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두고 통한의 3차전 9회초가 생각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길 때는 이기는 대로, 질 때도 지는 대로 끈질기게 승부하며 넥센의 팀컬러를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삼성이 독주체제를 갖춘 이후에는 라이벌다운 라이벌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언론에서는 통신사 라이벌이니, 경상도 라이벌이니 무엇이든 만들어내느라 머리 쓰지만 딱히 라이벌이라 부를 상대가 없었죠.
하지만 언젠가부터 엘넥라시코라는 말이 익숙해지기 시작합니다. 엘지가 올해 돌풍을 일으키기 전부터, 엘지가 약체였을 때 더 약체였던 넥센이 라이벌구도를 만들어갑니다. 가장 어려운 구단 상황에서 조금씩 강자의 길로 들어오고, 대단한 선수를 하나씩 만들어 가면서도 약체일 때의 끈질김을 잃지 않았습니다. 마치 강자는 강자인데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근래에 포텐 터져서 유수의 축구강국들이 ㅎㄷㄷ하는 벨기에 축구를 보는 듯하군요.
넥센의 팬이 아닌 안티두산의 입장에서 빠져들었던 준플이었지만 그 어떤 드라마 보다도 큰 감동을 준 넥센 선수들 수고 많이 했습니다. 13회말 승부를 뒤집기엔 늦었지만 터진 이택근 선수의 홈런은 넥센의 팀컬러를 잘 보여주고 장렬히 산화한 느낌이었습니다.
국가대표 선발 때 이미 최고의 파워히터였음에도 밀렸던 박병호 선수, 그 후엔 전구단이 벌벌 떠는 최고의 타자가 된 것처럼 넥센도 전구단이 벌벌 떠는 강하고 신나는 팀이 되길 기대합니다.