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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세요? ‘셜록 홈스’를 읽던 밤
게시물ID : readers_91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릴케
추천 : 3
조회수 : 33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10/05 22:21:15
언제나 고백이 되어버리는 이야기들이 있다. 이를테면 셜록 홈스, 또는 셜록 홈스, 그리고 셜록 홈스의 경우. 일단 그 이름이 등장한다면 다음은 뻔하다. 사실 그를 좋아한다거나(새삼스럽게), 싫어한다거나(때와 장소를 가려서 말할 것), 한 번도 읽지 않았다거나(이런 사람을 본 적은 없지만), 그를 통해 독서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거나(이렇게 말하며 조금이라도 부끄러워한다면 그를 멀리하시라) 하는 저마다의 고백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서평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평론가 마이클 더다 또한 그렇다. 그는 어린 시절, 표지만으로 자신을 사로잡았던 <바스커빌 가문의 개>를 손에 쥐게 된 날을 이렇게 회상한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을 이 특별 선물 앞에서 내가 얼마나 안달했던지. 그러나 나는 최적의 조건이 갖춰진 상태로 읽을 수 있을 때까지 독서를 미뤄두기로 단호하게 마음먹었다. 최소한 폭풍이 몰아치는 어두운 밤 정도는 되어야 했고, 내 주위를 분산시킬 누이들이나 부모님이 전부 집을 비운 상황이어야 했다.”(19쪽)

<바스커빌 가문의 개>를 만난 어두운 밤 

그 밤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그는 더 이상 이전과 똑같은 열 살짜리 소년이 아니었다. <바스커빌 가문의 개>가 그에게 지워지지 않을 이빨 자국을 남긴 것이다. 당장 도서관으로 달려간 마이클 더다는 도서관 카드 목록에 적힌 A. 코난 도일의 이름을 찾았고, 그곳에 있는 셜록 홈스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 후로도 반세기 넘게 이어질 기나긴 독서의 시작이었다.

   
 

그렇다면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은 경애하는 작가에 대한 애정 고백인가? 일단은 그렇다. 우리에겐 제목조차 낯선 코난 도일의 작품을 줄줄 꿰는 그는, ‘셜로키언’들의 모임인 ‘베이커 가 특공대’의 대원으로 활동하며 홈스의 모험에 단역으로 등장하는 랭데일 파이크(바로 마이클 더다의 특공대 이름이다)를 중심으로 한 2차 텍스트를 생산하기도 한다. ‘덕후’도 이런 덕후가 없다.

하지만 ‘셜록 홈스로 보는 스토리텔링의 모든 기술’이라는 부제가 말하는 것처럼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은 단순한 애정 고백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장르를 가리지 않았던 도일의 왕성한 창작욕을 통해 ‘글쓰기의 주목할 만한 본체’(너무 거창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를 탐구하는 동시에, 우리에겐 단지 셜록 홈스의 작가로만 기억되는 도일의 모든 작품과 삶을 아우르는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이클 더다는 우리를 다시금 ‘폭풍이 몰아치는 어두운 밤’으로 돌아가게 한다. 숨죽이며 책장을 넘기던 어린 독자의 방으로. 오직 매혹만이 존재하던 순수한 독서의 시간으로. 우리가 시작했고, 언젠가 떠나왔지만, 결국에는 다시 찾게 될 ‘잃어버린 세계’로. 마이클 더다는 책의 마지막을 이렇게 쓴다.

“이제 나는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 <백색 용병단>을 즐겁게 읽었기 때문에 코난 도일의 다른 역사 소설들, 그러니까 <위대한 그림자>라든가 <로드니 스톤>을 시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바스커빌 가문의 개>를 다시 들춰봐야 할 것 같다. 어둡고 싸늘한 밤이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먼저 나는 전등 몇 개를 끌 것이다. 오렌지 크러시 병이 어디 있더라? 나의 시작 속에 나의 마지막이 있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7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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