 숫자 패드, 뉴스가판대 배경, 앱 폴더 배경 등 많은 부분에 적용되어 있다.
 iOS7의 반투명적 요소는 화면에 한 장의 유리를 덧대고 있는 느낌을 주며, 아이폰의 물리적인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는 배경 화면은 마치 아이폰의 화면 속에 또 다른 공간이 있고 그 위에 아이콘들이 떠다니는 느낌을 준다. 나는 이것이 전형적인 창문의 모사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역시 넓은 의미의 스큐어모피즘의 한 형태가 아닐까.
 아이브가 강조했던 것을 다시 상기해 보자. 그는 저 화면 너머에 당신의 세상이 있다고 했다. iOS7을 통해 아이브는 이렇게 말한다. "iOS와 그 생태계는 당신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선사해 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세상을 들여다 볼 가장 좋은 창문이 바로 아이폰입니다!"



7. 애플은 스큐어모피즘을 버렸는가.
 드디어 결론이다. 그리고 결론은 애플은 스큐어모피즘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조나단 아이브는 또 다시 상식을 깨려 하고 있다. 최초의 아이폰이 디지털 스큐어모피즘으로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들었다면, iOS7은 디지털 스큐어모피즘을 버리는 것으로 또 다른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듣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스큐어모피즘이 버려졌다고 해서, 애플이 스큐어모피즘 그 자체를 버린 것은 아니다. 과거의 아이폰이 현실 세계의 연장선으로 현실의 모사한 형태였다면, 이후의 아이폰은 가상 세계를 들여다 보는 좋은 창문의 형태인 것이다. 아이폰을 통해서 방대한 미니멀리즘 세계에 접근 한다는 표현을, 집 안에서 바깥 세상을 창문을 통해서 바라 보는 것을 모사하여 표현함으로써, 아이폰이 디지털 세상의 스큐어모피즘은 버렸지만 가상 세상을 바라보는 도구로써의 스큐어모피즘은 오히려 더 강조되었다고 생각한다.







출처는 제 블로그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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