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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 기억제
게시물ID : readers_91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비조
추천 : 0
조회수 : 49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0/09 00:57:58
금인 시간의 비밀을 알고 난 뒤의
즐거움을 그대는 알고 있을까
처음과 끝은 항상 아무것도 없고
그 사이에 흐르는
노래의 자연
울음의 자연을.
헛됨을 버리지 말고
흘러감을 버리지 말고
기억하렴
쓰레기는 가장 낮은 데서 취해 있고
별들은 천공에서 취해 있으며
그대는 중간의 다리 위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음을.

기억제 1 - 정현종 「고통의 축제」




나는 밤새도록 집에 없었네
술을 마시며
만족의 바닥 없는 늪 속을
낯선 데로 구걸하며 가고 있었네
그대들 애처로운 불빛들을 달고
뚜렷한 악동들이 되어 뚜렷하지 않은
길을 따라 빈객으로 오신 그대들,
바깥에는 바람이 불고
나는 밤새도록 집에 없었네.

그즈음의 내 집은
문전까지 출렁이는 바다가 와 닿아
애인이 보내주는 바람과 물결 위로
달빛이 하늘에서 떠나듯이
나는 떠나서 흘러들고 있었고
그리고 바뀌는 바람소리 때문에
또는 시달리고 있었네.

구걸하며 빈객으로 오신 그대들
어떻게 먼 길을 별빛이 별빛에게
건너가고
죽음이 따로따로 되어
거리에 다채롭게 넘치고 있음을
아는 그대들은 보았겠지
나 밤새도록 지붕 위에 올라가
떨며 앉아 있음,
뜨겁게 뜨겁게 떨며 앉아 있었음을.

…마침내 그대들은 떠났다
흘러간 시간의
기억의 빛 속에 사랑받으며
불명한 길을 따라 떠나갔다
만남도 떠남도 그대들의 무술인 양.

기억제 2 - 정현종 「고통의 축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 중 하나예요. 아니, 둘인가.
고등학교 때 동네 서점이랑 근처 대형서점 두 군데 둘러봤는데 재고가 없어서 그냥 안 샀는데,
대학 오고 학교 앞 책방에서 교재 주문하는 김에 같이 주문해서 손에 넣었네요.
트위터에서 짤막한 구절을 처음 보고 반한 시예요.

소설은 마음이 차는 느낌이라면, 시집은 마음이 비어가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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